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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8년(무진)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3.0005.TXT.0010
10일(무진)
-저옹집서(著雍執徐)-. 맑음.
두보(杜甫)의 시를 보다가 〈겨울날 낙성 북쪽에서 현원황제묘를 참배하다[冬日洛城北, 謁玄元皇帝廟]〉에 이르렀다. -두보는 자주(自註)에서, "묘에 오(吳) 도자(道子)가 그린 오성도(五聖圖)가 있다."고 하였다. 오성이란 곧 고조ㆍ태종ㆍ고종ㆍ중종ㆍ예종으로, 묘에 그려져 있다.- 끝 구절의 "곡신이 만일 죽지 않았다면, 졸박함을 기르며 또 어느 곳에 가 있을까[谷神如不死, 養拙更何鄕]"에 이르렀는데, "《노자(老子)》에 '곡신불사(谷神不死)'주 46)라 하였으니, 곡(谷)은 허(虛)이니, 사람의 신(神)이 허중(虛中)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항상 존재하여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향(何鄕)은 하방(何方)과 같은 말이니, 곡신불사가 진실로 노자의 말과 같다면 내가 졸박함을 기르는 것을 다시 어느 곳에서 하리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마땅히 노자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르기를 '장자(莊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주 47)이 있다.'고 하고, 주(註)에 '지극한 도 가운데 가히 즐길만한 곳이 있다.'라고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논하여 말하기를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노자라는 사람이여. 허(虛)는 알지만 실(實)은 모르며, 무(無)는 알지만 유(有)는 알지 못하고, 편(偏)은 알지만 주(周)는 알지 못하는구나. 스스로 '사람의 태어남은 허중(虛中)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곡신은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으니, 인간의 일을 버린 것이다.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지극히 빈 곳[至虛] 가운데 지극히 찬 것[至實]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태어남에 실리(實理)를 품부 받아 실리를 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허무를 위주로 하고 윤리를 모두 폐하니, 슬프도다!"
자신의 생겨남도 또 비어있는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다. 실심으로 주(周)나라 주하사(柱下史)주 48)가 되어 만체(萬體)에 밝았는데, 어찌하여 한쪽으로 빠져들어 곡신불사(谷神不死)라고 하면서 청우를 타고 가게 되었는가?
옛 성인들은 가까운 몸에서 취했으니, 온갖 이치가 모두 마음속에 갖추어져 있어서, 비어있지만 능히 느낄 수 있고, 없지만 능히 있을 수 있어서 유무를 하나로 삼고 허실을 하나로 삼았다.
오성이 발하여 중절(中節)하고, 생사에 이르러서도 살면 살고 죽으면 죽는다. 생사를 천리의 공도(公道)에 부쳐두고 천리를 따른다. 어찌 다만 생사를 둘로 보고 허실을 둘로 보며 유무를 둘로 보고, 치우쳐서 허로 주를 삼고, 곡신불사로 후세에 전하여 천리를 거역할 것인가?
주석 46)곡신불사(谷神不死)
《노자(老子)》 제6장에 이르기를, "곡신은 죽지 않는데, 이것을 일러 현빈이라고 한다.[谷神不死, 是謂玄牝.]"라고 하였다.
주석 47)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의 "지금 자네가 큰 나무를 가지고 있으면서 쓸모가 없다고 걱정한다면, 어찌하여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無何有之鄕]의 광막한 들판에다 심어 놓으려고 하지 않는가."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석 48)주하사(柱下史)
중국 주(周)나라 때 장서실(藏書室)을 맡아보던 관리, 여기에서는 노자를 가리킨다.
十日 戊辰
【著雍執徐】。陽。看至律。 至〈冬日洛城北謁玄元皇帝廟〉【自註 "廟有道子ㅣ 畵五聖圖니라 五聖卽高祖ㆍ太宗ㆍ高宗ㆍ中宗ㆍ睿宗像於廟"】至於末句。 "谷神如不死。 養拙更何鄕。" "《老子》애 谷神不死ㅣ라니 谷은 虛也ㅣ니 言人之神이 自虛中而出故로 常存不死ㅣ니라 何鄕은 猶云何方이니 言谷神不死 信如老子之言 則吾之養拙을 更向何方이리요 當依老子之敎也ㅣ라 一云'莊子有無何有之鄕'ᄒᆞ니 註云'至道之中에 有可樂之地也' "
論曰。 "愚哉愚哉。 老子之爲人也! 知虛而不知實。 知無而不知有。 知偏而不知周。自言曰。 '人之生自虛中出來。 故谷神不死'。 棄人間事。愚哉愚哉。至虛之中。 有至實者存焉。 故人之生也。 稟實理而行實理也。 全以虛無爲主。 全廢倫理。 哀哉!"
自家之生。 亦自虛中出來。實心爲周柱下史。 明於萬體。 如何淪爲一偏。 謂其谷神不死。 飜乘靑牛? 古之聖人。 近取諸身。 萬理具於心中。 虛而能感。 無而能有。 以有無爲一。 以虛實爲一。五性發而中節。 至於死生。 生則生。 死則死。以死生付於天理之公道。 以順天理也。奚獨以死生爲二。 虛實爲二。 有無爲二。 偏以虛爲主。 以谷神不死。 傳於後世。 以逆天理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