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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8년(무진)
- 2월(二月)
- 29일(기미)(二十九日 己未)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8년(무진) / 2월(二月)
29일(기미)
-도유협흡(屠維協洽)-. 맑음. 《매월당집(梅月堂集)》의 〈고문진보(古文眞寶)를 얻고서〉를 보았다.
세상사람 옥구슬 부질없이 다투지만,(世間珠璧謾相爭)
써버리고 나면 끝내 하나도 남지 않네.(用盡終無一介贏)
이 보배를 뱃속에 간직할 수 있다면,(此寶若能藏空洞)
달랑대는 옥소리 가슴 가득 울리겠지.(滿腔渾是玉瑽琤)
〈성리군서를 얻다〉주 8)(得性理群書)
일천 성인 서로 전한 것은 다만 이 마음일 뿐,(千聖相傳只此心)
이 마음 밖에서 다시 무엇을 찾으리.(此心之外更何尋)
사단(四端)주 9)을 붙들고 버림은 밖에서 이른 것 아니요,(四端操舍非由外)
만고의 천지가 모두 지금에 있다네.(萬古乾坤儘在今)
힘써 공부하지 않을 때는 선후가 있지만,(未喫力時有先後)
궁극처에 도달하면 얕고 깊음도 없다네.(到窮源處無淺深)
수신제가하여 치국평천하하는 것은(修齊治國平天下)
오직 성(誠)을 보존하는 데 있나니 공경치 않으랴.(惟在存誠罔不欽)
복희씨가 역을 지어 백성을 깨우쳐주니,(羲皇作易牖斯民)
성인마다 서로 전해 차례차례 펴 왔다네.(聖聖相傳次第陳)
천 년 동안 도를 잃어 이설에 빠지자,(道喪千年淪異說)
하늘이 칠자주 10)내어 함께 인을 구했다네.(天生七子濟同仁)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달에 흉금이 상쾌하고,(光風霽月胸襟爽)
옥빛에 쇠소리라주 11) 도덕도 순수하다네.(玉色金聲道德純)
공씨 벽주 12)과 진나라 재주 13)에도 사라지지 않아,(孔壁秦灰文未喪)
고개드니 별과 해처럼 맑은 하늘 비추네.(擧頭星日暎淸旻)
- 주석 8)성리군서(性理群書)》를 얻다
- 《매월당시집(梅月堂詩集)》 권9에 나온다. 《성리군서(性理群書)》란 송나라 웅절(熊節)이 편찬하고 웅강대(熊剛大)가 주를 단 책이다. 주돈이(周敦頤), 정자(程子), 장재(張載), 소옹(邵雍), 사마광(司馬光), 주자(朱子) 등 송대 유자(儒者)들의 글을 모아 유편(類編)한 것이다.
- 주석 9)사단(四端)
- 사람의 천성 속에 날 때부터 갖춰 있다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마음을 말한다.
- 주석 10)칠자(七子)
- 송나라 일곱 유학자로, 주염계(周濂溪)ㆍ정명도(程明道)ㆍ정이천(程伊川)ㆍ소강절(邵康節)ㆍ장횡거(張橫渠)ㆍ주회암(朱晦庵)을 말한다.
- 주석 11)옥빛에 쇠소리라[玉色金聲]
- 행동에 절조가 있고 정절이 굳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 주석 12)공씨 벽[孔壁]
- 한나라 노공왕(魯恭王)이 공자의 집을 수리하다가 벽 속에서 칠서(七書)를 얻은 고사를 말한다.
- 주석 13)진나라 재[秦灰]
- 진시황제가 천하의 서적을 모아다 불살라 버린 고사를 말한다.
二十九日 己未
【屠維協洽】。陽。看《梅月堂集》〈得古文眞寶〉。
世間珠璧謾相爭。用盡終無一介贏.此寶若能藏空洞。滿腔渾是玉瑽琤.
〈得性理群書〉
千聖相傳只此心。此心之外更何尋.四端操舍非由外。萬古乾坤儘在今.未喫力時有先後。到窮源處無淺深.修齊治國平天下。惟在存誠罔不欽.
羲皇作易牖斯民。聖聖相傳次第陳.道喪千年淪異說。天生七子濟同仁.光風霽月胸襟爽。玉色金聲道德純.孔壁秦灰文未喪。擧頭星日暎淸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