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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7년(정묘)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2.0002.TXT.0006
6일(정유)
-강이작악(强圉作噩)-. 맑음. 밤에 눈이 내렸다. 혹자가 "부자유친(父子有親)에서 '친'자의 뜻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내가 답하기를, "부모는 자애롭고 자식은 효도하여 각기 그 도리(道理)를 다하면, 마음이 그와 더불어 하나가 될 것이다. 부모가 혹시 잘못이 있으면, 직간(直諫)하여 도(道)로 인도하면 기쁨에 이를 것이다. 자식이 혹시 허물이 있으면, 훈계하여 도로 향하게 하면 항상 기쁨 낯빛이 되게 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을 '친(親)'이라 한다."고 하였다.
"군신유의(君臣有義)의 의(義)자의 뜻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기에 답하여 말하기를, "임금은 의롭고 신하는 충성해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운 것이다. 임금이 신하를 수족(手足)처럼 보고, 신하는 임금을 복심(腹心)처럼 봐서,주 22) 동인협공(同寅協恭)주 23)하여 지극한 정치에 이르는 것, 이것이 의가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의 별(別)자의 뜻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기에 답하여 말하기를, "별(別)은 분별의 의미이다. 부부는 일체동지(一體同志)로 만약 분별이 없으면 남편이 혹시 정욕(情慾)에 끌려 그 굳셈을 잃고, 아내가 혹시 친압에 끌려 그 순종함을 잃는다면 곧 몸을 상하게 하고 덕을 그르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분별을 두텁게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묻기를, "장유유서(長幼有序)에서 서(序)자의 의미는 무엇입니까?"라고 하기에, 답하여 말하기를, "서(序)는 존비(尊卑)와 선후(先後)의 차례로서, 천서(天序)의 법전이다. 양지(良知) 애경지심(愛敬之心)을 미루어 어른을 섬기는 것이고, 선각(先覺) 자애지심(慈愛之心)을 미루어 어린이를 인도하는 것이다. 이른바 '우리 어른을 어른으로 섬겨서 남의 어른에게 미치며, 우리 어린이를 어린이로 사랑해서 남의 어린이에게 미치게 한다면'주 24) 자연히 차례가 있게 된다."라고 하였다.
묻기를, "붕우유신(朋友有信)에서 신(信)자의 뜻은 무엇입니까?"라고 하기에, 답하기를, "신(信)은 실제로 붕우를 말하는 것으로써, 그 덕을 벗한다는 것이다. 책선보인(責善輔仁)주 25)하고 절절시시(切切偲偲)주 26)하여 심로(心路)가 이미 익숙해져서 서로 (마음)둔 곳을 아는 것이다. 서로 아래에 있어도 싫어하지 않으며, 작위(爵位)가 서로 같을 때에도 시기하지 않는다. 같은 도로 같이 도모하며[同道而同謀] 유언(流言)의 헐뜯음을 들어도 믿지 않는다. 이것을 신이라 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주석 22)임금이 …… 된다
맹자가 일찍이 제 선왕(齊宣王)에게 고하기를 "군주가 신하 보기를 수족같이 하면 신하는 군주 보기를 복심같이 하고, 군주가 신하 보기를 견마같이 하면 신하는 군주 보기를 길 가는 사람 보듯 하고, 군주가 신하 보기를 토개같이 하면 신하는 군주 보기를 원수같이 하는 것입니다.[君之視臣如手足, 則臣視君如腹心. 君之視臣如犬馬, 則臣視君如國人. 君之視臣如土芥, 則臣視君如寇讐.]"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맹자》 〈이루 하(離婁下)〉)
주석 23)동인협공(同寅協恭)
임금과 신하가 삼가고 두려워함을 같이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협력한다는 말이다.(《서경》 〈고요모(皐陶謨)〉)
주석 24)우리 …… 미친다면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우리 어른을 어른으로 섬겨서 남의 어른에게 미치며, 우리 어린이를 어린이로 사랑해서 남의 어린이에게 미친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 있다. 《시경》에 '처에게 모범이 되어서 형제에 이르고 집과 나라를 다스린다.' 하였으니, 이 마음을 들어서 저기에 놓을 뿐임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를 미루면 족히 사해를 보호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지 못하면 처자식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옛사람이 일반인보다 크게 뛰어난 까닭은 다른 것이 없으니, 그 하는 바를 잘 미루었을 뿐이다.[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 詩云, 刑于寡妻, 至于兄弟, 以御于家邦. 言擧斯心, 加諸彼而已. 故推恩, 足以保四海, 不推恩, 無以保妻子. 古之人所以大過人者, 無他焉, 善推其所爲而已矣.]"라고 하였다.
주석 25)책선보인(責善輔仁)
선한 행동을 권하고 어진 품성을 돕는다는 말로 친구 사이의 바른 도리를 말한다. 《맹자》〈이루 상(離婁上)〉에 "아비와 자식 사이에는 선을 권하지 않는다.[父子之間不責善]" 하였는데, 전용하여 붕우 간의 의리로 쓰인다. 《논어》 〈안연(顔淵)〉에 "군자는 글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 어짊을 돕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하여, 역시 벗의 도리를 행하는 뜻으로 쓰였다.
주석 26)절절시시(切切偲偲)
간곡하게 충고하고 자상하게 권면하는 것으로, 친구 간에 책선(責善)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자로(子路)〉에 "붕우는 절절(切切)하고 시시(偲偲)하게 대해야 하고, 형제는 이이(怡怡)하게 대해야 한다."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初六日 丁酉
【强圉作噩】。陽。夜雪。或問。 "父子有親。 親字之義。 可得聞歟?" 答曰。 "父慈子孝。 各盡其道。 心與之爲一。父或有過。 則諫而諭於道。 底於悅豫。子或有過。 則戒之向於道。 常爲怡愉。父子不相違。 乃所謂親也。" "君臣有義。 義字之義。 何也?" 答曰。 "君義臣忠。 君君臣臣。君視臣如手足。 臣視君如腹心。 同寅協恭。 以臻至治。 此有義也。" "夫婦有別。 別字之義。 何也?" 答曰。 "別。 分別之義。夫婦一體同志。 若不分別。 則夫或牽於情慾。 失其剛。婦或牽於狎暱。 失其順。 則傷身敗德。故不得不厚別也。" 問。 "長幼有序。 序字之何也?" 答曰。 "序。 是尊卑先後之序。 天序之典也。推良知。 愛敬之心事長。 推先覺。 慈愛之心導幼。所謂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 自然有序。" 問。 "朋友有信。 信字之義。 何也?" 答曰。 "信。 是以實之謂朋友。 友其德也。責善輔仁。 切切偲偲。 心路已熟。 相知所存。 而相下不厭。 幷立而不忌。 同道而同謀。 聞流言之毁不信。此可謂信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