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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7년(정묘)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2.0002.TXT.0005
5일(병신)
-유조군탄(柔兆涒灘)-. 흐리고 바람이 붐. 바람 불어 추웠고 눈이 내림. 사람을 논했다.
사람이 천지에 참여하여 삼재(三才)가 되니, 그 인의(仁義)의 도(道)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말씀하기를, "천도(天道)는 음양(陰陽)이고, 지도(地道)는 강유(剛柔)이며, 인도(人道)는 인의이다."라고 했다. 이것으로서 보면 삼재에 참여한 도리가 인의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인(仁)은 생생지리(生生之理)이다. 증자는 말하기를, "부모가 온전하게 낳아주셨다."라고 하였는데, 신체와 머리털, 피부뿐 만이 아니라, 마음 가운데에 갖추고 있는 천리(天理)를 겸해서 말한 것이다. 심의 허령(虛靈)은 오성(五性)을 갖추고 있으니, 오성은 바로 이(理)이고, 이가 곧 태극(太極)이다. 태극은 곧 천지조화의 추뉴(樞紐)이고 근저(根柢)이다. 사람이 생겨나는 이치이자 천지자연의 이치로서 상하가 유통하여 변화하는 것이다.
장사(張思) 숙(叔)주 19)은 말하기를 "천지는 대부모요, 부모는 소천지이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공경하게 하늘을 섬기지 않고, 공경하게 부모를 섬기지 않으리오? 공경하게 부모를 섬기는 것이 공경하게 하늘을 섬기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시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천리의 유통이니, 추모하는 정성이 유연히 절로 생길 것이다. 대개 일찍이 논해보건대, 어린아이가 그 부모를 사랑할 줄 알지 못하는 자가 없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 형을 공경할 줄 알지 못하는 자가 없으니, 이는 천기(天機)가 절로 움직이는 것으로, 양지(良知) 양능(良能)한 효제(孝悌)이다.
장(張) 남헌(南軒)주 20)의 〈장천리명(長天理銘)〉에 이르기를, "천리의 지극함은 오직 인(仁)과 의(義)이다. 인은 단지 효(孝)에 달려 있고, 의는 단지 제(悌)에 달려 있으니, 요순(堯舜)같이 인륜이 지극한 사람으로서도 그 말한 것은 '효제'일 따름이다."라고 했으니, 인의효제(仁義孝悌)가 바로 하늘과 인간이 서로 통하는 의리이다. 삼재(三才)주 21)에 참여하는 것이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품(人品)에는 상하(上下)가 있으니, 어떻게 된 것인가? 태극(太極)의 이(理)는 음양(陰陽)을 낳고, 음양의 기(氣)는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화하여 만물을 낳으니, 인품에 어찌 상하가 없겠는가?
성인(聖人)이 가벼운 것[輕]과 맑은 것[淸]이 위로 가서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重]과 흐린 것[濁]이 아래로 가서 땅이 되는 것을 보고, 도(道)와 기(器)의 나뉨을 내게 되었으니, 도(道)는 곧 형이상자(形而上者)요, 기(器)는 곧 형이하자(形而下者)이다. 도는 그렇게 된 까닭[所以然之故]이며, 기는 음양(陰陽)의 기(氣)이다. 도가 없는 기(器)가 있지 않고, 기가 없는 도 또한 있지 않다. 물(物)마다 존재하지 않음이 없고, 때[時]마다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하늘에는 하늘의 도기(道器)가 있고, 땅에는 땅의 도기가 있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도기가 있고, 물에는 물의 도기가 있다.
도(道)는 양(陽)이니 강건하여 쉼이 없고 만고토록 쉬지 않는다. 기(氣)는 음(陰)이니 영허(盈虛)하고 소식(消息)함이 만년토록 항상 같다. 해와 달을 보면 해는 차 있고 달은 차있지 않다. 때문에 도(道)는 변함이 없고 기(器)는 변함이 있는 것이다. 도(道)는 이(理)이고 기(器)는 기(氣)이니, 나뉘어져서 둘이 되고 합하여져서 하나가 되며,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이다.
사람에게서 관찰해보면 심(心)은 기(器)이고 성(性)은 도이다. 인의(仁義)를 인도(人道)로 삼으면 예(禮)는 이 두 가지 것에 대한 절문(節文)이다. 지(智)는 이 한 가지 것과 이 두 가지 것을 아는 것이니, 천지의 삼재에 참여하는 것 또한 마땅하지 않겠는가? 천지의 삼재에 참여하면 인도가 세워지게 된다.
주석 19)장사숙(張思叔)
북송(北宋) 사람으로 이름은 역(繹). 정이천(程伊川)의 제자이다.
주석 20)장남헌(張南軒)
남송(南宋)의 성리학자인 장식(張栻, 1133~1180)으로, 자는 경부(敬夫)ㆍ흠부(欽夫) 또는 낙재(樂齋), 호는 남헌이다. 주희, 여조겸(呂祖謙)과 함께 '남송삼현(南宋三賢)'으로 불린다.
주석 21)삼재(三才)
천(天)ㆍ지(地)ㆍ인(人)을 가리키는 말로,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하늘의 도(道)를 세움은 음(陰)과 양(陽)이요, 땅의 도를 세움은 유(柔)와 강(剛)이요, 사람의 도를 세움은 인(仁)과 의(義)이니, 삼재를 겸하여 두 번 하였기 때문에 역(易)이 여섯 번 그어서 괘(卦)가 이루어진다.[立天之道曰陰與陽, 立地之道曰柔與剛, 立人之道曰仁與義, 兼三才而兩之, 故易六畫而成卦.]"라고 보인다.
初五日 丙申
【柔兆涒灘】。陰而風。風寒雪。人論。
人參天地爲三才。 以其仁義之道也。孔子曰。 "天道陰陽。 地道剛柔。 人道仁義也"。 以此觀之。 參三之道。 非仁義乎? 然則仁是生生之理也。曾子曰。 "父母。 全而生之。" 不但身體髮膚。 兼以心中所具之天理也。心之虛靈。 具五性。 五性卽理也。 理卽太極也。太極卽天地造化樞紐根柢。 而人之生理。 天地自然之理。 上下流通之化也。張思繹云。 "天地大父母。 父母小天地" 豈不以敬事天。 敬事父母? 敬事父母。 敬事天。自父母以至始祖。 皆天理之流通。 追慕之誠。 油然自生矣。 盖嘗論之。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 是天機自動。 良知良能之孝悌也。南軒長天理銘曰。 "天理之至。 惟仁與義。仁只在孝。 義只在悌。 以堯舜人倫之至。 其爲道孝悌而已 。"則仁義孝悌。 卽天人相通之義。參於三才。 不期然而自然。然人品有上下。 何爲也? 太極之理生陰陽。 陰陽之氣。 千變萬化而生萬物。 則人品豈無上下乎? 聖人觀輕淸上爲天。 重濁下爲地。 做出道器之分。道卽形而上者也。 器卽形而下者也。 道則所以然之故也。 器卽陰陽之氣也。未有無道之器。 亦未有無器之道也。無物不在。 無時不然。 在天有天之道器。 在地有地之道器。在人有人之道器。 在物有物之道器。道陽也。 剛健不息。 亘萬古不息。 器陰也。 盈虛消息。 亘萬古如常。觀日月。 日實也。 月闕也。 故道不變器有變。道是理。 器是氣。 分而爲二。 合而爲一。 一而二。 二而一者也。觀於人。 心是器也。 性是道也。仁義爲人道。 則禮是節文。 斯二者。智是知斯一者斯二者。 參天地三才。 不亦宜乎? 參天地三才。 人道立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