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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7년(정묘) / 11월(十一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2.0001.TXT.0002
30일(신묘)
-중광단알(重光單閼)-. 오늘은 동지(冬至)이다. 날씨가 흐리고 서풍이 크게 불었으며 밤에 눈이 내렸다. 〈동지〉시를 읊었다.
일양(一陽)주 5)이 처음 움직이는 해의 벽두,(一陽初動歲之頭)
그것의 유래는 박이 떨어지는 때부터지.(其漸由來剥落秋)
집집마다 팥죽 끓여먹으니 좋은 계절이고,(豆粥家家時節好)
곳곳이 폐관하니 나그네 수심이로다.(閉關處處旅人愁)
재계하고 의관 갖춰 엄숙히 제사 받들며,(齊明盛服嚴承祭)
목욕하고 몸 가린 후 고요히 그윽한 곳 마주하네.(沐浴掩身靜對幽)
기화(氣化) 유행(流行)이 이로부터 시작되니,(氣化流行從此始)
춘풍(春風)이 머지않아 신주(神州)주 6)에 당도하리라.(春風不遠到神州)

석진(奭鎭)이 맹자(孟子)가 말한 '성선(性善)'이라는 말에 대하여 물었다. (내가) 답하여 말하길, "《집주(集註)》에서 이미 말하기를, '성(性)이란 사람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아 생겨나는 이(理)로서, 혼연(渾然)하고 지극히 선하여 일찍이 악(惡)이 있지 않았
다.'고 했고, 정자(程子)는 말하기를, '성은 곧 이[性卽理]이다.' 고 했으니, 대개 성은 본래 성탕(成湯)주 7)의, '황상제(皇上帝)가 아랫사람들에게 충(衷)을 내려주시어, 항성(恒性)이 있게 되었다.주 8)'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그 후 공자(孔子)가 《역(易)》〈문언(文言)〉전에서 말하기를, '일음일양(一陰一陽)을 도(道)라 하고, 그것을 잇는 것이 선(善)이요 그것을 이루는 것이 성(性)이다.'고 했고,《논어[魯論]》에서 또 말하기를, '성은 서로 가깝지만 습관에 의해 항상 멀어진다.'주 9)고 했으며, 한(韓) 퇴지(退之)는 말하기를, '성에는 3품이 있으니, 순자(荀子)주 10)양웅(楊雄)주 11)이 혹은 악한 것이라고 하고 혹은 선악이 섞인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횡거선생(橫渠先生)은 '본연과 기질의 구분이 있다.'고 했다. 이것과 저것을 절충해보면, 맹자가 '성선'이라고 말한 것은 《주역》〈문언〉의 '그것을 잇는 것이 선이요, 그것을 이루는 것이 성이다'에서 근본하였고, 그 본연인 것을 가리킨 것이니, 그것이 크게 성문(聖門)에 공이 있는 것을 믿을 수 있다."라고 하였다.
주석 5)일양(一陽)
음력 10월에 음(陰)이 다하고 11월 동지(冬至)에 생긴다는 일양(一陽)을 말한다.
주석 6)신주(神州)
도성을 가리킨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추연(鄒衍)이 중원(中原) 지방을 '신주적현(神州赤縣)'이라고 일컬은 데에서 유래하였다.
주석 7)성탕(成湯)
중국 은(殷)나라의 탕왕(湯王). 신하의 신분으로 임금이었던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을 정벌하고 나라를 세웠다. 《서경(書經)》 〈중훼지고(仲虺之誥)〉에 "성탕이 걸왕을 남소에 유폐시키고는 마음속으로 부끄럽게 느끼면서 말하기를 '나는 후세에 나를 구실로 삼아서 신하가 제멋대로 임금을 정벌할까 두렵다.'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
주석 8)황상제가 …… 되었다
《서경》 〈탕고(湯誥)〉에 "황상제가 아랫사람들에게 충(衷)을 내려주어, 항성(恒性)이 있게 되었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를 가리킨다.
주석 9)성(性)은 …… 멀어진다
원문 '性相近也, 習常遠'은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나오는 '性相近也, 習相遠也.'를 가리키는 것으로, '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관으로 인하여 서로 멀어진다.' 라는 뜻이다.
주석 10)순자(荀子)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유학자 순황(荀況)이다. 그의 사상서도 《순자(荀子)》로 20권인데, 예치주의(禮治主義)를 강조하고 성악설(性惡說)을 담고 있어 유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후에 한비자(韓非子) 등이 계승하여 법가(法家) 사상을 낳았다.
주석 11)양웅(楊雄)
양웅은 한(漢)나라 성도(成都) 사람으로 자(字)는 자운(子雲). 성제(成帝) 때에 경전(經典)의 장귀(章句)에 훈고(訓詁)를 찍어 훈고학의 길을 열었다.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에 대하여 양웅은 사람의 본성은 선과 악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서에 《태현경(太玄經)》, 《양자법언(楊子法言)》, 《방언(方言)》, 《훈찬(訓纂)》 등이 있음. 뒤에 신(新)나라의 왕망(王莾) 밑에서 벼슬했다.
三十日 辛卯
【重光單閼】 是日卽冬至也。日氣陰陰。 西風大吹。 夜雪。冬至吟。

一陽初動歲之頭。其漸由來剥落秋。豆粥家家時節好。閉關處處旅人愁。齊明盛服嚴承祭。沐浴掩身靜對幽。氣化流行從此始。春風不遠到神州

奭鎭問。 孟子道性善之言。答曰。 "《集註》旣曰。 '性者。 人所稟於天。 以生之理也。 渾然至善。 未嘗有惡。' 程子曰。 '性卽理也。' 盖性本出於成湯。 惟皇上帝降衷于下民。 若有恒性之言。 而其後孔子《易》〈文言〉曰。 '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 成之者性。' 《魯論》又云。 '性相近也。 習常遠。' 退之曰。 '性有三品。 也。 或云惡或云善惡混。' 橫渠先生。 '有本然氣質之分'。 以此以彼折衷焉。 則孟子'性善'之言。 盖本於《易》〈文言〉。 '繼之者善。 成之者性'。 而指其本然者也。 其大有功於聖門也。 信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