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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2년(임술)
  • 윤 5월(閏五月)
  • 27일(경인)(卄七日 庚寅)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2년(임술) / 윤 5월(閏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1.0005.TXT.0001
27일(경인)
초복날이다. 가뭄이 매우 심했다. 근심을 감추기가 어렵기에 산수에 대해 즐거움을 억제하고 나의 토지 천수답(天授畓) 보(洑) 위에 이르러 물에서 목욕하고 바위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어디선가 우레소리도 아니고 빗소리도 아닌 소리가 문득 들리기에 살펴보니 곧 벌떼였다. 하늘에서 내려와 머리 위에 떠 있다가 갑자기 옆에 있는 소나무 위로 모여들었다. 적삼으로 그것을 덮고 아들을 불러서 그것을 받아서 뜰 위에다 잘 봉하게 하였다. 이어서 탄식하길, "사사로운 마음에도 응하는 것이 이와 같은데, 공공의 마음에 응하는 것은 과연 어떠하겠는가?"라고 하고, 곧바로 글을 쓰길, "하늘이 벌떼를 내려준 것은 한 바탕 비를 내려준 것만 못하다."라고 하였다. 다음날 9일에는 기쁜 비가 흡족하게 내려서 사람들과 함께 즐겼다.
卄七日 庚寅
卽初伏也。日旱滋甚。 難堪隱憂。 以山水之樂寬抑。 而至於己土天授畓洑上。 浴乎水而風乎岩。 有聲非雷非雨。 而忽至。 審視之乃蜂群。自天以降。 浮於頭上。 忽集在傍松樹。以衫覆之。 招家兒。 護封于庭上。因歎曰。 "私心所應如此。 公心所應果何如?" 卽作書曰。 "天授群蜂。 不如一雨賜。" 翌九日喜雨洽注。 與人同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