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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병진)(二十二日 丙辰)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2년(임술) / 5월(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1.0004.TXT.0004
22일(병진)
맑음. 《주역(周易)》〈복괘(復卦)〉를 보았는데, 단전(彖傳)에서 '복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復其見天地之心乎]'의 주석에서

소자(邵子, 소옹)는 시에서 말하기를,
동짓날 자시의 반에는,(冬至子之半)
천심은 움직이지 않으나,(天心無改移)
일양이 처음 움직이는 곳이며,(一陽初動處)
만물이 아직 생겨나지 않은 때로다.(萬物未生時)

현주의 맛은 바야흐로 담박하고,(玄酒味方淡)
대음의 소리는 바로 드문 것.(大音聲正希)
만약 이 말 믿지 못하겠거든,(此言如不信)
다시 복희씨에게 물어보소.(更請問包羲)

라고 하였고, 주자는 시주 32)에서 말하기를,(朱子詩曰)

홀연히 한밤중의 한 소리 우레에,(忽然半夜一聲雷)
만호 천문이 차례로 열리네.(萬戶千門次第開)
무(無) 속에 유(有)가 있는 곳을 알면,(識得無中含有處)
그대가 복희씨 만나고 온 것을 인정하겠노라.(許君親見伏羲來)

라고 하였다.

〈금소정 원운시에 차운하다〉(次琴嘯亭原韻)
대밭 속의 정자가 물과 산에 통해 있으니,(篁裏亭通水與山)
주인옹의 신세 백 년 동안 한가롭네.(主翁身勢百年閒)
때로 읊조리는 곳에 3자짜리 가야금 두고,(有時嘯處琴三尺)
생계를 헤아리지 않고 몇 칸 집을 지었네.(不計生涯屋數間)
물외에 대한 그윽한 정은 별업[별서]으로 돌리고,(物外幽情還別業)
숲속에서 종일토록 사립문을 잠가두네.(林間終日掩柴關)
망천(輞川)주 33)의 밝은 달이 이제 서로 비추니,(輞川明月今相照)
옛 가락과 솔바람이 번갈아가며 이어지네.(古調松風繼復彈)
주석 32)주자의 시
이 시는 주희의 〈원기중이 계몽을 논한 것에 답하여[答袁機仲論啓蒙]〉 이다.
주석 33)망천(輞川)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가 별장을 세운 곳이다.
二十二日 丙辰
陽。看《周易》〈復卦〉。 彖傳。 '復其見天地之心乎'。註邵子之詩曰。
冬至子之半。天心無改移。一陽初動處。萬物未生時。玄酒味方淡。大音聲正希。此言如不信。更請問包羲。

朱子詩曰。

忽然半夜一聲雷。萬戶千門次第開。識得無中含有處。許君親見伏羲來。

〈次琴嘯亭原韻〉
篁裏亭通水與山。主翁身勢百年閒。有時嘯處琴三尺。不計生涯屋數間。物外幽情還別業。林間終日掩柴關。輞川明月今相照。古調松風繼復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