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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을묘)(二十一日 乙卯)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2년(임술) / 5월(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1.0004.TXT.0003
21일(을묘)
잠깐 비. 향촌(香村)이 보여주었던 '태극(太極)이 동정(動靜)을 머금고 있다고 하면 옳지만 동정이 있다고 하면 옳지 않다.'는 말씀에 홀연히 느끼는 것이 있었다. 대저 태극은 은미하기로는 이보다 은미한 것이 없고, 크기로는 이보다 큰 것이 없지만,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들을 수도 없으니, 생(生)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可)하겠는가? 인(仁)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도(道)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덕(德)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경(敬)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성(誠)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이(理)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선(善)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정(精)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진(眞)으로써 말 하는 것이 가하겠는가?
그러나 이 이치는 여전히 존재하니, 천지인물(天地人物)이 생겨나기 전에 이것이 있었고, 천지인물이 이미 생겨난 후에도 이것이 있어서, 만 가지 변화의 근원이 된다. 기가 이르면 동정(動靜)을 하게 되고, 동정을 하면 음양(陰陽)이 있게 되고, 음양이 있으면 상(象)이 있게 되고, 상이 있으면 상 가운데 소이연지고(所以然之故)가 있을 것이다.
향촌이 세상에 있지 않으니 어디에 그것을 물을까? 주자(朱子)는 "태극은 이(理)이다."라고 했으니 참으로 옳다. 이(理)는 무형(無形)이지만, 기(氣)는 자취가 있고, 자취가 있으면 상이 있다. 지극히 드러난 것은 상이고, 지극히 은미한 것은 이이다. 그렇다면 이기(理氣)는 본래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이는 은미하고 기는 드러나니, 드러난 것으로 인하여 은미한 것을 안다. 은미한 것이 앞이고 드러나는 것은 뒤이기 때문에 기가 이르면 동정을 하게 된다. 기도 밖으로부터 이른 것이 아니다. 이가 어찌 지극히 높고 짝이 없지 않겠는가? 이(理)이면 태극(太極)이니, 태극이면 무극(無極)이고, 무극이면 태극이다. 지극함의 본원이요, 만 가지 변화의 추뉴(樞紐)이다.
二十一日 乙卯
乍雨。忽感香村所示。 太極含動靜。 則可。 有動靜。 則不可之敎。大抵太極微莫微大莫大。 無聲臭之可聞。 生以言之。 可乎? 仁以言之。 可乎? 道以言之。 可乎? 德以言之。 可乎? 敬以言之。 可乎? 誠以言之。 可乎? 理以言之。 可乎? 善以言之。 可乎? 精以言之。 可乎? 眞以言之。 可乎? 此理尙存。 天地人物未生之前。 有之。 天地人物已生後。 有之。 爲萬化之原。氣至則動靜。 動靜則陰陽。 陰陽則有象。 有象則象中所以然之故歟。香村不在世。 則何處問之哉。子朱子曰 "太極理也。" 信哉。理無形而氣有迹。 有迹則有象。至著者象也。 至微者理也。然則理氣本一而二。 二而一者也。理微氣著。 因著而知微。微者先而著者後。 故氣至而動靜。 非氣自外而至者也。 理何不至尊無對乎? 理則太極也。 太極則無極。 無極則太極。極本窮原。 爲萬化之樞紐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