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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2년(임술)
- 3월(三月)
- 19일(계축)(十九日 癸丑)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2년(임술) / 3월(三月)
19일(계축)
맑음. 본향 장동(獐洞)에서 사문(斯文) 이희채(李凞采)가 방문했다고 한다.
연전에 〈간재(艮齋)주 2)의 성사심제(性師心弟)주 3)시에 차운하여〉라는 시, 즉 "성(性)은 명을 받아 사(師)가 되고, 심(心)은 가르침을 받으니 제(弟)가 되네. 생이지지(生而知之) 이하의 자질은 도문학(道問學)을 해야 하네."의 구절을 지어 간재에게 여쭈니, 흡연(歙然)하게 칭찬하며 동지로써 허락하였다. 세상에는 분명치 못하고 얼버무린 것이 많아 혹 시비가 있을까 싶기 때문에 다시 "성은 명과 합하여 사(師)가 되고, 심은 곧 가르침을 받으니 제(弟)가 된다. 생이지지와 안이행지(安而行之) 이하의 사람은 모두가 배워야 하네."라고 했다고 하기 때문에 기록한다.
이희채(李熙采)의 14대조인 양성재(養性齋) -휘는 관식(寬植)- 의 가장(家狀) 안에 임금이 삼종조 효정공(孝靖公) 정간(貞幹)에게 하사한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世守仁敬)'이라는 8자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기록한다.
〈3월 그믐에 봄을 전별하는 시〉(三月晦日餞春韻)
3월 30일이라,(三月旬爲三)
내일 아침은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겠지.(明朝風自南)
온갖 꽃은 시들어 곧 떨어지고,(百花殘乃褪)
수많은 나무는 푸르기가 쪽빛 같아지리.(萬樹碧如藍)
북두의 자루가 진사(辰巳)방주 4)의 가운데 자리하고,(斗柄中辰巳)
사계(沙鷄)주 5)는 누에잠 재촉하겠구나.(沙鷄促蟄蚕)
천시는 어찌할 수 없으니,(天時無可奈)
봄을 전별하는 일 누가 진정 감내하리.(春餞正誰堪)
- 주석 2)간재(艮齋)
- 전우(田愚, 1841~1922)를 말함. 초명은 경륜(慶倫)ㆍ경길(慶佶), 자는 자명(子明), 호는 간재(艮齋)ㆍ추담(秋潭)ㆍ구산(臼山), 본관은 담양이다.
- 주석 3)성사심제(性師心弟)
- 간재 전우(田愚)는 성(性)을 리(理)로 파악하고 심(心)을 기(氣)로 파악하는 전통적인 기호학파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심(心)을 리(理)로 파악하는 학설에 맞서기 위해 '성사심제설(性師心弟說)', '성존심비설(性尊心卑說)' 등의 독특한 학설을 제기하였다.
- 주석 4)진사(辰巳)방
- 동남방을 말한다.
- 주석 5)사계(沙鷄)
- 베짱이. 《시경》 〈빈풍(豳風)ㆍ칠월(七月)〉에서 "6월이 되면 베짱이가 깃을 비벼서 소리를 낸다.[六月莎雞振羽]"라고 하였다.
十九日 癸丑
陽。本鄕獐洞李斯文凞采來訪云。
以年前次艮齋性師心弟韻。 "性爲受命師。 心是承敎弟。生知以下資。 道問學來底"句。 稟於艮齋。 則歙然稱賞。 以同志許之。世多含糊。 恐或有是非。 故復以"性爲合命師。 心乃承敎弟。生安以下人。 摠是學來底"云。 故記之。
李熙采十四代祖。 養性齋諱寬植家狀。 有御賜三從祖孝靖公諱貞幹。 '家傳忠孝世守仁敬'八字。 故特記。
〈三月晦日餞春韻〉
三月旬爲三。明朝風自南。百花殘乃褪。萬樹碧如藍。斗柄中辰巳。沙鷄促蟄蚕。天時無可奈。春餞正誰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