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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계미)(十六日 癸未)

서암일기(棲巖日記) / 1921년(신유) / 8월(八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0.0002.TXT.0001
16일(계미)
순창(淳昌) 남계(南溪)주 4)에 사는 유환동(柳煥東) -자는 문호(文浩)- 이 방문하여 함께 서정(西亭)주 5)에 사는 이(李) 도사(都事) 사랑(舍廊)에 놀러 갔다. 《송서백선(宋書百選)》 중 〈영서연설(郢書燕說)〉주 6)과 또 송자(宋子)의 서간사(書簡辭)에 대해 토론하였으므로 기록한다.

〈어떤 이가 물고기 두 마리를 보내줌에 사례하다〉(謝人送二魚)
두 마리 물고기는 감사하고 감사하네.(二魚荷荷)
옛날에 정(鄭) 강성(康成)주 7)이란 이가,(昔康成)
'양이 채소밭을 밟는다.' 하였으니,(羊踏蔬畦)
이것은 기이한 일이었네.(亦是奇事)
지금 아우의 물고기가 채소밭에서 뛰고 있으니,(今弟之魚躍蔬畦)
기이한 중에 더욱 기이하구려.(奇中尤奇)

〈스스로 노패(老悖)를 말하다〉(自言老悖)
마당을 나가고 들어오며,(庭除出入)
칠전팔도(七顚八倒)하네.(七顚八倒)
아들과 손자, 어린 종들(兒孫僮僕)
간혹 그 이름도 잊어버리니(或失其名)
채찍질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늙은 소와 같구나.(如老牛之鞭不起)

〈금산 반남박씨 3세 충의재의 시를 짓다〉(錦山潘南朴氏三世忠義齋韻)
만고 강상(綱常)에 의기(義氣) 맑으니,(萬古綱常義氣淸)
그 원류는 봉영(逢迎)하러 나왔네.(其源流出在逢迎)
무릇 일은 마땅히 이치 따라 정해야 하는 법,(凡事要當循理定)
인(仁)을 어찌 꼭 살신으로만 이룰 것인가.(惟仁奚特殺身成)
충과 효를 어찌 번거롭게 나눌 필요 있을까,(爲忠爲孝分何紊)
나라와 집안에서 정밀히 택해야 하리.(於國於家擇以精)
한 가문에 세 사람이 충효를 다 했으니,(一門三得雙全地)
명교(名敎)는 천년이 지나도 명성이 있네.(名敎千秋亦有聲)

〈효부 엄씨(嚴氏) 명설〉
대저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원이고 6행(六行)주 8)의 으뜸으로 어린아이도 그 부모를 사랑할 줄 모르는 자가 없으니, 양지양능(良知良能)주 9)으로 확충하여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이다.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은 위대하고 지극함에 도달한 것이다. 천자(天子)로부터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자취는 비록 같지 않으나, 부모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비로소 하나의 법도로 같아진다. 남자가 이를 확충하여 임금을 섬기면 충신(忠臣)이 되고, 여자가 이를 확충하여 시부모를 섬기면 효부(孝婦)가 된다.
시대가 내려옴에 따라 풍속이 점차 퇴폐하여 이륜(彝倫)이 무너졌으니, 충신과 효자를 들어 보기 힘든데, 신유년(辛酉年) 가을 8월 29일 고인(故人) 황모(黃某)가 나를 찾아와 낱낱이 말하길, 그 며느리가 평소 효행이 있는데 불행히 단명해서 죽었다고 하면서 울먹이면서 나에게 한마디 말로 기록해줄 것을 청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어떤 특이한 행실이 있는가?"라고 물으니 말하기를, "사람이 부모와 형제의 말에 끼어들지 않았고, 향당(鄕黨)에서는 효부라고 칭송하고 상을 주었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생각하기를, '대저 민(閔) 자건(子騫)은 성문(聖門)의 고제(高弟)로서 이러한 행실이 있으니 공자께서 아름답게 여겼다. 효부(孝婦)는 한문(寒門)의 소부(少婦)로서 이러한 행실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다. 어찌 그러한가?'라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시집온 후로는 집안사람으로서 마땅하여 공봉(供奉)하는 일이나 혼정신성(昏定晨省)하는 예절에 대해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습니다."라고 하니, 이것은 자질이 아름답고 학문이 뛰어난 자도 이와 같지 못하는데, 하물며 깊은 규방(閨房)에 있는 몸으로도 그러하니, 어찌 그러한가? 그 소이연은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니, 바로 하늘에서 부여한 성품이다.
동해(東海)의 효부 시어머니는 효부가 죽자 그 며느리를 위문하고자 했고, 지금 이 효부의 시아버지는 늙었어도 그 며느리를 절실히 애통해하니, 고금 인정의 덕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감히 사양하지 않고 드디어 설(說)을 지었다. 또 따라서 명을 하여 이른다.

사람의 사람이 되어서는(人之爲人)
사람의 이름을 더럽힘이 없었고,(無忝人名)
본래의 그 위치에 맞게(故素其位)
각기 한 선행을 했네.(各一善行)
성정이 발랐으니,(情性之正)
이에 떳떳한 도리를 지킨 것이고,(玆守之常)
성인의 명교를 준수하였으니,(遵聖名敎)
영원히 풍성이 세워지리.(永樹風聲)

〈삼가 모효정의 시를 차운하다〉(敬次慕孝亭原韻)
-영암 금정면 효리의 김해김씨는 4대가 봉군되었고 3세에 걸쳐 효가 이어졌다.-
정자 이름과 마을 이름이 효(孝)로서 이뤄졌으니,(亭號里名孝以成)
이륜이 이로부터 찬란하게 밝아졌네.(彛倫從此粲然明)
조상은 곧 네 분이 군이고 삼대가 덕행 있으니,(祖乃四君三世德)
백행에서 근원함이라 일가가 유명해졌네.(原乎百行一家聲)
유래한 자손들도 정성이 어찌 그치랴,(由來子姓誠何已)
칭송하는 후인의 시 또한 맑기만 하네.(稱述後人韻亦淸)
만약 천하 사람들도 이 모효정을 본받게 할 수 있다면,(若令天下因斯慕)
비단 우리나라만 태평을 누릴 뿐 아니리.(非但靑邱樂太平)
주석 4)순창(淳昌) 남계(南溪)
전라북도 순창군 금과면 남계리를 말한다.
주석 5)서정(西亭)
현재는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산정리이다.
주석 6)영서연설(郢書燕說)
천착(穿鑿)하여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말을 가리킨다. 초(楚) 나라 사람이 연(燕) 나라 정승에게 국서(國書)를 보내려고 밤에 국서를 쓰다 보니 불이 밝지 않았다. 그러자 촛불을 들고 있는 자에게 "촛불을 들라.[擧燭]" 하고는 그대로 국서 안에 '거촉(擧燭)'이란 두 글자를 썼는데 거촉은 물론 국서의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국서를 받은 연 나라 정승은 설명하기를 "거촉은 밝음을 숭상한 것이니 밝음을 숭상하는 자는 어진 이를 천거하여 맡길 것입니다."고 왕에게 아뢰자, 왕이 크게 기뻐하여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
주석 7)정강성(鄭康成)
후한(後漢) 때의 학자인 정현(鄭玄)을 가리킨다. 강성은 그의 자(字)이다. 후한 말기에 덕을 숨긴 채 출사(出仕)하지 않았으며, 《주례》, 《의례》, 《예기》, 《시경》, 《주역》 등을 주석하여 한대(漢代)의 경학(經學)을 집대성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석 8)육행(六行)
육행은 효(孝)ㆍ우(友)ㆍ목(睦)ㆍ인(婣)ㆍ임(任)ㆍ휼(恤)이다. 《주례(周禮)》 지관(地官) 대사도(大司徒)에, "향(鄕)에서 삼물(三物)로써 만민을 교육하여 빈례(賓禮)로 천거한다. 첫째는 육덕(六德)인데 지(知)ㆍ인(仁)ㆍ성(聖)ㆍ의(義)ㆍ충(忠)ㆍ화(和)요, 둘째는 육행(六行)이다. 셋째는 육예(六藝)인데 예(禮)ㆍ악(樂)ㆍ사(射)ㆍ어(御)ㆍ서(書)ㆍ수(數)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9)양지양능(良知良能)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나오는 말로, 배우지 않고도 알고 행할 수 있는 천부적인 지능(知能)을 말한다.
十六日 癸未
淳昌南溪柳煥東來訪。 字文浩。 伴遊西亭都事舍廊。討論《宋書百選》中。 〈郢書燕說〉。 又及宋子書簡辭。 記之。

〈謝人送二魚〉
二魚荷荷。昔康成。羊踏蔬畦。亦是奇事。今弟之魚躍蔬畦。奇中尤奇

〈自言老悖〉
庭除出入。七顚八倒。兒孫僮僕。或失其名。如老牛之鞭不起

〈錦山潘南朴氏三世忠義齋韻〉
萬古綱常義氣淸。其源流出在逢迎。凡事要當循理定。惟仁奚特殺身成。爲忠爲孝分何紊。於國於家擇以精。一門三得雙全地。名敎千秋亦有聲。

〈孝婦嚴氏銘說〉
夫孝百行之源。 六行之首。 而自孩提無不知愛其親之。 良知良能擴充。 而善事親者也。善事親者。 有大達至焉。自天子至於庶人。 迹雖未同。 自愛親始同一揆也。男子推之。 事君則忠臣也。 女子推之。 事舅姑則孝婦也。世降俗末。 彛倫惟斁。 忠臣孝子。 罕有所聞。而辛酉之秋。 八月小晦。 故人黃某。 叩門歷敍。 其媳婦素有孝行。 而不幸短命死矣。飮泣請余一言 以記之。余曰。 "有何特之行乎?" 曰。 "人不間於父母昆弟之言。 鄕黨以孝婦稱賞。余思。 '夫子騫。 聖門高弟。 有此之行。 而夫子美之。孝婦。 寒門少婦。 有此之行。 其然。 豈其然乎? 又曰。 "自于歸之後。 宜乎家人。 至於供奉之節。 定省之禮。 一無少違。 此是資質之美。 學問之優。 未能如此。況深閨幽閒之身其然。 豈其然乎? 其所以然。 自然之習。 卽天賦之性也。東海孝婦之姑。 死而欲慰其婦。今玆孝婦之舅。 老而切哀其婦。古今人情之德。 於此可見。 故不敢辭。 而遂爲之說焉。又從而銘之曰。

人之爲人。無忝人名。故素其位。各一善行。情性之正。玆守之常。遵聖名敎。永樹風聲。

〈敬次慕孝亭原韻〉
靈巖金井面孝里。 金海金氏。 四代封君。 三世連孝。】
亭號里名孝以成。彛倫從此粲然明。祖乃四君三世德。原乎百行一家聲。由來子姓誠何已。稱述後人韻亦淸。若令天下因斯慕。非但靑邱樂太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