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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四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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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1년(신유)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0.0001.TXT.0001
7일(정축)
〈마당가의 꿀벌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읊다〉 (觀庭邊蜂感吟)
마당가 벌레 중에 벌 있나니,(庭邊虫有蜂)
진실로 군신간에 봉해진 것이네.주 1)(眞是君臣封)
누가 이 속에 의가 있음을 알랴.(誰識此中義)
요순과의 만남을 깊이 원하노라.(願深堯舜逢)

〈손서 이병종의 차운시〉(孫壻李丙種賡韻)
봄이 옴에 벌들 저절로 시끄러운데,(春來自喧蜂)
그 집안사람들 공손하게 분봉하네.(其家人敬封)
천지사방 산수 간에는,(四方山水間)
온갖 꽃들 활짝 펴 영접하네.(百花多發逢)

고공(雇工)이 도망을 가버렸기 때문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였다. 수고로이 기록하면서 보내자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전에 본 것을 기록한다.

물(物)에 있는 것은 이(理)가 되고, 물에 처하는 것은 의(義)가 된다. 지금 보건대, 주자가 말한 '성즉리(性卽理)'란 물에 있는 것을 성(性)이라 바꿔 말한 것이고, 일[事]에 있는 것을 이(理)라 바꿔 말한 것이다.

또 전날 놀러 나가서 지은 것을 기록한다.

세상 피해 한가히 사는 자 날마다 뜰 거닐지만,(遯世閑居日涉園)
굴러다니는 쑥대의 발걸음은 바람에 뒤집히는 듯.(轉蓬一步若風翻)
배를 따라 반곡(盤谷)주 2)에서 샘의 근원 살펴보고,(船從盤谷觀泉脉)
다시 양강(羊江)을 건너 물줄기 거슬러 올라가네.(更渡羊江泝水源)
지나다가 사문(師門)에 들어가니 서책이 상자에 가득하고,(因過師門書滿篋)
멀리 시골 주막에 들어서니 술이 술동이에 가득하다.(遠投野店酒盈樽)
계림(桂林)주 3)에 돌아오는 길을 붕우가 만류하니,(桂林回路朋相挽)
비에 막혀 아득한데 날은 또 저무누나.(滯雨悠然日又昏)

〈또〉(又)
우연히 친구가 동산을 방문하니,(偶然來訪故人園)
자동 꽃 시들어 밤이슬에 흔들린다.(花老刺桐夕露翻)
친구의 흉금은 물처럼 맑고,(才子衿期淸許水)
스승 높이는 교도(敎道)는 근원에서 노닌다.(尊師敎道遊於源)
여러 해 쌓인 정은 이제 시를 쓰고,(積歲情懷今用律)
덕을 쌓은 가풍은 자주 술잔 든다네.(種德家風數擧樽)
비에 막혀 지리한 것은 하늘이 시키는 것,(滯雨支離天使是)
은근히 손 맞잡으니 또 해질녘이구나.(慇懃握手又黃昏)
주석 1)진실로 ……것이네
벌과 개미에게는 본디 군신(君臣)의 의리가 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중용혹문(中庸或問)》 상권(上卷)에 "범과 승냥이에게 부자간의 친함이 있고, 벌과 개미에게 군신간의 의리가 있고, 승냥이와 수달이 조상에게 제사할 줄을 알고, 징경이에게 암수의 분별이 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그 형기가 한편으로 치우친 반면에 또 의리의 얻은 바를 보존한 것이 있다.[至於虎狼之父子, 蜂蟻之君臣, 豺獺之報本, 雎鳩之有別, 則其形氣之所偏, 又反有以存其義理之所得.]"라고 하였다.
주석 2)반곡(盤谷)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를 가리킨다. 한유(韓愈)가 태항산(太行山) 남쪽의 반곡으로 돌아가는 벗 이원(李愿)을 전별하는 뜻에서 지은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란 글이 있다.
주석 3)계림(桂林)
문인들의 사회를 비유적으로 지칭한 것이다.
初七日 丁丑
〈觀庭邊蜂感吟〉
庭邊虫有蜂。眞是君臣封。誰識此中義。願深堯舜逢。

〈孫壻李丙種賡韻〉
春來自喧蜂。其家人敬封。四方山水間。百花多發逢

以雇工逃躱之。 故未得移秧。勞錄而過。 有所思而記前見。

在物爲理。 處物爲義。今見。 朱子曰'性卽理'也。 在物喚做性。 在事喚做理也。

〈又記。 前日出遊作。〉
遯世閑居日涉園。轉蓬一步若風翻。船從盤谷觀泉脉。更渡羊江泝水源。因過師門書滿篋。遠投野店酒盈樽。桂林回路朋相挽。滯雨悠然日又昏。

〈又〉
偶然來訪故人園。花老刺桐夕露翻。才子衿期淸許水。尊師敎道遊於源。積歲情懷今用律。種德家風數擧樽。滯雨支離天使是。慇懃握手又黃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