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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9년(기미)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8.0010.TXT.0002
17일(갑오)
맑음. 《성리대전(性理大全)》을 보고 성명(性命) 부분을 기록하였다.
정자(程子)는 "하늘에 있는 것을 명(命)이라고 하고, 사람에게 있는 것을 성(性)이라고 하며,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성과 명과 도라고 하는 것은 각각 담당하는 바가 있다.[在天曰命, 在人曰性, 循性曰道。性也, 命也, 道也, 各有所當]"라고 말했고, 양(楊) 귀산(龜山)주 45)은 "성은 천명(天命)이고, 명은 천리(天理)이다. 도는 성명의 이치일 따름이니, 맹자가 성선을 말한 것은 대개 여기에서 근원한다.[性天命也, 命天理也。道則性命之理而已, 孟子道性善, 蓋原於此]"라고 말했으며, 주자는 "이(理)라는 것은 하늘의 체(體)요, 명(命)이라는 것은 이(理)의 용(用)이다. 성(性)은 사람이 받은 것이요, 정(情)은 성의 용(用)이다.[理者天之體, 命者理之用. 性是人之所受, 情是性之用]"라고 하였다. 오임천(吳臨川, 오징(吳澄))은 "선한 것은 하늘의 도이며 사람의 덕이다. 하늘의 도는 무엇이 선한가? 원형이정이 사시로 유행하니 이를 일러 명이라고 한다. 사람의 덕은 무엇이 선한가? 인의예지(仁義禮智)가 한 마음에 구비되어 있으니 성이라고 하며 이것이 선이다.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은 공공하여 사사롭지 않으며, 사람이 하늘로부터 받은 것은 모두 같고 다르지 않다. 비록 혹 기질이 나란하지 않더라도 그 선에 있어서는 한 가지이다.[善者天之道人之德也。天之道, 孰爲善? 元亨利貞, 流行四時, 而謂之命也。人之德, 孰爲善? 仁義禮智, 備具一心, 而謂之性是善也。天之付於人者, 公而不私, 人之受於天者, 同而不異。雖或氣質之不齊, 而其善則一也。]"라고 말했고, 또 "성의 근본을 명이라고 하고, 성의 자연스러운 것을 천이라고 한다. 자성에서 형체가 있는 것을 심(心)이라고 하고, 자성에서 경계가 있는 것을 정이라고 하는데 모두 한 가지이다.[性之本謂之命, 性之自然者謂之天。自性之有形者, 謂之心, 自性之有邊者, 謂之情, 皆一也。]"라고 말했다. 본연의 성에 대해서 〈탕고(湯誥)〉주 46)에서는 "위대한 상제께서 아래 백성들에게 치우침이 없이 명을 내려 주셨으니, 항성(恒性)이 있는 것 같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라고 했고, 〈계사전〉에서는 "한 번 음(陰)하고 한 번 양(陽)하는 것을 도라고 하니, 그것을 잇는 것이 선이요, 그것을 이루는 것이 성이다.[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 成之者性]"라고 했다. 《중용》에서 말하는 '천명지성(天命之性)', 맹자가 말하는 '성선(性善)', 주자가 말하는 '하늘이 사람을 낳음에 인의예지의 성을 두지 않음이 없다.'주 47)는 말, 또 '성즉리(性卽理)' 라는 말은 모두 성의 본연을 가리킨 것이다.

〈기질지성(氣質之性)〉
《성리대전(性理大全)》에서 이르기를, "장자(張子, 장재)가 천지지성(天地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을 나누면서 제자(諸子)의 설들이 비로소 정해지게 되었다."라고 했다.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천지지성이 있고 기질지성이 있는데, 천지지성은 태극 본연의 오묘함으로 수만 가지로 달라지지만 근본은 하나이다. 기질지성은 두 기(氣)가 번갈아 운용하여, 하나의 근본에서 생기지만 만 가지로 달라진다."고 했다.
생각건대, 성인(聖人)의 기질은 청명하여 기품(氣稟)의 허물이 되지 않고, 부여된 성이 그대로 발현하는 것과 같이 천리(天理)가 곧바로 나와 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단서를 볼 수 있다. 그 나머지는 혹은 선(善)하고 혹은 악(惡)해서 만 가지가 같지 않으니, 탁한 기운과 악한 기질로 가려진 사람은 그 본체를 잃어버리고 악이 멋대로 나타나서 인의예지의 본연을 알지 못한다. 학자가 궁리진성(窮理盡性)하여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기질지성 또한 천지지성이다.

〈인심이 인욕으로 흐른다는 설[人心流於人欲說]〉
사람이 태어나서 형기(形氣)가 있으면 인심(人心)이 없을 수 없다. 마치 배고프면 음식을 먹고 싶고, 추우면 옷을 입고 싶고, 피로하면 쉬고 싶고, 정기(精氣)가 성하면 결혼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 이것으로, 형기에 속한 것이다. 기질이 청명한 사람은 위로 천덕(天德)에 도달하기 때문에 인심 또한 도심(道心)이 된다. 형기가 오탁(汚濁)한 사람은 본성이 엄폐(掩蔽)되기 때문에 인심이 사욕(私慾)으로 흐른다.
귀는 소리에 대해서, 눈은 색깔에 대해서, 입은 맛에 대해서, 코는 냄새에 대해서, 몸은 편안함에 대해서 좋아하고 즐기는 쪽으로 치우침이 매우 심하다. 가까이는 자기 몸에 겨울옷을 입고서도 또 껴입는 데에 이르고, 가려워 긁으면서도 또 긁어 몸을 상하게 하기에 이른다. 구역질하고 트림하며 재채기하고 기침하며 하품하고 기지개 켜며 한발로 기울여서거나 기대고 서는 것, 곁눈질해 보고 태만한 것 등 나쁘고 편벽된 기를 사체(四體, 사지)에 베푼다. 멀게는 외물(外物)이 그 심지(心志)를 방탕하게 하여 한가지로 탐욕과 방자한 생만을 구차하게 구하게 되니, 부귀를 꾀하고 이록(利錄)을 경영함에 의리를 돌보지 않게 되어, 작게는 사람을 상하게 하고 동물을 해치며, 크게는 부모와 임금을 죽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않겠는가? 배우는 자가 이것을 안다면 항상 외경하며 매양 더 성찰하여 극기복례(克己復禮)할 것이니, 그렇다면 거의 이러한 병폐는 없어질 것이다.
주석 45)양귀산(楊龜山)
송나라 학자 양시(楊時)의 호로, 자는 중립(中立)이다. 이정(二程)의 문인이다.
주석 46)탕고(湯誥)
《서경(書經)》의 편명. 탕왕이 걸왕을 내쫓고 박(亳)땅으로 돌아와서 모든 제후들을 모아놓고 걸왕을 친 이유와 왕위에 오른 자신의 소신을 천하에 고한 것이다.
주석 47)하늘이 …… 없다
주희(朱熹)는 〈대학장구서〉에서 "하늘이 사람을 냄으로부터 이미 인의예지의 성(性)을 부여하지 않음이 없다.[蓋自天降生民, 則旣莫不與之以仁義禮智之性矣.]라고 했다. 일기와는 약간의 글자 출입이 있다.
十七日 甲午
陽。看《性理大全》。 記性命。
程子曰。 "在天曰命。 在人曰性。 循性曰道。性也。 命也。 道也。 各有所當。" 龜山曰。 "性天命也。 命天理也。道則性命之理而已。 孟子道性善。 蓋原於此。" 朱子曰。 "理者天之體。 命者理之用。性是人之所受。 情是性之用。" 臨川曰。 "善者天之道人之德也。天之道。 孰爲善? 元亨利貞。 流行四時。 而謂之命也。人之德。 孰爲善? 仁義禮智。 備具一心。 而謂之性是善也。天之付於人者。 公而不私。 人之受於天者。 同而不異。雖或氣質之不齊。 而其善則一也。" 又曰。 "性之本謂之命。 性之自然者謂之天。自性之有形者。 謂之心。 自性之有邊者。 謂之情。 皆一也。" 本然之性。 〈湯誥〉曰。 "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 〈繫辭〉曰。 "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 成之者性。" 《中庸》曰。 '天命之性'。 孟子曰。 '性善'。 朱子曰。 '天降生民。 莫不有仁義禮智之性'。 又曰。 '性卽理'也。 皆指性之本然也。
氣質之性
《性理大全》曰。 "張子分爲天地之性氣質之性。 諸子之說始定"。朱子曰。 "有天地之性。 有氣質之性。 天地之性。 太極本然之妙。 萬殊而一本也。氣質之性則。 二氣交運。 而生一本。 而萬殊也"。切想。 聖人氣質淸明。 不爲氣稟之累。 而賦予之性如其發也。 天理直出。 可見其仁義禮智之端。其餘則。 或善或惡。 有萬不同。 而濁氣惡質之所掩者。 失其本體。 惡乃橫生。 不知仁義禮智之本然矣。學者 能窮理盡性。 變化氣質。 則氣質之性。 亦天地之性也。
人心流於人欲說
人生而有形氣。 則不能無人心。如飢欲食。 寒欲衣。 勞欲休。 精盛思室之類是也。 屬於形氣者也。氣質淸明者。 上達天德。 故人心亦爲道心。形氣汚濁者。 掩閉本性。 故人心流於私欲。耳之於音。 目之於色。 口之於味。 鼻之於臭。 身之於逸。 好樂之偏太過。近以自身寒衣而又至於襲。 痒搔而又至於毁。噦噫嚏咳。 欠伸跛倚。 睇視怠慢。 邪僻之氣。 設於四體。遠以外物蕩其心志。 一向苟得。 貪欲姿生。 則謨富貴。 營利錄。 不顧義理。 小則傷人害物。 大則弑父弑君。 可不畏哉? 學者知此。 則常常敬畏。 每加省察。 克己復禮。 則庶幾無此病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