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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8년(무오) / 9월(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7.0007.TXT.0001
30일
9월[剝月]주 19) 그믐에, 취하여 〈지선주(止善酒)〉를 지었다.

아아, 이학(異學)이 봉기하여 우리 부자(夫子, 공자)의 도(道)를 알지 못하고 천하를 바꾸고자 하니, 이 때문에 근심이 적지 않다. 근심을 해소하는 계책은 항상 술을 마시는 것이니, 조금만 마셔도 문득 취하여 낯빛이 풀리고 귀가 뜨거워지며 장(腸)이 풀려 배고픔을 면하게 된다. 때로 붓을 뽑아 선왕의 도를 조술(祖述)한다. 요(堯)는 '윤집궐중(允執厥中)'주 20)이라 하였고, 순(舜)은 '유정유일(惟精惟一)'을 더하였다. 우(禹)는 도를 탕(湯)에게 전하였고, 탕은 이 도를 문왕ㆍ무왕ㆍ주공에게 전했으며, 주공은 이 도를 우리 부자(夫子, 공자)에게 전했다.주 21) 부자는 '우리 도는 일이관지(一以貫之)'주 22)라고 말하였고, 문인인 안자는 '학이지지(學而知之)'주 23) 하였으며, 증자는 조술(祖述)하여 전하였고, 부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그 도가 실전될 것을 근심하여 《중용》을 지었다.
이단(異端)의 도는 나날이 새롭고 성대해졌지만, (우리 도는) 그 전함이 민멸(泯滅)되어, 곧 우리 도가 붙어 있는 것은 언어와 문자의 사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도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아성(亞聖)인 맹부자[맹자]의 공이다. 송나라 〈지명〉하남(河南)〈/지명〉의 두 부자[이정(二程)]께서 나오게 되자 선왕의 도가 찬란하게 다시 세상을 밝혔다. 남송에 이르러 천년에 한번 맑아지는 〈지명〉황하(黃河)〈/지명〉가 다시 맑아지게 된 것인가? 신안 부자(新安夫子, 주자)가 다시 일어나 위로 일천 성인의 도를 조술하자 사문이 크게 밝아지고 이륜(彛倫)이 펼쳐졌다. 이후로 제현이 계속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망령된 저들은 사도(斯道)의 중함을 알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향방을 알지 못하니, 지금에 뜻이 있는 자가 어찌 근심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술을) 마시며 스스로 지켜, 술을 '지선주(止善酒, 지극한 선에 머물게 하는 술)'로 삼는다.

옛날에 예락(醴酪)주 24)이 있어 〈인명〉의적(儀狄)〈/인명〉주 25)이 술을 만들었는데, 숭백(崇伯)의 아들이 싫어한 것은 부모를 돌아보고 봉양하고자 해서 그런 것이다.주 26) 주시(周詩, 시경)에 이미 이르기를, '이미 술에 흠뻑 취하였고, 이미 덕에 배가 불렀도다[旣醉以酒, 旣飽以德]'주 27)라고 하였으니, 후세에도 금할 수 없었고, 제사에 술이 없으면 성대하지 않고, 즐거운 잔치에 술이 없으면 풍성하지 않은 것은 그 뜻이 그러해서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晉)의 처사 정절(靖節, 〈인명〉도연명〈/인명〉)은 갈건(葛巾)으로 술을 걸렀고주 28), 선정(先正) 하서(河西) 〈인명〉김인후(金麟厚)〈/인명〉는 술을 그칠 때 쓰기를 그쳤으니, 후생 말학이 어찌 (술을) 마셔 근심을 잊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석 19)박월(剝月)
박월(剝月)은 《주역》의 64괘(卦) 중 박괘(剝卦)에 해당하는 달로 음력 9월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주석 20)윤집궐중(允執厥中)
'진실로 그 중도를 잡아야 한다.'라는 의미로,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미세하니, 오직 정밀하고 일관되게 하여 진실로 그 중도(中道)를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요임금이 순에게 고할 때 다만 '진실로 그 중도를 잡아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순임금이 우에게 명하였으니, 또한 그 까닭을 미루어 자세히 말한 것이다.[堯之告舜, 但曰 '允執其中', 今舜命禹, 又推其所以而詳言之.]"라고 하였다.
주석 21)우(禹)는 …… 전했다
한유의 〈원도(原道)〉에 "요는 이 도를 순에게 전하고, 순은 이 도를 우에게 전하고, 우는 이 도를 탕에게 전하고, 탕은 이 도를 문왕ㆍ무왕ㆍ주공에게 전하고, 그들은 공자에게 전하고, 공자는 맹가에게 전했는데, 맹가가 죽은 뒤에는 전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周公, 文武周公傳之孔子, 孔子傳之孟軻, 軻之死, 不得其傳焉.]"라는 유가(儒家)의 이른바 도통설(道統說)이 나온다.
주석 22)우리 …… 일이관지(一以貫之)
모든 이치가 하나의 이치로 관통된다는 뜻이다. 공자가 증자(曾子)에게 "우리 도는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꿴다.[吾道一以貫之]" 한 데서 온 말이다.(《논어》 〈이인(里仁)〉)
주석 23)학이지지(學而知之)
배워서 이치를 아는 현인(賢人)의 공부를 뜻한다.(《논어》 〈계씨(季氏)〉)
주석 24)예락(醴酪)
예(醴)는 하룻밤 만에 담근 감주(甘酒), 즉 발효가 덜 되고 멈춘 초보적인 단계의 술을 말하며, 락(酪)은 초(醋)를 가리킨다.
주석 25)의적(儀狄)
의적(儀狄)은 우(禹) 임금 때에 술을 잘 빚었던 사람이다. 하우씨(夏禹氏) 이전까지는 감주(甘酒)만 있고 술은 없었는데 우 임금 때에 이르러 의적이 술을 만들어서 우 임금에게 바치자, 우 임금이 마셔 보고 이르기를 "후세(後世)에 반드시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고, 마침내 의적을 멀리했다고 한다.(《전국책》)
주석 26)숭백의 아들 …… 것이다
숭(崇)은 나라 이름이며, 백(伯)은 작위(爵位)이다. 우 임금의 아버지인 곤(鯤)을 숭(崇)에 봉한 까닭에 《국어(國語)》에서 그를 숭백(崇伯)이라 하였다. 그 아들이란 우 임금을 말한다. 《전국책》 〈위책〉에 우임금이 술을 질타한 내용이 있고, 《맹자》 〈이루 하〉에 우임금이 맛좋은 술을 싫어하였다는 구절이 있다. 또한 '부모를 돌아보고 봉양하고자 해서 그런 것'은 《맹자》 〈이루 하〉의 '불고부모지양(不顧父母之養)'을 염두에 둔 말이다.
주석 27)이미 술에 …… 불렀도다
《시경》 〈대아(大雅)·기취(旣醉)〉에 "이미 술에 흠뻑 취하였고 이미 덕에 배가 불렀도다. 군자께선 만년토록 큰 복을 누리시기를.[旣醉以酒, 旣飽以德。君子萬年, 介爾景福]"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28)진의 처사 …… 술을 걸렀고
도연명은 음악을 알지 못하면서 소금(素琴) 한 장(張)을 가지고 있는데 줄이 없었다. 매양 술과 쾌적한 일이 있으면 어루만져 희롱하여 그 뜻을 붙였고, 여름에 북창 아래 누워 있다가 맑은 바람이 불어오면 스스로 복희씨 시대의 사람이라 하였다.(《진서(晉書)》 〈도잠전(陶潛傳)〉) 이백(李白)이 이를 인용해 지은 〈장난삼아 정율양에게 주다[戱贈鄭溧陽]〉라는 시에서 "소금은 본래 줄이 없고, 술 거를 땐 갈건을 썼다네. 맑은 바람 부는 북창 아래 누워, 스스로 태고 적 사람이라 하였네.[素琴本無絃, 漉酒用葛巾. 淸風北窓下, 自謂羲皇人.]"라고 하였다.
醉而題〈止善酒〉。


古有醴酪。 〈인명〉儀狄〈/인명〉作酒。 崇伯子惡旨。 以其顧養而然也。《周詩》旣曰。 '旣醉以酒。 旣飽以德' 則後世禁之不得。 而祭祀非酒不殷。 宴樂非酒非盛。 以其旨之然也。故晉處士之貞節。 漉用葛巾。 金河西之先正。 止以寫止。 後生末學。 豈不飮而忘憂也哉。嗚呼。 異學蜂起。 不知吾夫子之道。 欲以易天下。 以是之憂不少。解憂之計。 常常引飮。 飮少輒醉。 則怡顔熱耳。 解腸免飢。於時抽筆。 而祖述先王之道。堯曰 '允執厥中'。 舜加之以'惟精惟一'。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ㆍ武ㆍ周公。 周公以是傳之吾夫子。夫子曰 '吾道一以貫之'。 門人顔子。 學而知之。 曾子述以傳之。 夫子之孫子思子。 憂失其傳。 而作《中庸》矣。異端之道。 日新月盛。 其傳泯焉。 卽吾道之寄。 不越乎言語文字之間。 而傳其道者。 亞聖孟夫子之功也。至於有宋〈지명〉河南〈/지명〉兩夫子出。 而先王之道。 粲然復明於世。至於南宋。 千一淸之。 〈지명〉河〈/지명〉復淸歟? 新安夫子復起。 上述千聖之道。 斯文大闡。 彛倫惟敍。此後諸賢。 繼繼承承。至于今日。 妄彼人生。 不知斯道之爲重。 而倀倀然不知向方。 當今之時。 有志者。 寧不憂也? 故飮而自衛。 以酒爲止善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