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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8년(무오) / 5월(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7.0005.TXT.0001
5일
장동에 도착하였다.

〈이희채(李熙采)의 보호록(保護錄)에 쓰다〉(題李熙采保護錄)
산은 분명하게 네 산 내 산이 있어서,(山明人我山)
수호하며 각자가 스스로 한가하였는데,(守護各自閑)
어쩌다가 서로 다투어 빼앗는 형세가 되어,(胡爲爭奪勢)
송사를 일으키고 자주 범안(犯顔)주 11)하였나.(起訟累犯顔)
어찌 엄률에 처하는 우환을 당해,(寧恤嚴律處)
구속된 채 기한 넘어 돌아왔으니,(拘繫過期還)
중랑(中郞)주 12)이 한나라 절부를 지녔고,(中郞持漢節)
맹상(孟嘗)이 진나라 관문을 나온 것 같네.주 13)(孟嘗出秦關)
부모와 처자가(父母與妻子)
처음에 듣고 눈물 주르륵 흘리니,(初聞淚泫然)
살갗 얼고 비가 새는 가시울 속이요,(凍膚泄棘裏)
더위와 습기 가득한 변방의 형벌이었네.(暑濕積刑邊)
만 번 죽다 살아남은 몸,(萬死餘生身)
달이 다시 생겨나는 듯 살아나니,(如月再生弦)
이웃마을 사람들 다투어 와서 모이고,(隣里爭來集)
찬탄하며 축하연 함께 했네.(嗟歎共賀筵)
지나온 것 보면 어진 줄 알겠으니,(看過知仁矣)
상도에는 어긋나지만 바름에는 합치되었네.주 14)(反經合正焉)
인정으론 반드시 하기 어려운 것,(人情所難必)
누가 알았으랴 그 효가 온전함을.(誰識其孝全)
부모님 봉양하며 뜻을 이으니,(養志兼繼志)
또한 노친의 연세 아는 것이네.(亦知老親年)
본심에서 어찌 감히 미혹되랴.(本心豈敢惑)
믿는 것은 하늘뿐이라.(所恃者上天)
끝없는 복을 받은 까닭에(所以受遐福)
고향 산소 하나같이 여전하고,(家山一如前)
자손들 장차 성대하리니,(子孫將振振)
어찌 힘쓰고 삼가지 않으랴.(何不勉愼旃)

그대가 구금되고부터 갈수록 처량해지니,(自君縲紲轉悽然)
다시는 서로 대면하는 자리 없을까 두려웠네.(恐或更無對面筵)
차가운 가시울 속에서 죽을 고비 넘겼고,(萬死餘生寒棘裏)
열 번 고꾸라지고 아홉 번 넘어지며 고향으로 돌아왔네.(十巓九倒故園邊)
간과해도 인을 안 것은 노부를 따를 때이고,(看過知仁從老父)
상도에 어긋나지만 바름에 합치됨은 청년일 때이라.(反經合正際靑年)
곧장 앞으로 용감히 나가는 것 남아의 일이니,(直前勇往男兒事)
누가 알랴 진정한 정성은 본래 하늘에서 낸 것임을.(誰識血誠本出天)
주석 11)범안(犯顔)
상관의 안색에 개의치 않고 말을 함부로 함.
주석 12)중랑(中郞)
중국 한나라 소무(蘇武)를 말한다. 무제(武帝) 때 소무(蘇武)가 중랑장(中郞將)으로서 흉노(匈奴)에게 사신 갔다가 억류를 당하여 19년 동안 한 나라 절부(節符)을 가졌다.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에 보인다.
주석 13)맹상(孟嘗)이 …… 같네
전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에서 도망쳐 올 때, 식객(食客) 한 사람이 닭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어 성문을 열게 한 덕분에 무사히 탈출했다는 고사가 있다.(《사기》 권75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
주석 14)상도에는 …… 합치되었네
'상도에는 위배되지만 의리에는 합치됨[反經合道]'과 같은 말이다. 권도(權道)의 이해방식은 한나라 때의 학자와 송나라 때 주자와는 대립되는 해석을 하였다.
五日
到獐洞

〈題李熙采保護錄〉
山明人我山。守護各自閑。胡爲爭奪勢。起訟累犯顔.寧恤嚴律處。拘繫過期還。中郞持漢節。孟嘗出秦關.父母與妻子。初聞淚泫然。凍膚泄棘裏。暑濕積刑邊.萬死餘生身。如月再生弦。隣里爭來集。嗟歎共賀筵.看過知仁矣。反經合正焉.人情所難必。誰識其孝全.養志兼繼志。亦知老親年.本心豈敢惑。所恃者上天.所以受遐福。家山一如前。子孫將振振。何不勉愼旃.

自君縲紲轉悽然。恐或更無對面筵.萬死餘生寒棘裏。十巓九倒故園邊.看過知仁從老父。反經合正際靑年.直前勇往男兒事。誰識血誠本出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