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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正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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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8년(무오) / 1월(正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7.0001.TXT.0007
7일(을미)
잠깐 맑았다가 잠깐 흐려짐. 밤에 눈이 왔다.

〈이단에 대해 변론하다[辨異端]〉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묻기를 "지금 제교(諸敎)가 봉기하여 각기 '종교'라고 칭합니다. 사대부가 받드는 선현의 의리가 골수에 사무친 자가 아니면 모두 갈팡질팡하며 이교(異敎)로 달려가니, 대저 이교란 어떤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내가 응답하기를 "오도(吾道)는 생민(生民)이래로부터 성인이 하늘을 법칙함을 밝혀서 후세에 전하였다. 대개 복희ㆍ신농ㆍ황제ㆍ요ㆍ순ㆍ우ㆍ탕ㆍ문왕ㆍ무왕ㆍ주공이 사도(斯道)를 몸소 행하였으니, 곧 민생이 일용하는 이륜(彛倫)이 이것이다. 공자는 하늘이 내신 성인[天縱之聖]주 1)으로서 선왕을 조술(祖述)하여 시서(詩書)를 간추리고 예악(禮樂)을 정비하였으며, 《주역》을 편찬했고 《춘추》를 지어 명교(名敎)를 크게 이루셨다. 《효경》과 《노어(魯語)》는 곧 그가 전수한 심법(心法)인 것이다. 그리고 그 도(道)를 이어받은 것은 자사ㆍ안자ㆍ증자ㆍ맹자였다. 자사는 《중용(中庸)》을 지었고 안자는 불행히 요절하여 비록 책을 지어서 학문을 전하지는 못하였으나, 극기복례(克己復禮)로 또한 심법을 전하였다. 증자는 《대학》을 저술하였고, 맹자는 《맹자》를 지었으니, 천리와 인사가 해와 달처럼 밝아서 천지를 다하도록 만고토록 뻗는 것이 마치 부절(符節)을 합한 것과 같다.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법칙을 세우고[繼天立極]주 2) 선현을 잇고 후학을 열어준[繼往開來]주 3) 것이 사도보다 성한 것은 없었다. 그러므로 송(宋)의 제현이 이 법을 준수하여 《근사록》 여러 편을 저술하였으니, 의리의 정미함이 이보다 자세할 수 없다. 몸을 닦는 큰 법도로 또 《소학》을 저술하니 성인의 가르침이 크게 갖추어졌다.
우리 동방이 들림이 있게 된 것은 기자(箕子)의 공이다. 홍범을 보면 어찌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있겠는가?주 4) 기자가 동토(東土)로 온 이래 제현을 배향하고 사도를 천명하여 각기 옛 성인과 여러 학자의 문헌을 저술하여 분명히 서책에 실었으니, 비록 타고난 바탕이 고매한 자일지라도 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낮에는 외우고 밤에는 사색하게 하였다. 털끝만한 차이가[差之毫釐], 기질에 구애되고 물욕(物慾)에 가리게 되면 끝내 소인으로 돌아가게 됨을 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사도를 벗어나서 노망멸렬(魯莾滅裂)한 자가 좁은 소견으로 어찌 선왕의 대도를 알겠는가?
노자가 주나라 말엽에 태어나 유무(有無)를 둘로 여기고 허무적멸(虛無寂滅)한 데로 돌아갔으며, 〈인명〉양주(楊朱)〈/인명〉와 〈인명〉묵적(墨翟)〈/인명〉이 전국시대에 태어나 인의(仁義)를 배웠으나, 어긋나기가 무부무군(無父無君)에 이르렀다. 불교가 한나라 때에 들어와 청정자비(淸淨慈悲)를 숭상하였으나 끝내는 윤리를 도외시했으며, 또 선학자(禪學者)가 있어 돈오(頓悟)로써 기약하였으나 의리에 모호하였다. 그 나머지 백가(百家)와 여러 학술의 유파는 모두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괴란함이 극심했다.
선배들이 말하기를 '공자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인류가 멸망했을 것이다.[孔子不生, 人之類滅矣]'주 5)라고 하였으니, 어찌 나를 속이는 말이겠는가? 주자가 말하기를 '하늘이 물(物)을 낳을 때 근본이 하나이게 하였다.[天之生物, 使之一本]'라고 하였으니주 6), 이것이 옳으면 저것이 틀리고, 이것이 틀리면 저것이 옳다. 대개 병립하거나 양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시비(是非)를 안다면 하루가 안 되어서 제교(諸敎)를 막아내고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주석 1)하늘이 내신 성인[天縱之聖]
제자 자공이 스승 공자를 하늘이 내신 성인[天縱之聖]이라고 하였다. (《논어》 〈자한(子罕)〉)
주석 2)하늘의 …… 세우고[繼天立極]
주희(朱熹)의 〈중용장구 서(中庸章句序)〉에 "대개 상고 시대에 거룩하고 신령스러운 분들이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최고의 표준을 세운 때로부터 도통(道統)이 전해져 내려온 것이 원래 유래가 있었다.[蓋自上古聖神繼天立極 而道統之傳 有自來矣]"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3)선현을 …… 열어준[繼往開來]
지난 성인(聖人)의 뒤를 잇고 앞으로 올 후학을 열어주는 학문의 공을 말한다. 주자가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에서 공자의 덕을 찬양하면서 "지나간 성인을 잇고 후세에 올 학자를 열어 준 것은 그 공이 도리어 요순(堯舜)보다도 나은 점이 있다.[繼往聖開來學, 其功反有賢於堯舜者.]"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4)홍범(洪範)을 …… 있겠는가
기자는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숙부인데, 기(箕)는 나라 이름이고 자(子)는 작위이다. 은나라가 멸망한 후에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물음에 답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대법(大法)인 홍범구주(洪範九疇)를 가르쳐 주고 조선의 평양(平壤)으로 옮겨와 기자조선(箕子朝鮮)을 세웠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주석 5)선배들이 …… 것이다
한유(韓愈)가 지은 〈원도(原道)〉에 "옛날에 성인이 없었다면 사람다운 사람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如古之無聖人, 人之類滅久矣.]"라는 구절이 있다.
주석 6)주자가 …… 하였으니
원문에는 주자가 말했다고 하는데, 《맹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하늘이 물(物)을 낳을 때 근본이 하나이게 하였다.[天之生物也, 使之一本.]"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七日 乙未
乍陽乍陰。夜雪。

辨異端。
或有問於余曰。 "至今諸敎蜂起。 各稱宗敎。若非士大夫奉承先賢義理浹髓者。 皆倀倀然奔走於異敎。 大抵異敎是何等物事也?" 余應之曰。 "吾道自生民以來。 聖人則天明以垂後世者也。盖伏羲神農黃帝堯舜禹湯文武周公。 躬行斯道。 卽民生日用彛倫是也。孔以天縱之聖。 祖述先王。 刪詩書。 定禮樂。 贊周易。 修春秋。 大成名敎。孝經魯語卽其傳授心法者也。 而以傳其道者。 子思顔子曾子孟子。子思作《中庸》。 顔子不幸而夭。 雖不作傳學。 克己復禮。 又傳心法。曾子述《大學》。 孟子作《孟子》。天理人事。 昭如日星。 窮天地亘萬古。 若合符節。繼天立極。 繼往開來。 未有盛於斯道也。故有宋諸賢遵斯法。 著述《近思》諸篇。 義理精微。 莫詳於此也。修身大法。 又著《小學》。 聖人之敎大備矣。吾東之與聞者。 箕聖之功也。得見洪範。 豈不足徵也? 箕聖之臨東土以來。 從享諸賢。 闡明斯道。各述往聖諸子文獻。 昭在方冊。 雖天質高邁者。 自少至老。 晝誦夜思。差之毫釐。 拘於氣質。 蔽於物慾。 終未免爲小人之歸。 況外於斯道。 魯莾滅裂者。 以管見。 豈足以知先王之大道乎? 老子生於周末。 以有無爲二。 而歸於虛無寂滅。〈인명〉楊墨〈/인명〉出於戰國。 學仁義而差至於無父無君。佛子入漢。 尙以淸淨慈悲。 終外倫理。 又有禪學者。 以頓悟爲期。 而含糊於義理。其餘百家衆枝之流。 皆惑世誣民。 乖亂極矣。前輩有言曰。 '孔子不生。 人之類滅矣。' 豈欺我哉? 朱子曰。 '天之生物。 使之一本。' 此是則彼非。 此非則彼是。蓋不容竝立而兩存也。若少知是非。 則近日而迸諸不與同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