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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6월(六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6.0009.TXT.0001
1일(임술)
맑음. '옹야인이불녕장(雍也仁而不侫章)'주 95)을 보았다.
그 주(註)에, "혹자가 의심하여 '중궁(仲弓)의 현명함으로도 공자께서 그 인(仁)함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것인가?'라고 묻자 주자가 답하길, '인의 도는 지극히 커서 전체를 가지고서 쉬지 않는 자가 아니면 당해낼 수 없다.'고 하였다."라고 했다. 그 소주(小註)에서 채씨(蔡氏)가 말하기를, "전체는 천리가 혼연하여 한 오라기의 잡스러운 것도 없는 것이며, 불식은 천리가 유행하여 한 순간도 쉼이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애지리심지덕(愛之理心之德)' 여섯 글자는 인의 뜻을 가르친 것으로 매우 절실한 것이다. '전체불식(全體不息)' 네 글자는 인의 도를 다한 것으로 매우 큰 것이다. 다만 이렇게 열 글자로 축약하는 데는 여러 유자들이 수천 백 마디의 말로도 다 말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후로 성현들이 논한 '인'이라는 글자의 부박정심(溥博精深)주 96)하고 천조만서(千條万緖)주 97)한 것들이 모두 열 글자 속으로 모아진[總會] 것 아님이 없다.
또 일전에 보았던 ≪성학십도≫와 〈우계의 편지에 대한 율곡의 답장[栗谷答牛溪書]〉을 기록한다.
"정자(程子)가 말하길, '기(器) 또한 도(道)이고, 도(道) 또한 기(器)이다.'주 98)라고 했는데, 이것은 '이(理)와 기(氣)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한 것인데, 이것을 읽는 자들은 마침내 이와 기를 한 물건이라 여긴 것입니다. 주자가 말하길 '이기는 결단코 두 물건이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이기가 서로 뒤섞이지 않음'을 말한 것인데, 이것을 읽는 자들은 마침내 '이기에 선후가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주 99) 근래에 이른바 '성이 먼저 일어나는가 심이 먼저 일어나는가 하는 설[性先動心先動說]'도 굳이 말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주자는 "동하는 곳은 심이고, 동하는 것은 성(性)이다."라고 했으니, '처(處)'와 '저(底)' 두 글자를 보면 알 수 있다.
퇴계는 "심성과 이기는 혼연한 일물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95)옹야인이불녕장(雍也仁而不侫章)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에 나온다.
주석 96)부박정심(溥博精深)
두루 넓으면서도 정밀(精密)하고 심오(深奧)한 것이다.
주석 97)천조만서(千條万緖)
천 가지 조목과 만 가지 실마리를 뜻한다.
주석 98)기 또한 …… 기이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라고 한다.[形而上者謂之道, 形而下者謂之器]"라는 말을 명도 정호(程顥)가 해설하면서 "기도 도이고 도도 기이다.[器亦道, 道亦器]"라고 하고, 또 "원래 다만 이것이 바로 도이다.[元來只此是道]"라고 해설하였다.(≪이정전서(二程遺書)≫) 도(道)는 무형(無形)의 추상적인 도리를 뜻하고 기(器)는 유형(有形)의 구체적인 사물을 뜻하는 중국 철학 용어인데, 여기서는 도와 기 즉 이(理)와 기(氣)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정호가 해석한 것이다.
주석 99)이기는 …… 것입니다
일기 원문에 '理氣爲物先後'로 되어 있는데, 율곡집을 참고하여 '理氣爲有先後'로 바로잡아 번역했다.
初一日 壬戌
陽。'看雍也仁而不侫章'。集註。 "或疑仲弓之賢。 而夫子不許其仁。 何也。朱子曰。 仁道至大。 非全體而不息者。 不足以當之。" 小註。 蔡氏曰。 "全體是天理渾然。 無一毫之雜。不息是天理流行。 無一息之間。" '愛之理心之德'六字。 所以訓仁之義。 爲甚切。'全體不息'四字。 所以盡仁之道。 爲甚大。 只此十字之約。 不惟諸儒累千百言莫能盡。 而前後聖賢所論仁字。 溥博精深。 千條万緖。 莫不總會於十字中矣。
又記日前看得 ≪聖學十圖≫ 〈栗谷答牛溪書〉。"程子曰。 '器亦道道亦器'。 此言理氣之不能相離。 而見者遂以理氣爲一物。 朱子曰。 '理氣決是二物'。 此言理氣不相雜挾。 而見者遂以理氣爲一物先後。近來所謂性先動心先動之說。 固不足道矣。"
朱子曰。 "動處是心。 動底是性"。 看處底二字。 可知矣。
退溪曰。 "心性與理氣渾是一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