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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6.0005.TXT.0004
4일(병신)
맑음. ≪둔고집(芚皐集)≫을 보았다. 공의 이름은 정휴(鼎休)이고, 자는 원실(元實)이며, 성은 박씨(朴氏)로 충원인(忠原人)이다. 그의 선조 눌재(訥齋) 선생은 휘가 상(祥)으로 중종(中宗) 성세에 명절(名節)과 직도(直道)로 자임하였으니, 육봉(六峯)주 25)의 형이자 사암(思菴)주 26)의 숙부였다.
둔고는 석남(石南) 송달수(宋達洙)와 서신을 왕복하였는데, 석남이 ≪논어≫의 '공호이단(攻乎異端)'주 27)의 '공(攻)'자의 뜻을 '위지(爲之)'나 '수치(修治)'와 같다고 여겼다. 또 말하기를 "다만 자신의 학문이 정립된 후에는 비록 다른 책을 약간 보더라도 반드시 해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에 둔고가 말하길 "공호이단의 뜻은 ≪손재집(遜齋集)≫주 28)에 대략 분별한 것이 있으니, 이것을 읽어보면 대개를 알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에 나는 이 공(攻)자가 '자기의 악한 것을 다스리고 남의 악을 다스리지 않는다.[攻其惡, 無攻人之惡]'주 29)는 '공(攻)'자와 뜻이 같다고 생각한다. 대개는 자신에 대한 책망을 후하게 하고 남에 대한 책망을 적게 한다는 뜻이다. 내 뜻이 둔고보다는 나은 것 같다.
주석 25)육봉(六峯)
박우(朴祐)로, 사암(思菴) 박순(朴淳)의 아버지이다.
주석 26)사암(思菴)
박순(朴淳, 1523~1589)의 호이며, 자는 화숙(和叔), 본관은 충주,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1553년(명종8) 정시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극심한 동서당쟁 속에서 이이(李珥)・성혼(成渾)을 두둔하다가 서인으로 지목되어 탄핵을 받고 영평 백운산(白雲山)에 은거하였는데, 묘소가 이곳에 있다.
주석 27)공호이단(攻乎異端)
≪논어≫ 〈위정(爲政)〉의 '공호이단(攻乎異端)'을 풀이하는 데에는, '이단을 전공하면'이라고 하는 경우와 '이단을 공격하면'이라고 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논어정의(論語精義)≫ 주석에, 여씨가 "군자는 상도(常道)로 회복할 뿐이니, 상도가 바르면 사특함이 없다. 지금 이단을 미워하면서 힘써 그것을 공격한다면 자신을 해치기에 마침맞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28)손재집(遜齋集)
박광일(朴光一, 1655∼1723)의 문집이다. 자는 사원(士元), 호는 손재(遜齋), 본관은 순천(順天)이다. 사헌부장령 박상현(朴尙憲)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장택고씨(長澤高氏)로 고부민(高傅敏)의 딸이다. 송시열(宋時烈)의 문하에서 수학하였고 권상하(權尙夏)·정호(鄭澔) 등과 교유하며 학문연구에 힘썼고, 왕명으로 경적(經籍)의 대전(大全)을 교증하였고, 또 주역고경을 교정하였다. 진천사(眞天祠)·남강사(南康祠)에 봉향되었다.
주석 29)자기의 …… 않는다
≪논어≫ 〈안연(顔淵)〉에 공자가 "자기의 악을 다스리고 남의 악을 다스리지 않는다면 간특함을 닦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아침의 분노로 자신을 잊어서 화가 부모에게까지 미치게 한다면 의혹됨이 아니겠는가.[攻其惡, 無攻人之惡, 非修慝與. 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라는 말이 나온다.
四日 丙申
陽。看 ≪芚皐集≫。公諱鼎休。 字元實。 姓朴氏。 忠原人。其先訥齋先生。 諱祥。 中廟盛際。 以名節直道自任。 六峯之兄。 思菴之叔。芚皐與石南宋先生諱達洙往復。 石南以爲 ≪論語≫'攻乎異端'之攻字義。 猶爲之也。 猶修治也。又曰。 "但自家學有定止。 則雖或略看他書。 不必爲害。" 芚皐曰。 "攻乎異端之義。 ≪遜齋集≫略有所辨。覽此則槪可想矣。" 而愚以爲此攻字。 與'攻其惡。 無攻人之惡'之攻字義同。盖躬自厚而薄責於人之意也。鄙意芚皐似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