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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2월(閏二月)
  • 15일(무인)(十五日 戊寅)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윤2월(閏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6.0004.TXT.0015
15일(무인)
흐림. 조금 비가 오고 바람이 붐. 이학용(李學庸)이 왔다. 내가 지은 시를 외었다.

이 세상에 늦게 태어나 머리를 긁적이다가(晩生此世費搔頭)
낙엽진 차가운 성에 근심만 더하네(落木寒城更添愁)
장대한 뜻은 단서 없이 세월만 보내고(壯志無端經歲月)
충의한 마음은 뜻이 있어 춘추를 이야기 하네(忠肝有意談春秋)
송백은 비록 말라도 오히려 우뚝 서 있고(松柏雖枯猶特立)
강물은 만 번 꺾여도 결국 동쪽으로 흘러간다(江漢萬折竟東流)
제수와 유수의 흙탕물은 맑아질 곳 없으니(塵寰濟洧無澄處)
다만 누구를 기다려 주나라를 숭상하리(第待何人獨尊周)

〈또 읊다(次)〉
청명한 밤 눈 속에 머리 돌리고(晴明時夜雪回頭)
흉중에 쌓인 만고의 근심 다 쏟아낸다(寫盡胸中萬古愁)
사람이 어찌 은나라의 일월을주 21) 잊겠으며(人豈放忘殷日月)
누가 노나라의 춘추를 읽을 수 있겠는가(孰能容讀魯春秋
선왕이 거처했던 곳에서 마음이 찢어지니(先王啓處心若裂)
천지를 돌아봄에 눈물만 절로 흐르는구나(回首乾坤淚自流)
군신의 대의를 개미가 먼저 지키나니주 22)(君臣大義蟻先守)
원컨대 백성들은 모두 주나라를 존숭할지어다(願衆蒼生共尊周)
주석 21)은나라의 일월
고인의 시(詩)에도 "수양산 가운데 은나라의 해와 달이라.[首陽山中殷日月]"라고 하였으니, 아마도 은나라의 일월(日月)은 서구와 일본에 휩싸인 조선의 처지를 빗대어 이른 듯하다. 즉 천하가 서구 문명으로 바뀌어 가더라도 조선만이 유독 대명(大明)의 해와 달을 떠받들고 있다는 것이다.
주석 22)군신의 …… 지키나니
개미에게 군신(君臣)간의 의리가 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중용혹문(中庸或問)≫ 상권(上卷)에 "범과 승냥이에게 부자간의 친함이 있고, 벌과 개미에게 군신간의 의리가 있고, 승냥이와 수달이 조상에게 제사할 줄을 알고, 징경이에게 암수의 분별이 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그 형기가 한편으로 치우친 반면에 또 의리의 얻은 바를 보존한 것이 있다.[至於虎狼之父子, 蜂蟻之君臣, 豺獺之報本, 雎鳩之有別, 則其形氣之所偏, 又反有以存其義理之所得.]"라고 하였다.
十五日 戊寅
陰。少雨風。李學庸來。誦所作詩。
晩生此世費搔頭。 落木寒城更添愁。 壯志無端經歲月。 忠肝有意談春秋。 松柏雖枯猶特立。 江漢萬折竟東流。 塵寰濟洧無澄處。 第待何人獨尊周。
晴明時夜雪回頭。 寫盡胸中萬古愁。 人豈放忘殷日月。 孰能容讀魯春秋。 先王啓處心若裂。 回首乾坤淚自流。 君臣大義蟻先守。 願衆蒼生共尊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