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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7년(정사) / 윤2월(閏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6.0004.TXT.0009
9일(임신)
맑음. 이태천(李泰川) 군수의 〈문천(問天)〉시를 기록하였다.

듣건대 도가 고명하면 조화옹이 시기하여(聞道高明猜造翁)
문장이 곤액을 겪고 대유가 궁해진다네(文章困厄大儒窮)
아름다운 꽃은 핀 뒤에 열매 맺기 어렵고(好花開後難成實)
큰 나무가 빼어날 때는 바람 맞기 쉽다네(喬木秀時易受風)
육유주 17)의 절개와 문천상주 18)의 충정을 하늘이 돕지 않았고(陸節文忠天不佑)
원빈주 19)은 가난하고 안회는 요절했으니 선에 공이 없구나(原貧顔夭善無功)
만약 이 설을 가지고 조물주에게 묻는다면(若將此說問眞宰)
조물주 역시 응당 대답하지 못하리(眞宰亦應答未通)

천지 사이에 조화옹이 함께하니(天地之間造化翁)
만수일본주 20)의 도가 어찌 끝이 있으랴(萬殊一本道何窮)
봄에 낳고 가을에 숙살하며 우로가 윤택케 하고(春生秋殺潤之雨)
추위 가고 더위 오며 풍화가 열리네(寒往暑來啓以風)
맑거나 탁한 사물 각기 성명이 정해졌으니(各定性命淸濁物)
공적의 유무가 그것을 만남에 달려있네(適逢其會有無功)
형적이 분명하니 어찌 번거롭게 물을 것인가(昭然形迹何煩問)
기는 본래 막히거나 트이고 이는 본래 통한다네(氣自局泰理自通)
주석 17)육유(陸游, 1125~1210)
남송의 시인. 자는 무관(務觀)이고 호는 방옹(放翁), 월주(越州) 산음현(山陰縣) 사람이다. 북송이 망하자, 금에 대한 화친책을 반대하고 항전과 실지(失地)의 회복을 주장하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우국시인(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주석 18)문천상(文天祥, 1236~1283)
남송의 정치가. 자는 이선(履善), 호는 문산(文山), 길주(吉州) 여릉(廬陵) 사람이다. 원과 맞서 항전하다가 붙잡혀 원나라 대도에 이송되었으나, 3년 동안 굴복하지 않아서 사형되었다. 옥중에서 지은 정기가(正氣歌)가 유명하다.
주석 19)원빈(原貧)
원헌(原憲)의 가난함으로, 청고(淸苦)하고 빈한(貧寒)하게 사는 선비를 가리킨다. 원헌은 공자(孔子)의 제자로, 노(魯) 땅에서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화려한 차림을 하고 원헌을 찾아가자, 원헌이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맞이하였다. 이에 자로가 "선생께서는 병이 들었습니까?" 하자, 원헌이 말하기를,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하다고 하고, 배우고서도 능히 행하지 못하는 것을 병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가난한 것이지 병든 것이 아니다." 하니, 자로가 부끄러운 기색을 띠었다.(≪장자≫ 〈양왕(讓王)〉)
주석 20)만수일본(萬殊一本)
만물은 작용과 외양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일리(一理)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정이(程頤)가 이 말을 처음으로 하였고, 이어 주자가 계승하여 확립시킨 개념이다.(≪주자어류≫)
九日 壬申
陽。記李泰川郡守〈問天〉詩。
聞道高明猜造翁。 文章困厄大儒窮。 好花開後難成實。 喬木秀時易受風。 陸節文忠天不佑。 原貧顔夭善無功。 若將此說問眞宰。 眞宰亦應答未通。
天地之間造化翁。 萬殊一本道何窮。 春生秋殺潤之雨。 寒往暑來啓以風。 各定性命淸濁物。 適逢其會有無功。 昭然形迹何煩問。 氣自局泰理自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