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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6년(병진) / 11월(十一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5.0011.TXT.0024
24일(기축)
흐림. ≪논어≫를 보았다.

안자(顔子)가 감탄하며 가로되,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봄에 앞에 있더니 홀연히 뒤에 계시도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을 차근차근 잘 유도하시니 문(文)으로써 나를 넓혀 주시고 예(禮)로써 나를 제약하시네.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어 이미 나의 재주를 다하니, (부자의 도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듯하네. 비록 그를 따르고자 하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구나."주 103)라고 했다. 이것에 대해 오씨(吳氏)가 말하기를, "소립탁이(所立卓爾)는 날마다 일을 행하는 사이에 있는 것이지, 요명혼묵(窈冥昏默)주 104)함을 이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소주(小註)에서 면재 황씨(勉齋黃氏, 황간)는 "오씨가 해석한 '탁이(卓爾)'의 뜻이 가장 절실하다. 일찍이 그 뜻을 미루어보면, 대저 성인의 도는 진실로 고명(高明)하고 광대(廣大)하여 미칠 수가 없지만, 또한 성정(性情)의 사이와 동용(動容, 행동거지)의 때에 음식・기거・교제・응수에 힘쓰는 일과 군신・부자・형제・부부의 상례(常例), 출처・거취・사수(辭受)・취사하는 것에서부터 정사(政事)에 시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도가 깃들지 않음이 없다."라고 하였다.
○쌍봉 요씨(雙峰饒氏)주 105)가 말하기를, "'요요명명(窈窈冥冥)은 지극한 도의 정수요, 혼혼묵묵(昏昏黙黙)은 지극한 도의 극치이다.'라는 말은 열자(列子)의 말이다.주 106) 이 장에서는 배우는 자들이 쉽게 고원한 것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오씨의 설을 인용하여 밝혔다."라고 하였다.
주석 103)우러러 …… 모르겠다
≪논어≫ 〈자한(子罕)〉에 나온 말이다.
주석 104)요명혼묵(窈冥昏默)
'심오하고 깊고 어둡고 고요하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재유(在宥)〉에 '지극한 도의 정수는 심오하고 깊으며, 지극한 도의 극치는 어둡고 고요하다.[至道之精, 窈窈冥冥, 至道之極, 昏昏默默.]'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주석 105)쌍봉 요씨(雙峰饒氏)
남송의 성리학자 요로(饒魯, 1193∼1264)를 말한다. 자는 백여(伯輿) 또는 중원(仲元), 시호는 문원(文元)이다. 쌍봉은 그의 호(號)이고 강서성(江西省) 요주(饒州) 여간(餘干) 사람이다. 주희의 문인 황간(黃榦)과 이번(李燔)을 사사하였으며, 붕래관(朋來館)과 석동서원(石洞書院)을 세워 후학을 양성하였다. 저서에 ≪요쌍봉강의(饒雙峯講義)≫가 있다.
주석 106)요요명명(窈窈冥冥)은 …… 말이다
인용된 구절은 현재 ≪장자≫ 〈재유(在宥)〉에서 보이는데, 쌍봉 요씨가 살았던 시기에는 장자(莊子)와 열자(列子)의 말에 구분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쌍봉 요씨가 착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二十四日 己丑
陰。看 ≪論語≫。

顔子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夫子循循。 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卓爾。雖欲從之。 末由也已。" 吳氏曰。 "所立卓爾。 亦在日用行事之間。 非所謂窈冥昏默者。" 小註。 勉齋黃氏曰。 "吳氏所釋卓爾之意。 最爲切實。嘗以其意推之。 夫聖人道。 固高明廣大不可幾及。 然亦不過性情之間動容之際。 飮食・起居・交際・應酬之務。 君臣父子兄弟夫婦之常。 出處去就辭受取舍。 以至於政事施設之間。 無非道之寓。" ○雙峰饒氏曰。 "'窈窈冥冥。 至道之精。 昏昏黙黙。 至道之極。'。 列子之言也。此章學者。 易得求之高遠。 故引吳氏之說以明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