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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6년(병진)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5.0009.TXT.0024
24일(경인)
맑음. 듣자니 우리나라 부인 중에 문장가(文章家)가 3명 있는데, 정경부인(貞敬夫人) 송덕봉(宋德峯)주 77) -자 성중(成仲), 미암 선생의 아내- 와, 정경부인 이옥산(李玉山) -임천조씨(林川趙氏) 원(瑗)주 78)의 별실(別室)- 과, 난설(蘭說) -허하곡(許霞谷, 허균(許筠))의 누이- 가 그들이다.

〈덕봉시〉(德峯詩)
걷고 걸어 드디어 마천령주 79)에 이르니,(行行遂至磨鐵嶺)
끝없는 동해 바다 거울처럼 평평하네.(東海無涯鏡面平)
부인의 몸으로 만 리 길 무슨 일로 왔는가,(萬里夫人何事到)
삼종의 의리 무겁고 일신은 가볍다네.(三從義重一身輕)

〈이옥산이 영월을 지나면서 지은 시〉주 80)(李玉山遏寧越詩)
이 몸도 또한 왕손의 혈통이라,(妾身自是王孫骨)
이곳의 두견새 소리 차마 들을 수 없다네.(此地鵑聲不忍聞)
주석 77)송덕봉(宋德峯)
미암 유희춘의 부인으로, 미암이 을사사화 때 종성에서 19년 동안 귀양살이하였는데, 그의 부인이 홀로 만 리 길을 걸어 종성까지 따랐다. 그 부인은 마천령을 지날 때 시를 지었다.(≪대동야승(大東野乘)≫ 〈부계기문(涪溪記聞)〉)
주석 78)조원(趙瑗, 1544~1595)
자는 백옥(伯玉), 호는 운강(雲江), 본관은 임천(林川)이다. 조원경(趙元卿)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조익(趙翊)이고, 아버지는 조응공(趙應恭)이며, 어머니는 민세경(閔世卿)의 딸이다. 조응관(趙應寬)에게 입양되었다. 판서 이준민(李俊民)의 사위이고, 조식(曺植)의 문인이다. 유고로 ≪가림세고(嘉林世稿)≫가 있다.
주석 79)마천령(摩天嶺)
함경남도 단천시에서 함경북도 김책시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일기 원문에는 마철령(磨鐵嶺)으로 되어 있다.
주석 80)이옥산이 영월을 지나면서 지은 시
허균(許筠 1569~1618)의 시문집인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25권 〈설부(說部)〉에 이옥봉(李玉峯)이 영월(寧越)로 가는 도중에 지은 시를 기록했는데, 이르기를 "五日長干三日越, 哀歌唱斷魯陵雲. 妾身亦是王孫女, 此地鵑聲不忍聞."라고 되어 있다.
二十四日 庚寅
陽。仄聞我國有夫人文章者三。 曰貞敬夫人宋德峯。 字成仲。 眉岩先生室內也。 曰貞敬夫人李玉山。 林川趙氏瑗別室也。 又曰蘭說。 許霞谷妹也。

〈德峯詩〉
行行遂至磨鐵嶺。東海無涯鏡面平.萬里夫人何事到。三從義重一身輕.

〈李玉山遏寧越詩〉
妾身自是王孫骨。此地鵑聲不忍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