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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6년(병진)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5.0009.TXT.0018
18일(갑신)
맑음. ≪도산급문록(陶山及文錄)≫을 보고 기록한다. 김학봉(金鶴峯)의 휘는 성일(誠一)이고, 자는 사순(士純)인데, 안동(安東)에서 살았다. 이른 나이에 등제(登第)하여 청현(淸顯, 청환과 현직)을 지냈으며, 노산묘(魯山墓, 단종의 묘)을 봉하고 사육신의 관작을 복귀시키자는 상소를 올렸다. 퇴계선생이 성현이 전수한 심법을 낱낱이 서술하여 〈병명(屛銘)〉주 73)으로 만들고서 정사(淨寫)해서 주었다.

〈병명(屛銘)〉
공경과 정일로서 덕 이룬 이 요순(堯舜)이고,(堯欽舜一)
두려움과 공경으로 덕 닦은 이 우탕(禹湯)이네.(禹祗湯慄)
공손하고 삼감은 마음 지킨 문왕(文王)이고,(翼翼文心)
호호탕탕 드넓음은 법도 지킨 무왕(武王)이네.(蕩蕩武極)
노력하고 조심하라 말한 이 주공(周公)이고,(周稱乾惕)
발분망식 즐겁다고 말한 이 공자(孔子)였네.(孔云憤樂)
자신을 반성하며 조심한 이 증자(曾子)이고,(曾省戰兢)
사욕 잊고 예(禮)를 회복한 이 안자(顔子)였네.(顔事克復)
경계하며 조심하고 혼자 있을 때 삼가니,(戒懼愼獨)
명성주 74)으로 지극한 도 이룬 이 자사(子思)이고,(明誠凝道)
조존주 75)하여 하늘을 섬기며,(操存事天)
바른 의로 호연지기를 기른 것은 맹자였네.(直義養浩)
고요함을 주로 하며 욕심 없이 지내면서,(主靜無欲)
밝은 바람 비 갠 뒤 달과 같은 이 염계(濂溪)이고,(光風霽月)
풍월을 읊조리며 돌아오는 기상에,(吟弄歸來)
온화하고 우뚝한 기상 지닌 명도(明道)였네.주 76)(揚休山立)
정제된 몸가짐에 엄숙한 기상으로,(整齊嚴肅)
전일을 주로 하여 변동 없음은 이천(伊川)이고,(主一無適)
박문에다 약례까지 양쪽 다 지극하여,(博約兩至)
연원 정통 이어받은 그분은 주자였네.(淵源正脈)

〈도산서원상향축문〉(陶山書院常享祝文)
공맹의 심법을 전수하고,(心傳孔孟)
정주의 도학을 이었도다.(道紹閩洛)
대동의 학문 집대성하니,(集成大東)
우리 사문의 표준이셨네.(斯文準極)
주석 73)병명(屛銘)
≪퇴계집≫ 권44에 실려 있는 〈제김사순병명(題金士純屛銘)〉을 가리킨다. ≪학봉선생문집(鶴峯先生文集)≫에도 보인다.
주석 74)명성(明誠)
≪중용장구≫ 제21장에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명(明)으로 말미암아 성(誠)해지는 것을 교(敎)라 이르니, 성(誠)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성(誠)해진다.[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라고 한 대목을 가리킨다.
주석 75)조존(操存)
인간의 본연(本然)한 선심(善心)을 단단히 잘 잡고 있음을 이름. ≪맹자(孟子)≫ 〈고자상(告子上)〉에서 "꽉 잡으면 있지만 버리면 없어지고, 때없이 출입하고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였으니, 생각하건대 이것은 마음을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鄕, 惟心之謂.]"라고 하였다.
주석 76)온화 …… 명도였네
주희(朱熹)의 〈정명도 찬(程明道贊)〉에 "양기로 만물을 다습게 하듯 하고 산처럼 우뚝 섰으며, 옥빛처럼 아름답고 종소리처럼 쟁쟁했다.[揚休山立, 玉色金聲]"라고 하였다.
十四日 甲申
陽。觀〈陶山及文錄〉記。金鶴峯。 諱誠一字士純。 居安東。早年登第。 歷敭淸顯。上疏請封魯山墓。 復六臣官。退溪先生歷叙聖賢傳受心。 爲〈屛銘〉。 淨寫與之。

〈屛銘〉
堯欽舜一。禹祗湯慄.翼翼文心。蕩蕩武極.周稱乾惕。孔云憤樂.曾省戰兢。顔事克復.戒懼愼獨。明誠凝道。操存事天。直義養浩.主靜無欲。光風霽月。吟弄歸來。揚休山立.整齊嚴肅。主一無適。博約兩至。淵源正脈.

〈陶山書院常享祝文〉
心傳孔孟。道紹閩洛.集成大東。斯文準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