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화콘텐츠
- 일기
-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6년(병진)
- 7월(七月)
- 6일(계유)(六日 癸酉)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6년(병진) / 7월(七月)
6일(계유)
맑음. 〈세이가(洗耳歌)〉를 지었다.
귀를 씻세주 32) 귀를 씻세 누가 귀를 씻을까.(洗耳洗耳孰洗耳)
바로 영천수에서의 허유라네.(潁川水)
인간이여 인간이여 인간을 벗어나니,(人間人間出人間)
하상(河上)의 노인이주 33) 허공에 앉을 수 있구나.(河上老能坐空)
인을 이루세 인을 이루세 어떻게 인 이룰까.(成仁成仁孰成仁)
멱라수주 34)이니 어찌 홀로 깊으리.(汨羅水奚獨深)
뗏목에 오르세주 35) 뗏목에 오르세. 뗏목에 오르고 싶은 것은,(乘桴乘桴欲乘桴)
구이(九夷)주 36)에 살고자 함이니 곧 우리 동방이라네.(九夷居卽吾東)
우리 동방이여 우리 동방이여 우리 동방이로다(吾東吾東吾東兮)
바로 하늘이 구획해준 별천지로다.(天區別)
저 동방에 살지 않은 자들이 어찌하여 분분히 혼탁함을 따라서,(彼無東如何紛紛隨混濁)
우리 동방으로 하여금 애가 끊어지게 하는가?(使吾東堪斷腸)
- 주석 32)귀를 씻세
- 요(堯) 임금 당시 은사인 허유(許由)가 천하를 물려받아 다스려달라는 요 임금의 요구를 거절하고 영수(潁水) 남쪽에 은거하던 중에 요 임금이 또 불러 구주장(九州長)이 되어달라고 하자,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 하여 영수 물에 귀를 씻었다는 데서 인용한 것이다.(≪고사전(高士傳)≫)
- 주석 33)하상(河上)의 노인
- 한 문제(漢文帝) 때에 살았다는 신선. 문제가 노자경(老子經)을 읽다가 의문이 있으면 물었다고 한다.
- 주석 34)멱라수(汨羅水)
- 굴원이 빠져죽은 물의 이름. 굴원은 초(楚)나라의 충신으로, 양왕(襄王)이 참소를 믿고 장사(長沙)로 추장되자 〈어부사(漁父辭)〉를 지어 자신의 뜻을 밝히고 울분을 참지 못해 멱라수에 빠져 죽었다.
- 주석 35)뗏목을 타고
-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공자(孔子)가 난세를 개탄하면서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나 나갈까 보다.[道不行, 乘桴浮于海.]"라고 말한 내용이 실려 있다.
- 주석 36)구이(九夷)
- 동이(東夷)의 아홉 부족을 말한다. 공자가 일찍이 그곳이 군자가 살고 있기 때문에 가서 살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바가 있다.(≪논어≫ 〈자한(子罕)〉)
六日 癸酉
陽。作〈洗耳歌〉。
洗耳洗耳孰洗耳.潁川水.人間人間出人間。河上老能坐空.成仁成仁孰成仁.汨羅水奚獨深.乘桴乘桴欲乘桴。九夷居卽吾東.吾東吾東吾東兮.天區別.彼無東如何紛紛隨混濁。使吾東堪斷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