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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4년(갑인) / 11월(十一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3.0012.TXT.0001
1일(정축)
맑음.

〈종형수 허씨주 137)의 뇌문〉 (誄從兄嫂許氏)
아!(嗚呼)
어진 종형수님(顯從兄嫂)
양천허씨께서는,(陽川許氏)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셔서,(靑年寡居)
외롭게 아들 하나두었네.(孑孑一子)
효도로서 병든 시아버지 받들고,(孝奉病舅)
손가락을 잘라 피를 넣어드렸으며,(至於斷指)
구족들과 화목하였고,(親睦九族)
선조 제사를 참으로 돈독하게 지냈네.(誠篤先祀)
조예가 바름을 얻었으니,(造詣得正)
이것이 누가 시킨 것인가.(是孰所使)
품성이 그러한 것이니,(稟性則然)
실로 하늘에서 내신 것이네.(實爲天只)
규문의 아름다운 범절은(閨門懿範)
향리에 알려졌고,(聞于鄕里)
예전의 덕행을 생각하면,(思昔德行)
옛 사적에도 드물었다네.(罕於古史)
삼종주 138)의 의리를 세움에,(三從義立)
성대히 귀에 쟁쟁하고,주 139)(洋洋盈耳)
모든 일을 도리로 하니,(凡百以道)
한 종이에 기록하기 어렵다네.(記難一紙)
자연의 변화를 따라 돌아가니주 140),(乘化歸盡)
일흔셋의 나이로다.(七十三禩)
시동생이 상복을 벗는 날에,(叔也除服)
애통하여 감히 뇌문(誄文)주 141)을 올립니다.(哀痛敢誄)
주석 137)종형수 허씨
기현(琦鉉)의 며느리이자 영기(永紀)의 부인으로, 1912년 8월 20일에 사망했다. 족보에 '효열병지(孝烈並至)'라고 기록되어 있다.
주석 138)삼종(三從)
여자가 지켜야 할 도리로, 즉 출가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주석 139)성대히 귀에 쟁쟁하고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악사인 지가 재직하던 처음에 연주하던 관저시의 졸장이 지금도 성대히 귀에 쟁쟁하다.[師摯之始, 關雎之亂, 洋洋乎盈耳哉.]"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음악이 아름답고 성대했음을 뜻한다.(≪논어≫ 〈태백(泰伯)〉)
주석 140)자연의 …… 돌아가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끝 구절에, "그저 자연의 변화를 따라 돌아갈 것이니, 천명을 즐길 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 復奚疑.]"라고 하였다.
주석 141)뇌문(誄文)
죽은 사람의 생전 공적을 찬양하고, 슬퍼하는 뜻을 나타내는 글로, 제문과 같다.
初一日 丁丑
陽。

〈誄從兄嫂許氏〉
嗚呼。顯從兄嫂。陽川許氏。靑年寡居。孑孑一子.孝奉病舅。至於斷指。親睦九族。誠篤先祀.造詣得正。是孰所使.稟性則然。實爲天只.閨門懿範。聞于鄕里。思昔德行。罕於古史.三從義立。洋洋盈耳。凡百以道。記難一紙.乘化歸盡。七十三禩.叔也除服。哀痛敢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