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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4년(갑인)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3.0011.TXT.0007
7일(갑인)
맑음. ≪고봉집(高峰集)≫을 보다가 전(箋)주 131)을 기록한다.

〈성균관에서 유생들로 하여금 잡서(雜書)를 보지 못하도록 청하는 전문(箋文)을 의작하다〉
일통(一統)을 크게 하여 도(道)를 응집하니 이미 순수한 큰 규모를 세웠고, 여러 길에 현혹되면 참된 진리를 잃으니, 마땅히 박잡(駁雜)한 유폐(流弊)를 억제하여야 합니다. 이에 좁은 식견을 다하여 천용(天容)주 132)에 요구하옵니다.
공경히 생각건대, 전하께서는 본성을 순히 하여 도리가 진실로 맞고, 학문을 주장하여 나날이 진전되고 있습니다. 요순을 사모하여 도야(陶冶)하니 양양(洋洋)한 예악이 아름답고, 주공(周公)과 공자(孔子)를 본받아 가르침을 베푸니 욱욱(郁郁)한 문장이 찬란합니다. 많은 선비들이 흥기(興起)하고 아름다운 풍속이 충만합니다.
다만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여, 혹 박학(博學)을 힘쓰고 화려함을 다투고 있습니다. 심성(心性)을 논함에 있어서는 자못 정(程)・주(朱)의 유서(遺書)와 배치되고, 이치를 분석하고 현묘함을 말함에 있어서는 육(陸)・양(揚)주 133)의 말에 물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 성인의 법으로 헤아려 봄에 소득이 없고, 일에 적용시키자니 방해가 있습니다. 부정(不正)한 학설을 막아서 인심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세상에는 맹자(孟子) 같은 분의 변론이 없고,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기며 여러 입을 놀리고 있으니, 때로는 몽장(蒙莊)주 134)의 기풍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로 식자의 깊은 걱정이니, 어찌 선비들을 밝은 경계로 신칙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육경(六經)은 일월(日月)과 같으니 어찌 그 광명함을 보기 어렵겠으며, 천성(千聖)들의 떳떳한 법도가 있으니 또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큰 호령(號令)을 내리시어 속히 혼미한 길을 돌리소서. 성인을 비난하는 책을 읽지 못하게 하면 올바른 추향(趨向)을 알게 할 수 있을 것이며, 괴상한 의논을 세우지 못하게 하면 마음을 온전히 보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마땅히 자신을 법도로 단속하고 선비들을 행동으로 지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천(伊川)의 간상학제(看詳學制)주 135)를 써서 비록 한 세대의 법도를 다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호안정(胡安定)이 작신(作新)한 정성주 136)을 본받는다면 거의 천 년의 국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석 131)전(箋)
한문 문체의 하나. '전(牋)'자와 통용하여 쓴다. 전의 뜻은 '나타내다[表]'로 자기의 의사를 남에게 표현하는 것이다. 조선조에 들어서면서 표와 전을 구분하여 중국천자에게는 '표'라 하였고 우리 나라 임금이나 중전에게 올리는 글은 '전'이라 하였다.
주석 132)천용(天容)
원래 하늘의 모양을 뜻하나, 여기에서는 군왕을 표현한 말로 쓰였다.
주석 133)육(陸)・양(揚)
육은 상산(象山) 육구연(陸九淵)을 가리키며, 양은 한(漢)나라 때 ≪태현경(太玄經)≫을 지은 양웅(揚雄)을 가리킨다.
주석 134)몽장(蒙莊)
장주(莊周)를 가리킨다. 그는 원래 초나라 몽현(蒙縣) 출신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몽수(蒙叟)라고도 칭한다.
주석 135)이천(伊川)의 간상학제(看詳學制)
이천은 송나라의 학자 정이(程頤)의 호이며, 간상학제는 태학(太學)의 제도를 살펴보아 수정하는 것이다. 정이는 철종(哲宗) 때 숭정전 설서(崇政殿說書)가 되어 손각(孫覺)과 함께 태학의 제도를 수정 보완하였다.
주석 136)호안정(胡安定)이 작신(作新)한 정성
호안정은 호원(胡瑗)이며, 작신은 새로운 사람으로 진작시키는 것이다. 그는 일찍이 호주 교수(湖州敎授)가 되어 경의재(經義齋)・치사재(治事齋)를 두고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태학에 들어가서도 다년간 인재 양성에 온 정성을 쏟았다.
七日 甲寅
陽。觀 ≪高峰集≫記箋。

擬成均館請令儒生勿觀雜書箋。
大一統以凝道。 旣建純粹之宏規。 眩多歧而迷眞。 宜抑駁雜之流弊。肆竭管見。 用干天容。恭惟順性允升。 典學時敏。慕唐虞而陶化。 美哉禮樂之洋洋。 式周孔而設敎。 煥乎文章之郁郁。藹多士之興起。 偉休風之沖瀜。第緣厭常而喜新。 或致務博以鬪靡。論心識性。 頗戾程朱之遺書。 柝理談玄。 類染陸揚之緖語。揆諸聖而無獲。 施于事而有妨。闢邪說以正人心。 世無鄒孟之辨。 侮聖言而皷衆口。 時見蒙莊之風。是固識者之深憂。 盍勅儒士于烱戒? 六經如日月。 豈難覩其光明。 千聖有範模。 亦可尋其統緖。伏望渙發大號。 亟回迷塗。不敢讀非聖之書。 可使知其超向。 毋或立詭常之論。 足能全其心思。 謹當飭躬于謨。 率士以行。用伊川看詳之制。 雖未變一代之條。 效安定作新之誠。 庶可翊千齡之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