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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4년(갑인) / 윤5월(閏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3.0006.TXT.0016
16일(병신)
흐림. 잠깐 비오고 잠깐 갬. 오늘 ≪퇴고이기지변(退高理氣之辨)≫주 100)을 보았다. 긍경(肯綮, 중요한 핵심처)이 잘 통하지 않음에 문득 책을 덮고, 당 위에 서서 궁리하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일심(一心)이 허정(虛靜)주 101)해지고, 일신(一身)이 작아져서 마치 큰 곡식창고의 낱알[太倉稊米]주 102)과 같았다. 내려다보고 올려다보는 사이에 천지가 무한하고, 지극히 고요한 가운데 편벽되고 치우침이 없게 되어 안과 밖을 모두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면,주 103) 적연부동(寂然不動)하여 확연대공(廓然大公)해질 것이다. 홀연히 두 선생이 변설한 것에 다시 감동하여 머리를 숙여서 읽고, 우러러서 생각했다.
주석 100)≪퇴고이기지변(退高理氣之辨)≫
≪퇴계고봉왕복서(退溪高峯往復書)≫를 말함. ≪퇴계고봉왕복서≫는 이황과 기대승이 태극(太極)과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설에서 각기 의견이 달라 여러 번 편지를 왕복하며 변난(辯難)한 서찰들을 모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퇴계집≫과 ≪고봉집≫ 및 ≪사단칠정분리왕복서(四端七情分理往復書)≫ 등에 실려 있다.
주석 101)허정(虛靜)
아무런 생각도 없고 마음이 가라앉아 고요함, 또는 그런 정신 상태를 말한다.
주석 102)태창제미(太倉稊米)
큰 곡식 창고에 좁쌀 한 톨이란 말로, 지극히 미세함을 비유한 말이다.(≪장자(莊子)≫ 〈추수(秋水)〉)
주석 103)지극히 …… 이르면
≪중용장구≫ 제1장에 "계신공구로부터 검속하여 지극히 고요한 가운데 편벽되고 치우친 것이 없게 되어 그것을 지켜서 잃지 않는 데 이르면 그 중을 지극히 하여 천지가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自戒懼而約之, 以至於至靜之中, 無所偏倚, 而其守不失, 則極其中而天地位矣.]"라고 하였다.
十六日 丙申
陰。乍雨乍晴。是日也。 看 ≪退高理氣之辨≫。肯綮難通。 輒掩卷。 而立於堂上。 放下窮思。 一心虛靜。 一身之微。 如太倉稊米。俯仰之間。 堪輿無垠。 以至於至靜之中。 無所偏倚。 而內外兩忘。 寂然不動。 廓然大公矣。忽然復感兩先生所辨之說。 俯而讀之。 仰而思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