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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4년(갑인)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3.0004.TXT.0023
23일(계묘)
맑음. 절곡의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주 83)의 편지에 대한 답장〉주 84)을 기록해둔다.

근래 ≪독서록(讀書錄)≫을 상고해보니, 문청공(文淸公)주 85)이 말하기를 "눈을 들어보면 사물이 존재하고, 사물이 존재하는 데는 도(道)가 있으니, 이른바 형이하(形而下)・형이상(形而上)이라는 것이 이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예컨대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유행(流行)하여 만물을 발생시키는 것은 비(費)이고, 그 화생(化生)하는 기틀로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은(隱)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성인이 도(道)를 논함에 대부분 이(理)와 기(氣)를 겸하여 말하였다. 예컨대 이른바 '일음일양(一陰一陽)을 도(道)라고 한다.'라거나 '형이상하(形而上下)'를 말하는 것이 모두 이기(理氣)를 겸하여 말한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마땅히 형체가 있는 곳에서도 무형의 이치를 묵묵히 알아야 하니, 이른바 '비이은(費而隱)'주 86)이라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볼 수 있는 것이 기(氣)이며, 기(氣)의 소이연(所以然, 까닭)이 바로 이(理)이다. 이(理)는 비록 기(氣)를 떠날 수 없지만 독립해 있고, 또한 기(氣)와 섞이지 않지만 별개인 것도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형이상(形而上)의 것을 도라고 한다[形而上者謂之道]'는 것은 은(隱)이고, '형이하의 것을 기(器)라고 한다[形而下者謂之器]'는 것은 비(費)이다."주 87)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말들이 8권 이상에서 뒤섞여 나오고 있으니, 특별히 초년의 소견이어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손수 쓴 글로, 한두 번에 그친 것이 아니니, 또 우연히 적절함을 잃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주석 83)임성주(任聖周, 1711~1788)
자는 중사(仲思), 호는 녹문(鹿門), 본관은 풍천(豐川)이다. 충청도 청풍 출신으로, 아버지는 함흥판관 적(適)이며, 어머니는 호조정랑 윤부(尹扶)의 딸이다. 이재(李縡)의 문인이다. 기일분수설(氣一分殊說)을 통해 이기(理氣)를 기일원론적(氣一元論的) 관념으로 통일했다.
주석 84)
≪절곡집(節谷集)≫ 권2 서(書)에 들어있다.
주석 85)문청공(文淸公)
문청은 명나라 이학가(理學家)인 설선(薛瑄)의 시호이다. 그의 저서인 ≪독서록≫은 독서록 11권, 속록 12권의 전체 2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가 수시로 얻은 것을 기록하여 자주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대부분 이기(理氣)와 성리(性理) 문제를 다루었다.(≪명사(明史)≫ 권282 〈유림열전(儒林列傳)〉)
주석 86)비이은
≪중용장구(中庸章句)≫의 비은장(費隱章)에, "군자의 도는 비(費)하되 은(隱)하다.[君子之道, 費而隱]에 대해 주자(朱子)는 "비(費)는 용(用)의 넓음이고, 은(隱)은 체(體)의 은미함이다."라고 하였다.
주석 87)형이상의 …… 하였다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라고 한다.[形而上者謂之道, 形而下者謂之器]"라는 말을 은과 비로 인용하였다.
二十三日 癸卯
陽。記節谷〈答任鹿門聖周書〉。

近考 ≪讀書錄≫。 文淸之言曰。 "擧目而物存。 物存而道在。 所謂形而下形而上者是也。" 又曰。 "如陰陽五行流行。 發生萬物費也。 而其所以化生機不可見者隱也。" 又曰。 "聖人論道。 多兼理氣而言。如所謂一陰一陽之謂道。 而形而上下之語。 皆兼理氣言也。" 又曰。 "要當於有形處。 默識無形之理。 所謂費而隱也。" 又曰。 "可見者是氣。 氣之所以然。 便是理。理雖不離氣而獨立。 亦不雜氣而無別。" 又曰。 "形而上者謂之道。 隱也。 形而下者謂之器。 費也。" 此等說。 雜出於八卷以上。 則非特初年所見爲然也。皆是手書。 而非但一再而已。 則又非偶失稱停而然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