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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을묘)(四日 乙卯)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4년(갑인)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3.0003.TXT.0004
4일(을묘)
맑음. 시목리(枾木里)주 13)에 사는 율포(栗圃) 나기홍(羅基弘)씨가 편지와 시를 부쳐 보내온 것에 대해 답하였다.

동풍이 어젯밤 이곳에 불어오니,(東風昨夜入於斯)
꽃은 새로 피고 나뭇가지는 비에 씻겼네.(啓發新花雨濯枝)
맑은 창에 새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니,(啼鳥晴窓睡起曉)
어린아이들 마침 공부하러 올 때이네.(稚兒方冊讀來時)
몸과 마음 모두 잊고 혼연하게 앉았으니,(兩忘身勢渾全坐)
만사가 모두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 하네.(萬事云爲摠不期)
이쯤에서 벗이 시를 지어 보내오니,(際此故人詠以賜)
기쁘게 세 번 읽으며 마음에 새기기 마땅하네.(欣然三復服膺宜)

율포의 시(栗圃詩)
무단히 모이고 흩어짐이 정히 이와 같은가,(無端離合政如斯)
잡을만한 매화꽃 있어 한 가지를 꺾었네.(堪把梅花折一枝)
서울에서의 풍류는 어느 시절이었던가,(洛社風流何歲節)
기수 물가의 관복(冠服) 입은 저문 봄이었다네주 14).(沂濱冠服暮春時)
전날 밤은 비몽사몽이라 피곤하였는데,(前宵勞頓眛思夢)
오늘은 다음 만날 기약을 헤아리네.(今日商量後會期)
은근히 나를 방문해준 뜻에 감사드리니,(多謝殷勤訪吾意)
재주 있는 사람 불러 필첩 만드는 것 마땅하리.(招要才子筆抽宜)
주석 13)시목리(枾木里)
담양군 고면 시목리로, 현재 담양군 금성면 덕성리 시목 마을에 해당한다.
주석 14)기수 …… 봄이었다네
여기에서 관복(冠服)은 관례를 올린 젊은 시절을 말한다. 이는 ≪논어≫ 〈선진(先進)〉에서 비롯되었다.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무우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힌 내용이 나온다.
四日 乙卯
晴。酬枾木里栗圃羅基弘氏寄書兼贈詩。

東風昨夜入於斯。啓發新花雨濯枝.啼鳥晴窓睡起曉。稚兒方冊讀來時.兩忘身勢渾全坐。萬事云爲摠不期.際此故人詠以賜.欣然三復服膺宜.

栗圃詩
無端離合政如斯。堪把梅花折一枝.洛社風流何歲節。沂濱冠服暮春時.前宵勞頓眛思夢。今日商量後會期.多謝殷勤訪吾意。招要才子筆抽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