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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10월(十月)
  • 30일(임자)(三十日 壬子)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2.0010.TXT.0030
30일(임자)
새벽에 일어났는데, 어린아이가 독서하고 있기에 지재(止齋)의 〈영대(靈臺)〉시에 차운하였다.

영대 한 조각을 어떻게 형상할까.(靈臺一片何許象)
밝게 아는 곳이 바로 확연한 하늘일세.(昭然知處廓然天)
분명하게 상제가 임한 곳이니,(分明上帝之臨地)
두 마음 품지 말고 근독주 98)을 우선해야 하네.(無或貳心謹獨先)

방촌주 99) 가운데가 곧 영대이니,(方寸之中卽是臺)
성성(惺惺)한 주인옹을 잘 간직하라.(護來惺惺主人翁)
주인옹이 항상 강림한 상제를 대한다면,(主人翁對常臨帝)
이곳이 허명(虛明)하여 신령해지리라.(這處虛明得以靈)

영대는 형체와 소리로 증험하기 어렵나니,(靈臺難以形聲驗)
다만 광풍제월주 100)의 하늘을 볼지어다.(第見光風霽月天)
음양의 변화가 무궁한 하늘이,(陰陽變化無窮天)
때때로 본연의 하늘을 드러내도다.주 101)(有時呈露本然天)

영대는 본래 광명한 물건이라,(靈臺本是光明物)
잠시라도 이 참됨을 해쳐서는 안 되네.(須臾不可累是眞)
기질에 구애되고 욕심에 가리우면,(拘於氣質蔽於慾)
해로움이 거울에 먼지 낀 것과 같다네.(害如鏡面受其塵)

성찰한 나머지 존양이 익숙해지면,(省察之餘存養熟)
빛나는 밝은 명이 처음과 같이 된다네.(赫然明命乃如初)
영대는 과연 마음속의 거울이라,(靈臺果是心中鏡)
허령불매하면 영대 또한 텅 빈다네.(不昧虛靈靈又虛)

허령하고 어둡지 않은 영대 위에서,(虛靈不昧靈臺上)
모든 이치 분명하여 대업이 생겨난다.(衆理昭然大業生)
천덕에 도달하는 것은 아래 사람들의 일이니,(達乎天德下人事)
유의 범주가 어지럽지 않으면 저절로 분명하다네.(類疇不亂自分明)

생민이 상천의 명을 받으니,(生民稟受上天命)
잇는 것이 선이고, 이루는 것이 성이라.(繼之者善性之成)
성명(誠明)주 102)이 쉬지 않은 영대 위에서,(誠明不息靈臺上)
경과 의를 함께 가져야 곧 정밀해진다네.(敬義夾持乃得精)
주석 98)근독(謹獨)
신독(愼獨). ≪중용장구≫에 보이는 구절로, 홀로 있을 때나 남은 모르고 나만 아는 마음속의 생각 을 모두 신중히 조심한다는 뜻이다.
주석 99)방촌
심장이 가슴의 사방 1치 되는 곳에 있어서 생긴 말로, 마음을 뜻한다.
주석 100)광풍제월(光風霽月)
광풍제월은 비가 온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이른 말로, 황정견(黃庭堅)이 ≪산곡집(山谷集)≫에서 주돈이(周敦頤)를 두고 "속이 시원스러워 비가 갠 뒤의 화창한 바람이나 밝은 달과 같다.[胸中灑落, 如光風霽月]"고 한 데서 나온 것이다.
주석 101)음양의 …… 드러내도다
마음을 하늘에 비유하여 한 말로, 음양의 작용으로 해와 구름, 비와 눈 등 온갖 날씨가 변화하는 하늘이 가끔 구름 한 점 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마음이 평소 늘 혼란스러운 칠정에 사로잡혀 있다가도 가끔 욕망이 사라진 본연지성을 드러내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주석 102)성명(誠明)
≪중용장구≫ 제21장에 "성(誠)으로 말미암아 밝아지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명(明)으로 말미암아 성(誠)해지는 것을 교(敎)라 이르니, 성(誠)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성(誠)해진다.[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라고 한 대목을 가리킨다.
三十日 壬子
曉頭起。 小兒讀書。 賡止齋靈臺詩。

靈臺一片何許象.昭然知處廓然天.分明上帝之臨地。無或貳心謹獨先.

方寸之中卽是臺。護來惺惺主人翁.主人翁對常臨帝。這處虛明得以靈.

靈臺難以形聲驗。第見光風霽月天.陰陽變化無窮天。有時呈露本然天.

靈臺本是光明物。須臾不可累是眞.拘於氣質蔽於慾。害如鏡面受其塵.

省察之餘存養熟。赫然明命乃如初.靈臺果是心中鏡。不昧虛靈靈又虛.

虛靈不昧靈臺上。衆理昭然大業生.達乎天德下人事。類疇不亂自分明.

生民稟受上天命。繼之者善性之成.誠明不息靈臺上。敬義夾持乃得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