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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3월(三月)
- 24일(신사)(二十四日 辛巳)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3월(三月)
24일(신사)
아침에 흐리고 비가 오다가 저녁에 개더니 다시 비.
〈송환준의 '행로음(行路吟)'시에 답함(答宋雅行路吟)〉
이번에 가는 길은 어디로 향하는지요(伊間行路向何開)
주옥같은 글 주신 뒤론 오질 않구려(自錄瓊琚後未來)
시흥(詩興)은 몇 번이나 꽃이 만발할 때를 거쳤고(詩興幾經花爛界)
금심(琴心)은 마땅히 달 밝은 누대에 올랐을 것이리(琴心宜上月明臺)
혹시 기수(沂水)에서 증점(曾點)이 말한 뜻주 43) 이루었는지(倘成沂水點言志)
또는 위성(渭城)에서 원(元)이 들었던 술잔주 44) 씻는지(且洗渭城元進盃)
오래 기다린 마음에 매달린 걸상을 풀어두니주 45)(久待留情懸榻解)
이번에 돌아오시면 얼마나 즐거움 있을까나(有何所樂以今回)
- 주석 43)증점(曾點)이 …… 뜻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벗 대여섯 명과 아이들 예닐곱 명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을 하고 기우제 드리는 무우에서 바람을 쏘인 뒤에 노래하며 돌아오겠다.[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감탄하며 허여한 내용이 ≪논어≫ 〈선진(先進)〉에 나온다.
- 주석 44)위성(渭城)에서 …… 술잔
- 석별의 노래를 뜻한다. 당나라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 "위성의 아침 비 가벼운 먼지 적시니, 객사에는 푸릇푸릇 버들 빛도 싱그럽네.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 잔 드시오.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가 없다오.[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 주석 45)매달린 …… 두고
- 정이 깊다는 의미이다. 후한 때의 예장 태수(豫章太守) 진번(陳蕃)이 빈객(賓客)을 전혀 접대하지 않았으되, 다만 당대의 고사였던 서치(徐穉)가 찾아오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려 그를 정중히 접대하고,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두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후한서≫ 권53 〈서치열전(徐穉列傳)〉)
二十四日 辛巳
朝陰雨。 夕暉而雨。
答宋雅行路吟【煥俊】伊間行路向何開。自錄瓊琚後未來。詩興幾經花爛界。琴心宜上月明臺。倘成沂水點言志。且洗渭城元進盃。久待留情懸榻解。有何所樂以今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