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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1월(正月)
  • 25일(신사)(二十五日 辛巳)

서암일기(棲巖日記) / 1913년(계축) / 1월(正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2.0001.TXT.0039
25일(신사)
맑음.
〈물기재(勿欺齋)의 동지하전(冬至賀箋)주 22)
삼가 생각건대, 천년 만에 황하가 맑아지는 운수를 붙잡아 자극(紫極, 왕궁)에 응류(凝旒)하고, 칠일 만에 양이 회복하는 아름다움을 맞이하여 황종이 협률합니다.[黃鐘叶律]주 23) 산과 같이 만수무강하길 축원하니,주 24) 이에 천지의 마음을 보겠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주상전하께서는 오묘한 도를 재성(財成)하시니,주 25) 공은 천지의 화육에 참여합니다. 은혜가 팔도에 미치니 침소에 드는 시간[丙枕]주 26)에도 내년을 도모하느라 잠 못 이루시고, 양궁의 뜻 기쁘게 이으니 갑관(甲觀)주 27)에서 상서로운 그림자를 살필 수 있습니다. 이에 우레가 진동하는 때[동지]를 맞이하여 더욱 월항(月恒, 달이 항상 뜨는) 아름다움을 받으소서.
삼가 생각건대 신은 외람되게 남쪽 지방을 안찰하느라 북극을 향해 절을 올릴 뿐, 지금 양이 돌아오는 때를 맞이하여서도 성변(星弁, 벼슬아치)주 28)의 반열에 모일 수 없습니다. 부끄럽게 아득한 품계에 있을지라도 거의 바다를 막는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신은 하늘같은 성상을 우러러 뵈옴에 간절하고 황공한 지극한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
〈정조하전(正朝賀箋)〉
삼가 생각건대 자뢰하여 시작하고 생겨나니[資始資生]주 29) 천지와 덕을 나란히 하였고, 1월 1일에 산과 언덕처럼 만년을 사시기를 송축합니다. 전각에 봄이 생기니 바다 귀퉁이에서도 기쁨이 넘칩니다.
삼가 생각건대 주상전하께서는 천하에 광명을 비추시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 같고, 선기옥형을 살펴 칠정을 고르게 하시니,주 30) 바람은 고르고 비는 순조롭습니다. 자극(紫極)에 만수를 이끌어오니 해와 달이 항상 떠오르듯 하고, 이에 삼양이 다시 돌아오니, 모든 뭇 사람이 서로 기뻐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외람되이 남쪽 변경을 맡고 있지만 정성은 북극성에 매달려 있고, 구중에 하례를 드리고자 하나 무신의 대열에도 설 수 없습니다. 이에 천리 밖에서 전(箋)을 바치며 오변(鰲抃, 몹시 기뻐함)의 정성을 대신합니다. 신은 하늘과 같은 성상을 우러름에 간절하고 황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주석 22)동지하전(冬至賀箋)
동지에 임금께 하례를 올리는 글이다.
주석 23)황종이 협률합니다
동짓달이 되었음을 뜻한다. 황종(黃鍾)은 12율(律)의 첫 번째 율로 11월에 해당하는데, 일양의 기운이 처음 회복되는 동지가 되면 그 율관(律管) 속의 재가 풀썩 일어나며 반응한다고 한다. 십이율관(十二律管)을 1년의 열두 달에 배합(配合)하는 것을 협률(協律)이라 한다.
주석 24)산과 …… 축원하니
만수무강을 축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시경≫ 〈소아(小雅)・천보(天保)〉에 "산과 같고 언덕과 같으며, 산등성이와 같고 큰 언덕과 같다.[如山如阜, 如岡如陵.]"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25)재성하시니
≪주역≫ 〈태괘(泰卦)〉 상(象)에 "하늘과 땅이 사귐이 태(泰)이니, 임금이 이것을 보고, 천지(天地)의 도(道)를 재성(財成)하고 천지의 의(宜)를 보상(輔相)하여 백성을 돕는다."라고 하였다. 재성은 임금이 천지가 교태(交泰)하는 도를 체득하여 잘 마름질하여 통치의 방법을 완성한다는 뜻이다.
주석 26)침소에 드는 시간[丙枕]
하룻밤을 갑・을・병・정・무의 다섯으로 나눈 셋째 시각. 즉 밤 12시로, 임금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말한다.
주석 27)갑관(甲觀)
세자가 탄생한 내전(內殿). 한(漢)나라 효성 황제(孝成皇帝)가 원제(元帝)의 태자(太子)로서 갑관(甲觀)에서 탄생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이다.
주석 28)성변(星弁)
솔기를 오색 구슬로 장식하여 별처럼 빛나는 관을 가리킨다. ≪시경≫ 〈위풍(衛風)·기욱(淇奧)〉에 위 무공(衛武公)을 칭송하면서 "고깔에 장식한 오색 구슬이 별처럼 빛난다.[會弁如星]"고 하였다.
주석 29)자뢰하여 …… 생겨나니[資始資生]
≪주역≫ 〈건괘(乾卦)〉 단사(彖辭)에, "위대하다, 건원(乾元)이여. 만물이 이를 자뢰하여 시작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하였고, 〈곤괘(坤卦)〉 단사(彖辭)에, "지극하다, 곤원(坤元)이여. 만물이 이를 자뢰하여 생기나니, 이에 하늘을 순히 받들도다.[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라고 하였다. 주자의 본의(本義)에 의하면, 원(元)은 크다는 뜻이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주석 30)선기옥형을 …… 하시니
순임금이 제위(帝位)에 올라 첫 번째 한 일로, 선기옥형(璿璣玉衡)이라는 천체 관측기를 살펴서 칠정(七政), 즉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오성(五星)과 해, 달의 운행을 실제와 맞추어 백성들이 농사의 때를 잃지 않게 하였다.(≪서경≫ 〈순전(舜典)〉)
二十五日 辛巳
陽。

勿欺齋 冬至賀箋。
伏以。 拊千載河淸之運。 紫極凝旒。迓七日陽來之休。 黃鐘叶律。祝岡陵壽。 見天地心。恭惟主上殿下。 道妙財成。 功參位育。恩覃八域。 丙枕軫嗣歲之圖。歡承兩宮。 甲觀考瑞旭之影。玆當雷奮之會。 益膺月恒之休。伏念臣忝按南維。 拜辭北極。時値陽復。 縱阻會星弁之班。職愧瞑陛。 庶彈控海防之悃。臣無任望天仰聖。 激切屛營之至。

正朝賀箋。
伏以。 資始資生。 侔一德於天地。元月元日。 頌萬年於岡陵。殿角春生。 海隅歡溢。恭惟主上殿下。 光天之下。 如日方中。齊七政於玉衡。 風調雨順。延萬壽於紫極。 日恒月升。逮玆三陽之載回。 擧切群情之胥悅。伏念臣職忝南閫。 誠懸北宸。獻賀九重。 縱阻虎拜之列。奉箋千里。 用替鰲抃之忱。臣無任望天仰聖。 激切屛營之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