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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2년(임자) / 12월(十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1.0012.TXT.0031
30일(정사)
반쯤 흐리고, 반쯤 맑음. 또 눈 내린 흔적만 있었다. 밤에는 바람 기운이 드날렸다. 오늘은 제석(除夕)주 200)이라서 허물이 있는 3인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금년 겨울 석 달은 오산(鰲山, 장성)의 하만(河晩)에서 객(客)으로 있다가 12월 26일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재종제(再從弟) 영숙(永淑)이 와서 안부를 묻고 말하길, "재종형(再從兄)이 우거(寓居)한 뒤로 마을 사람이 선산(先山)의 구목(丘木)주 201) 7그루를 함부로 베어냈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초동(樵童)과 목동을 불러 모아놓고 두세 번 질문하였더니, 한 명의 강양(强梁)주 202)한 자가 있었는데, 그 말에 부끄러워함이 있고 그 낯빛도 변하기에 내가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꾸짖기를 "오늘 일은 네가 한 일인데, 어찌 핑계를 대는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가 스스로 자백하길 "7그루의 소나무에서 5그루는 제가 저지른 것이고, 2그루는 모모(某某)가 저지른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또 꾸짖어 세 사람에게 모두 다짐을 받았다.
비록 그렇더라도 일본인이 통치하고 있어서 법률이 엄중한데, 같은 인종으로서 갑자기 그들에게 맡겨서 다스리도록 한다면 인정이 아닌 것 같고, 속죄금을 받고 벌을 행하는 것도 또한 풍속에 해괴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간곡하게 회유하니, 저들도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그들 각자가 스스로 매질을 하였다. 아들이 안에 있다가 나와서는 회초리를 잡고 원망을 내려놓기를 청하기 때문에 풀어주었다.
주석 200)제석(除夕)
제야(除夜)라고도 하며, 일년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 밤을 이른다.
주석 201)구목(丘木)
묘지 옆에 심은 나무를 말한다.
주석 202)강양(强梁)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강량(强梁)은 흉포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흉포한 자는 제대로 죽지 못하고, 이기기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강한 적을 만난다.[强梁者不得其死, 好勝者必遇其敵]"라고 하였다.
三十日 丁巳
半陰半陽。又雪痕。 夜風氣飄揚。是日除夕。 放置有過者三人。今年冬三。 客於鰲山河晩。 臘念六日還巢。再從弟永淑來。 而問候爲言。 "再從兄寓居後。 村人犯斫先山丘木七株。" 招集樵牧。 質問再三。 則有一强梁者。 其辭慚其色變。 余忽厲聲質責曰。 "今日之事。 汝之所爲。 豈其辭陂?" 渠自首服曰。 "七株松五箇者渠之所犯。 二株者某某所犯。" 余又責之。 三人皆納侤。雖然時政在日。 法律嚴重。 同世人種。 遽然委致。 似非人情。 受贖行罰。 亦爲駭俗。以此以彼。 諄諄誨諭。 則彼自悔過。 渠各自檛。家兒自內而出。 執楚而請置怨。 故放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