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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2년(임자)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1.0004.TXT.0019
19일(신해)
맑음. 돌아오는 길에 김참봉(金參奉)이 덕치(德峙)주 110)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김철수(金澈洙) 집으로 갔으나 만나지 못했다가 학림점(鶴林店)에서 만났다. 김낙주(金洛柱)・유덕홍(劉德弘)・김재영(金在榮)・방응주(房應疇)・최영진(崔詠鎭) 등을 뜻하지 않게 만나서 종일토록 수작(酬酌)하였다. 저물녘에 김낙주를 따라 하만(河晩)으로 향하는데, 시우(時雨)주 111)가 잠시 쏟아지는 것으로 인하여 김낙주댁에 머물렀다. 유원효(柳遠斅)가 찾아왔기에 〈농아(聾啞)〉시를 지어주었다.

〈농아(聾啞)〉
지난날엔 일찍이 귀머거리와 벙어리 아니었는데(在昔未曾聾且啞)
오늘날 어찌 갑자기 귀머거리와 벙어리 되었나(於今何以忽聾啞)
세이주 112)를 배워옴에 버릇되어 귀머거리 되고(學來洗耳癖成聾)
괄낭주 113)을 징험함에 삼가 절로 벙어리 되었네(驗得括囊愼自啞)
예가 아니면 듣지 말라주 114) 했으니 듣는다면 귀머거리 아니요(非禮勿聽聽不聾)
마땅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아야하니 말한다면 벙어리 아니네(不當無語語非啞)
세상을 벗어나 바다에 뛰어드는 것주 115) 비난할 일이라(脫身蹈海非難事)
시위소찬주 116)하며 귀머거리 벙어리인 척하네(位素托聾又托啞)
주석 110)덕치(德峙)
창평군 가면 덕치리로, 현재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 덕치마을에 해당한다.
주석 111)시우(時雨)
제철에 맞추어 내리는 비이다.
주석 112)세이(洗耳)
'귀를 씻는다.'는 의미로, 요(堯) 임금 때 은사 허유(許由)가 일찍이 요 임금으로부터 자신에게 천하를 양여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자기 귀를 더럽혔다 하여 영수(潁水)에 가서 귀를 씻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고사전(高士傳)≫)
주석 113)괄낭(括囊)
주머니를 여민다는 뜻으로, 속에 감추어 두고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역≫ 〈곤괘(坤卦)〉 육사(六四)에 "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고 칭찬도 없을 것이다.[括囊, 无咎无譽]"라는 말이 나온다.
주석 114)예가 …… 말라
안연이 인(仁)을 실천하는 조목을 묻자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하였다.(≪논어≫ 〈안연〉)
주석 115)바다에 …… 것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노중련(魯仲連)의 고사이다. 그가 조(趙)나라에 가 있을 때 진(秦)나라 군대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을 포위했는데, 이때 위(魏)나라가 장군 신원연(新垣衍)을 보내 진나라 임금을 천자로 섬기면 포위를 풀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노중련이 "진나라가 방자하게 천자를 참칭(僭稱)한다면 나는 동해에 빠져 죽겠다."라고 하니, 진나라 장군이 이 말을 듣고 군사를 후퇴시켰다 한다.(≪사기≫ 권83 〈노중련열전(魯仲連列傳)〉)
주석 116)시위소찬(尸位素餐)
자격도 없이 벼슬자리를 차지하고서 국록만 축낸다는 뜻의 겸사이다.
十九日 辛亥
陽。回路聞金參奉留德峙。 入金澈洙家不遇。 遇於鶴林店。金洛柱・劉德弘・金在榮・房應疇・崔詠鎭。 不期而相逢。 終日酬酌。日暮隨金洛柱向河晩。 時雨暫注。 因留宿洛柱宅。柳遠斅來訪。 贈聾啞詩。
聾啞
在昔未曾聾且啞。於今何以忽聾啞。學來洗耳癖成聾。驗得括囊愼自啞。非禮勿聽聽不聾。不當無語語非啞。脫身蹈海非難事。位素托聾又托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