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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2년(임자)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1.0004.TXT.0007
7일(기해)
맑음. 녹실댁에 다다라 술을 마셨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참봉댁[김용순]에 이르러 난주(餪酒)주 94)를 마셨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계당(溪堂)의 벽서(碧棲)주 95)어른 -이름은 운오(雲五), 자는 경일(景日)- 이 아이를 보내 초대하기에 계당에 이르니 설투화(雪妬花, 수국)와 모란[牧丹]이 피어있고, 달빛이 뜰에 가득하였다. 그곳에서 유숙했다. 벽서가 누이의 수연시에 차운한 시를 내게 보여주기에 밤에 와서 기록하였다.

〈누이의 회갑 당일에 참석해서 그 운에 따라 축하시를 지어 조카 양재면 형제에게 주다(阿妹回壽當日身參, 依其韻賀, 示梁侄在冕昆弟)〉
인간의 세월 어떻게 한정 하리(何限人間日月年)
얼마나 많은 일들 겪어왔던가(幾多閱斷萬千千)
술은 동해처럼 깊어 장수를 더하고(酒深東海添遐算)
신선은 서하에 내려와 먼 하늘에 예를 올리네(仙降西河禮遠天)
어린 새주 96)들 사랑스럽게 채무(彩舞)주 97)를 추고(雛雀堪憐趍彩舞)
노룡주 98)은 항상 구슬을 안고 잠든다(老龍長見抱珠眠)
대가(大家)의 희끗한 머리털 지금은 얼마이뇨(大家蒼鬢今如許)
형제가 함께 변하지 않으니 느낌은 예대로네(同是兄堅感舊然)

〈어떤 순사가 매화 한 가지를 꺾어들고서 수남(水南)주 99)의 양우(梁友)에게 시를 지으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장난삼아 짓다(有一巡査折取梅花一枝, 索詩於水南梁友, 聞而戱成)〉
매화 한 가지를 꺾어 손에 드니(手取梅花第一枝)
어여쁘게도 봄소식을 벌이 먼저 아네(可憐春色蜂先知)
머리에 꽂고 노는 것은 아이 일만이 아닌데(揷頭嬉戱非童事)
단발이라 마땅히 꽂을 데가 없구나(短髮無因妥導爲)
주석 94)난주(餪酒)
새색시가 혼인한 삼일 후에 시부모를 뵈러 갈 때 가지고 간 술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녹실어른의 손부가 시댁에 오면서 가지고 온 이바지 술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주석 95)벽서(碧棲)
정운오(鄭雲五, 1846~1920)를 말한다. 자는 경일(景日), 호는 벽서(碧棲), 본관은 연일로, 송강 정철의 후손이다. 담양 남면 지곡리 계당에서 주로 거처했다.
주석 96)어린 새[雛雀]
자손들을 비유한 말이다.
주석 97)채무(彩舞)
춘추 시대 초(楚) 나라의 효자인 노래자(老萊子)가 그의 나이 70이 되었을 때 부모 앞에서 어린애처럼 알록달록한 채색 옷을 입고 어린애 같은 장난을 하여 부모를 기쁘게 해드렸던 데서 온 말이다.
주석 98)노룡(老龍)
문원(文苑)의 대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송대(宋代) 용도각(龍圖閣)의 직각(直閣)을 소룡(小龍), 직학사(直學士)를 대룡(大龍), 학사(學士)를 노룡이라 했던 데에서 온 말이다.(≪박택편(泊宅編)≫ 권상)
주석 99)수남(水南)
현재 담양군 대덕면 금산리에 수남리골과 수남리들이 남아있다.
七日 己亥
陽。臨綠室宅飮酒。午飯後到參奉宅飮餪酒。夕飯後溪堂碧棲丈【名雲五。 字景日】。 送兒招去。 到溪堂。 雪妬花發牧丹開。 月色滿庭。 因留宿。碧棲次妹氏壽宴韻示之。 夜來記之。
阿妹回壽當日身參。 依其韻賀。 示梁侄在冕昆弟
何限人間日月年。幾多閱斷萬千千。酒深東海添遐算。仙降西河禮遠天。雛雀堪憐趍彩舞。老龍長見抱珠眠。大家蒼鬢今如許。同是兄堅感舊然。
有一巡査折取梅花一枝。 索詩於水南梁友。 聞而戱成
手取梅花第一枝。可憐春色蜂先知。揷頭嬉戱非童事。短髮無因妥導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