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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2년(임자)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1.0003.TXT.0001
1일(계해)
봄꿈을 깨지 않은 채 혼(魂)이 강물에 떠돌았는데, 손으로 언덕을 붙잡았지만 몸이 물속에 빠진지라 몹시 두려워 떨다가 잠이 깼다. 정신이 황홀하여 홀연히 생각해보니, 물[水]이란 것은 땅에 지극히 가까운 것이지만 그 기(氣)는 동(動)이요, 그 성질은 차갑고[寒], 그 색은 검다[黑]. 그 형상은 아래로 흘러가는[下]것으로, 바깥은 어둡지만[暗] 안은 밝다[明]. 불[火]이란 것은 항상 하늘[天]을 향하는 것이지만 그 기(氣)는 정(定)이요, 그 성질은 뜨겁고[熱], 그 색은 붉다[赤]. 그 형상은 위로 올라가는[上] 것으로, 안은 어둡지만[暗] 밖은 빛난다[光].
물의 동(動)은 양(陽)이고, 불의 정(定)은 음(陰)이다. 물의 차가운 것은 북쪽[北]과 같고 때[時]로 말하면 겨울[冬]이 되며, 불의 뜨거운 것은 남쪽[南]과 같고 때로 말하면 여름[夏]이 된다. 물의 검은 색은 북쪽에 있는 것이 마땅하고, 불의 붉은 색은 남쪽에 있는 것이 마땅하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은 천기(天氣)가 하강하는 것과 같고, 불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지기(地氣)가 상승하는 것과 같다.
물과 불이 곧 음과 양이라면 무엇이 음이고 무엇이 양일 것인가? 물의 기운은 양이지만, 성질은 음이고, 불의 기운은 음이지만, 성질은 양이다. 괘획(卦畫)으로 말하자면, 감(坎)이 양이 되고 리(離)가 음이 된다. 괘위(卦位)로 말하자면, 남쪽이 양이 되고 북쪽이 음이 된다. 괘서(卦序)로 말하자면, 감(坎)이 음이 되고 리(離)가 양이 된다. 일월(日月)로 말하자면, 감(坎)이 월(月)이 되고 리(離)가 일(日)이 된다. 방(方)으로 말하자면, 동쪽이 양이 되고 리(離)가 거기에 있으며, 서쪽이 음이 되고 감(坎)이 거기에 있다. 남쪽이 양이 되고 리(離)가 거기에 있으며, 북쪽이 음이 되며 감(坎)이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선천은 생괘(生卦)로서 대대(對待)주 47)하는 음양이요, 후천은 괘리(卦理)로서 유행(流行)하는 음양이다. 음양(陰陽)은 곧 두 기운이고, 두 기운은 곧 하나의 이(理)이니, 하나의 이는 무슨 물건인가? 오호라, 태극이로다.
날씨는 맑고 바람이 불다가 저물녘에 비가 조금 뿌렸다.
주석 47)대대(對待)
서로 상반되는 것이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역≫에서 음양(陰陽)을 대대관계(對待關係)라고 한다.
初一日 癸亥
春夢未曉。 游魂周一江水。 手攀岸身陷水。 慄慄危懼而醒。精神恍惚。 忽然思量。 則水者切比於地。 而其氣動。 其性寒。 其色黑。其象下。 外暗內明。火者常向於天。 而其氣定。 其性熱。 其色赤。其象上。 內暗外光。水之動陽也。 火之定陰也。水之寒同北。 於時爲冬。火之熱同南。 於時爲夏。水之黑冝居北。 火之赤宜居南。水之下同天氣下降。 火之上同地氣上昇。水火卽陰陽。 誰爲陰。 誰爲陽? 水氣陽而性陰。 火氣陰而性陽也。以卦畫論之。 則坎爲陽。 離爲陰。以卦位論之。 南爲陽。 北爲陰。以卦序論之。 則坎爲陰。 離爲陽。以日月論之。 坎爲月。 離爲日。以方論之。 東爲陽離居之。 西爲陰而坎居之。 南爲陽而離居之。 北爲陰而坎居之。然則先天以生卦對待之陰陽。 後天以卦理流行之陰陽也。陰陽卽二氣。 二氣卽一理。 一理卽何物也? 嗚呼。 太極! 日氣陽而風。 薄暮雨少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