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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12년(임자) / 2월(二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01.0002.TXT.0018
17일(경술)
계속 머무르며 상서(相書, 관상책)를 읽고 기록하였다. 윤교가 두루마리 종이 1축을 주었다.
〈신유여(神有餘, 정신이 넉넉함)〉
정신이 여유가 있는 사람은 눈빛이 맑고 밝으며, 바라볼 때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눈썹이 수려하고 길며, 정신은 솟구쳐 움직이고, 용모는 깨끗하며 행동거지는 대범하다. 시원하여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가을달이 서리 내린 하늘을 비추는 것 같고, 우뚝하여 가까이서 보면 마치 그 온화한 바람이 따뜻한 봄기운을 흔드는 것 같다. 어떤 일에 임하면 강하고 굳세기가 마치 맹수가 깊은 산길을 가는 듯 하고, 무리에서 벗어나 소요할 때는 마치 붉은 봉황이 구름 위를 나는 듯하다.
앉아 있을 때에는 굳센 돌처럼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을 때에는 깃든 새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걸어갈 때에는 양양하여 평수(平水)가 흐르는 듯하고, 서 있을 때에는 드높아서 봉우리가 우뚝 솟은 듯 하다. 말은 망녕되게 발설하지 않고, 성품은 망녕되게 조급하지 않아서, 희로(喜怒)로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영욕(榮辱)도 그 지조를 바꾸지 못한다.
만 가지 형태가 눈앞에 분분히 어지러워도 마음이 늘 한결같다면, 정신이 여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신이 여유가 있는 자는 상등의 귀한 사람이니, 흉사와 재앙이 몸에 침입하지 않고, 천록(天祿)주 37)이 무궁하리라.
〈형유여(形有餘, 형상이 넉넉함)〉
형체가 여유가 있는 사람은 머리가 둥글고 정수리가 두터우며, 배와 등은 풍성해야 한다. 이마는 넓고 입은 모가 나야 하며, 입술은 붉고 치아는 깨끗해야 한다. 귀는 둥글어 바퀴를 이루어야 하고, 코는 곧고 우뚝해야 한다. 눈은 흑백이 분명하고 눈썹은 수려하고 성글어야 하며, 어깨와 팔은 가지런하고 두터우며, 가슴은 평평하고 넓어야 한다. 배는 둥글고 아래로 처지며, 걷고 앉을 때는 단정해야 한다.
오악(五嶽)주 38)은 조정에서 모두 일어나듯 하고, 삼정(三停)주 39)은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살은 두텁고 뼈는 가늘며, 팔은 길고 발은 모나야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우뚝하게 다가오는 듯하고, 가까이 살펴보면 분명하게 떠나가는 듯하니, 이것이 모두 형상이 여유가 있음을 말한 것이다. 형상이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장수하고 병이 없으며, 부귀하며 영화롭게 살 것이다.
주석 37)천록(天祿)
하늘이 내려 준 복록이란 뜻으로, 국가의 운명을 가리키기도 한다. 순(舜) 임금이 우(禹) 임금에게 선위(禪位)할 때에 이르기를 "사해가 곤궁해지면 천록이 영영 끊어질 것이다.[四海困窮, 天祿永終]"고 경계한 데서 온 말이다.(≪서경・대우모(大禹謨)≫) 그러나 여기에서의 영종(永終)은 하늘의 복록을 끝까지 받는다는 내용이다. 즉 "참으로 중도를 잡으면 천록을 끝까지 받는다.[允執厥中, 天祿永終]"라고 한 것이다.(≪한서(漢書)≫ 〈제왕(齊王)・책립문(策立文)〉)
주석 38)오악(五嶽)
얼굴 중에 동서의 양쪽 관골과 남북의 이마와 턱을 오악이라고 한다. 이 오악이 코를 향하여 읍하고 절하는 듯 서로 마주보는 것을 의미한다.
주석 39)삼정(三停)
얼굴을 세 부분으로 나눈 것이다. 즉 머리털에서 눈썹까지를 상정(上停)이라고 하는데, 여기가 길면서 풍부하며 모나면서 넓으면 귀하게 된다. 눈썹에서 콧마루까지를 중정(中停)이라고 하는데, 우뚝하면서 바르고 높으면서 고요하면 오래 살게 된다. 인중(人中)에서 아래턱까지를 하정(下停)이라고 하는데, 모나면서 풍만하고 단정하면서 두터우면 부(富)하게 된다.
十七日 庚戌
留連。 覽相書記之。 潤敎惠周紙一軸。
神有餘。
神有餘也者。 眼光淸瑩。 顧眄不斜。眉秀而長。 精神聳動。容色澄澈。 擧止汪洋。恢然遠視。 若秋月之照霜天。巍然近矚。 似和風之動陽春。臨事剛毅。 如猛獸之步深山。出衆逍遙。 似丹鳳而翔雲路。其坐也。 如介石不動。其臥也。 如棲鴉不搖。其行也。 洋洋然如平水之流。其立也。 昂昂然如孤峯之聳。言未妄發。 性不妄躁。喜怒不動其心。 榮辱不易其操。 萬態紛錯于前。 而心常一。 則可謂神有餘也。神有餘也者。 上貴之人。 兇災不入其身。 天祿永終矣。
形有餘。
形有餘者。 頭圓頂厚。 腸背豊隆。額闊口方。 脣紅齒白。耳圓成輪。 鼻直如膽。眼分黑白。 眉秀踈長。肩膞齊厚。 胸前平曠。腹圓垂下。 行坐端正。五嶽朝起。 三停相稱。肉膩骨細。 手長足方。望之巍巍然而來,視之昭昭然而去,此皆謂形有餘也。形有餘也者,長壽無病,富貴之榮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