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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향산일기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7.0001.TXT.0005
23일
아침을 먹은 뒤에 승려들과 만세루(萬歲樓)에 다시 올라가서 제도를 두루 살펴보았다. 천왕문(天王門)에서 나와서 하행정(下杏亭) 주막 앞에 도착하니, 송(宋)씨 성을 가진 추봉(秋奉)이라는 자가 와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 아들에게 머물러 기다리라 하고 자기는 집으로 돌아갔다. 말에서 내려 그 아들과 주막으로 들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 이른바 송 풍헌(宋風憲)이란 자가 찾아왔는데, 그는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구워 온 산꿩 1마리와 소주 1병을 즉시 앞에 내놓았다. 그저께 산에 올라갔을 때, 송(宋)씨 성을 가진 사람이 근처에 산다는 말을 듣고 따라간 하인에게 보고 싶다고 하였는데, 송씨가 이를 듣고 와서 기다렸던 것이다. 말이 분명치는 않지만 그의 족파(族派)는 강계(江界)주 21)에서 3대 전부터 이곳에 와 살면서 지금은 관인(關人)이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관인(關人)이라는 것은 역리(驛吏)주 22)의 직무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에 바로 헤어지고 신창(新倉)에 이르러 묵었다.
주석 21)강계(江界)
강계는 오늘날 북한 자강도에 속하지만, 1800년대에는 평안북도에 속하였다. 그 이전에 강계는 북방의 군사요충지로 1413년 강계도호부가 되었다. 지금도 강계는 자강도의 도 소재지이다.
주석 22)역리(驛吏)
역(驛)에 소속되어 신역(身役)의 하나인 역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던 아전(衙前)·이서(吏胥)이다. 역리의 직역(職役)은 군사 정보나 왕명을 전달하거나 사신 왕래에 따른 영송(迎送)과 접대가 중요한 업무였다.
二十三日
食後與諸僧, 更上萬歲樓, 周觀制度。 遂自天王門出行, 到下杏亭酒幕之前, 則有姓人秋奉者, 來待已久, 而使其子留待, 渠則還入其家矣。 遂下馬入幕, 暫時談話之際, 所謂風憲者來見, 見其爲人, 乃完福人也。 預炙生雉一首, 燒酒一壺, 卽爲前進。 盖再昨上山時, 聞姓人近住之由, 有欲見之意於隨去下人矣, 也聞此, 而來待故也。 聞其族派, 則語不分明, 而云自江界三世前來接此土, 方爲關人云, 所謂關人, 是驛吏役也。 小語後, 卽爲告別, 至新倉留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