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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행록(西行錄)
- 1832년(임진)
- 10월(十月)
- 11일(十一日)
서행록(西行錄) / 1832년(임진) / 10월(十月)
11일
○새벽에 출발하여 덕평(德坪)주 39)에 이르자 막 동이 텄다. 천안(天安) 도리치(道理峙)주 40)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직산(稷山)주 41) 삼거리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홍경(洪景) 객점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새벽에 출발할 때 무열 씨가 먼저 다음과 같이 읊었다.
집 남쪽 새벽닭 소리 귓전 가득 들리는데(屋南晨鷄滿耳聽)
동녘에 아직 해는 뜨지 않고 별만 반짝이네(東猶不出啓明星)
승려가 등불을 가지고 앞길을 재촉하니(有僧持燭催前路)
앞에 펼쳐진 수많은 산은 푸르름을 갈아놓은 듯하네(當面群山只磨靑)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금계가 한 차례 우니 객이 먼저 듣고(金鷄一唱客先聽)
길 안내 등불을 켜니 완전히 별처럼 보이네(指路點燈完似星)
오르락내리락 산길의 어둠 속에서는(低仰山蹊冥色裏)
연장자가 젊은 소년에 미치지 못하네(大年不及少年靑)
오서 객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나그네 가장 먼저 새벽닭 소리 듣고 일어나니(旅客最先曉鷄聽)
구름 낀 하늘에 비가 오려나 별이 보이지 않네(雲天欲雨未看星)
승려는 등불로 길을 안내하며 여행길을 재촉하고(僧燈指路催行李)
그림처럼 아름다운 수많은 산은 푸르스름하네(活畵群山影裏靑)
- 주석 39)덕평(德坪)
- 충청남도 논산시 부적면 덕평리이다.
- 주석 40)도리치(道理峙)
- 천안 남쪽에서 공주로 통하는 고갯길이다.
- 주석 41)직산(稷山)
-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이다.
十一日
○曉發, 抵德坪始開東矣。 抵天安道理峙朝飯。 抵稷山三巨里中火。 抵洪景店留宿。 曉發時, 武說氏先吟曰: "屋南晨鷄滿耳聽, 東猶不出啓明星。 有僧持燭催前路, 當面群山只磨靑。" 余次曰: "金鷄一唱客先聽, 指路點燈完似星。 低仰山蹊冥色裏, 大年不及少年靑。" 烏栖客次曰: "旅客最先曉鷄聽, 雲天欲雨未看星。 僧燈指路催行李, 活畵群山影裏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