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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32년(임진)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5.0002.TXT.0009
9일
○새벽에 출발하였다. 밤새 내린 비로 길이 진창이 되어 행보가 몹시 힘겨웠다. 사교(沙橋)주 35) 객점에 이르러 무열 씨와 심형전당(錢塘)상철(相喆) 집으로 보내고, 나는 다른 일행과 거기서 밥을 먹고 출발하였다. 마고평(馬古坪)에 이르니 진창길이 아주 힘들었다. 초포(草浦)주 36) 객점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 거사(去思) 주막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점심 무렵 길에서 무열 씨가 먼저 〈계룡산(鷄龍山)〉 시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금계를 부르고 용이 나타나는 산(山號金鷄與見龍)
요순시대의 구물이 진객에게 드러났네(唐虞舊物露眞客)
서쪽엔 금강이 띠처럼 둘러 있으니(西望錦水環如帶)
올라가 선령을 한번 만나고 싶구나(上有仙靈願一逢)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계룡이라 부르는 들쭉날쭉 높은 산이 있는데(有山高齾號鷄龍)
늘 안개가 감싸고 있어 그 위용을 분별하지 못하네(常護烟霞不辨容)
봉우리 늘어서고 물이 돌아가는 건 우연이 아니고(峯列水回非偶爾)
하늘의 법칙과 땅의 축이 서로 조화롭게 만나서라네(乾經坤軸好相逢)

오서 객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닭 머리가 늘어선 듯 용이 엎드린 듯이(列似鷄頭伏似龍)
하늘이 아름다움을 산의 위용에 다 주었네(天將佳錫盡山容)
흰 구름 푸른 이내 낀 기이한 절경이 많으니(白雲靑靄多奇絶)
이곳에 사는 신선을 나는 만나고 싶네(這處仙人我欲逢)
주석 35)사교(沙橋)
충청남도 논산시 부적면 신교리이다.
주석 36)초포(草浦)
충청남도 논산시 광석면 항월리이다.
初九日
○曉發。 夜雨泥濘, 行步甚艱。 抵沙橋店, 送武說氏及心泂於錢塘相喆家, 余則他同行仍朝飯發程。 至馬古坪, 則泥路極難。 抵草浦店暫憩。 抵去思幕留宿。 午間路上, 武說氏先吟《鷄龍山》韻曰: "山號金鷄與見龍, 唐、虞舊物露眞客。 西望錦水環如帶, 上有仙靈願一逢。" 余次曰: "有山高齾號鷄龍, 常護烟霞不辨容。 峯列水回非偶爾, 乾經坤軸好相逢。" 烏栖客次曰: "列似鷄頭伏似龍, 天將佳錫盡山容。 白雲靑靄多奇絶, 這處仙人我欲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