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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32년(임진)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5.0002.TXT.0003
3일
○오전에 노원경순과 같이 왔다. 경순이 내일 동행할 생각으로 극구 만류하였으므로 여산에 일행을 권하여 보내고, 나와 무열 씨와 경순이 함께 묵었다. 어제 전주에 들어갔을 때 무열 씨가 먼저 다음과 같이 읊었다.

성조가 이 고을에서 개창하였으니(聖祖龍興自此州)
패풍주 25)의 산수 형세 오래도록 남아있네(沛豊山水勢長留)
우뚝한 사당에 아름다운 기운을 바치고(巋然殿廟呈佳氣)
눈에 가득 봄꽃 만발한 명승을 유람하네(滿目烟花勝地遊)

내가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호남을 낱낱이 헤아려 제일의 고을이니(歷數湖南第一州)
신풍주 26)의 용덕주 27)이 이곳에 남아있네(新龍德此間留)
눈앞에는 모두 번화한 물색이 있으니(眼前都是繁華物)
소인묵객이 유람하며 몇 번이나 무릎을 치네(幾度騷人擊節遊)

오서 객이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아름다운 산과 수려한 강이 풍부한 전주라(佳山麗水饒全州)
호남 좌도의 풍경이 이곳에 남아있네(左風烟此地留)
의관이 모두 다 화려한 자제들이(衣冠摠是繁華子)
객점에서 젊은 기생주 28)과 진종일 노니네(店錦纏靑盡日遊)
주석 25)패풍(沛豐)
'풍패(豐沛)'라고도 하는데,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고향이므로 후세에는 제왕의 고향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여기서는 전주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선대가 살던 곳이므로 패풍이라고 한 것이다.
주석 26)신풍(新豐)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한 뒤에 부친을 모셔 와 장안(長安)의 황궁(皇宮)에서 태상황(太上皇)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하였는데, 그 부친이 고향인 풍현(豐縣)을 못 잊어 하자 장안 부근에 새로운 풍현[新豐]을 조성(造成)하여 위로해 드렸다는 고사가 있다. 《西京雜記 卷2》
주석 27)용덕(龍德)
임금의 덕을 말한다.
주석 28)젊은 기생
원문 '금전(錦纏)'은 옛날 예인(藝人)이 가무를 끝내고 나면 손님들이 그 대가로 주던 비단, 즉 금전두(錦纏頭)를 말한다.
初三日
○午前魯源敬純偕來。 敬純以明日同行之意堅挽。 故勸送同行於礪山, 余與武說氏及敬純同留。 昨日入時, 武說氏先吟曰: "聖祖龍興自此州。 沛豊山水勢長留。 巋然殿廟呈佳氣, 滿目烟花勝地遊。" 余次曰: "歷數湖南第一州, 新龍德此間留。 眼前都是繁華物, 幾度騷人擊節遊。" 烏栖客次曰: "佳山麗水饒全州, 左風烟此地留。 衣冠摠是繁華子, 店錦纏靑盡日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