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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32년(임진) / 윤9월(閏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5.0001.TXT.0006
27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오수(獒樹)주 17)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무열씨가 먼저 다음과 같이 읊었다.

장정 몇 리마다 단정주 18)으로 이어져 있어(長亭幾里短亭連)
명을 전하는 파발이 하늘에서 온 듯하네(傳命置郵若自天)
돌아보건대 이 역참 이름에는 의미가 있으니(顧此驛名應有意)
회남왕의 개 짖는 소리 들리던 옛 신선이라네주 19)(淮南聞吠舊時仙)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역참이 장정과 단정으로 실로 서로 이어져 있으니(郵亭長短信相連)
가는 길이 하늘에 올라가는 것처럼 힘들다 말게(莫謂行難若上天)
웃으며 객점 여인 불러 문득 길을 묻노니(笑喚店娥俄問路)
혹시 영주(瀛州)주 20) 바다 먼 데서 오는 배를 아는가(倘知海遠來船)

내가 먼저 평당송필동 씨 집으로 가니 주인은 없고, 어린 주인만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출발하여 평당 객점으로 왔다. 일행이 이 주막에서 기다리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일행이 없었으므로 머뭇거리고 있던 터에 마침 한 소년을 만났다. 필동 씨 소식을 물으니 아까 계곡(桂谷)에서 돌아왔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소년을 시켜 오라고 기별하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미 족보에 들어갈 명단은 겨우 마쳤지만, 노자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때맞춰 올려보내지 못하였고, 또 여산의 시조 묘소 가까운 곳에 투장(偸葬)한 묘로 인해 송사가 일어나 서울에서 통문이 내려왔기에 전주에다 상의하여 6일 날 여산의 제각에서 종회를 하기로 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미 이 기별을 듣고는 인사의 도리상 그대로 갈 수가 없었다. 일행과 상의해볼 생각으로 빨리 재촉해 갔는데 일행은 두치(斗峙)주 21)를 넘었다. 그래서 간신히 굴암 주점에 이르러 일행과 만나 상의하였다. 그대로 이 주막에서 묵었다.
주석 17)오수(獒樹)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이다.
주석 18)장정(長亭) …… 단정(短亭)
행인들의 휴게소로서, 5리(里)마다 단정을 설치하고 10리마다 장정을 설치하였다.
주석 19)회남왕(淮南王) …… 신선이라네
회남왕 유안(劉安)이 도술(道術)을 좋아하여 그의 문하에 항상 방사(方士) 수천 명이 있었다. 훗날 팔공(八公)이라 일컫는 여덟 명의 방사가 유안에게 신선술을 가르쳐서 온 집안이 신선이 되어 승천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단약을 만들었던 그릇이 남아 있어 집에서 기르던 개와 닭이 그 그릇에 남아 있는 단약을 먹고는 역시 모두 신선이 되어 승천하여 천상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구름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神仙傳 劉安》
주석 20)영주(瀛州)
흥양(興陽, 전라남도 고흥)의 옛 지명이다. 진시황이 불사약을 구하러 사신을 보냈다는 선경을 의미하는데, 고흥 팔영산에는 서복(徐福)이 찾아온 전설이 남아있다.
주석 21)두치(斗峙)
전라북도 임실과 오수를 잇는 고개로 '말재'라고 하였다.
二十七日
○早發, 抵獒樹朝飯。 武說氏先吟曰: "長亭幾里短亭連, 傳命置郵若自天。 顧此驛名應有意, 淮南聞吠舊時仙。" 余次曰: "郵亭長短信相連, 莫謂行難若上天。 笑喚店娥俄問路, 倘知海遠來船。" 余則先行坪塘宋必東氏家, 則主人不在, 只有少主。 故卽發出, 來坪塘酒店。 以同行留待此幕爲約矣。 同行不在, 故逗遛之際, 適逢一少年。 問必東氏消息, 則俄自桂谷還來云。 故使少年通奇要來。 暫話, 則旣單才畢, 而以路貰之尙未辦備, 趁未上送, 且礪山始祖山所至近處, 偸葬起訟事, 中通文下來, 故自全州相議來, 而初六日, 宗會于礪山祭閣云。 故旣聞此奇, 則人事道理, 不可前進。 與同行相議之意, 急急促往, 則同行已越斗峙。 故艱抵屈岩酒店, 逢同行與之相議。 仍留此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