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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31년(신묘)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4.0001.TXT.0006
6일
○출발하여 사동(蛇洞)주 11) 객점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도중에 밤사이 지은 시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이날 저물녘 운교에 투숙하였는데(雲橋此日暮投身)
낡은 주막은 쓸쓸하여 이웃이 적네(廢幕蕭條小結隣)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을 꿈꾸니(就寢不成鄕里夢)
빈대가 우리 두세 사람을 물어대네(蝎虫侵我兩三人)

윤경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만물 가운데 너는 몸이 가지고 있는데도(萬物之中爾有身)
평생 미워하며 가까이 이웃하지 못하였네(平生可憎不近鄰)
그놈은 살갗도 피도 없고 부르기도 더러운데(渠無膚血喚亦醜)
아무 때나 품속에 들어와 몰래 사람을 무네(時入懷中暗噬人)

이찬은 병으로 화답하지 못하였다. 국평(菊坪)주 12) 앞에 이르러 서울에서 내려오는 배덕손(裵德孫)을 만났다. 서서 몇 마디 나누고, 다만 입으로 소식을 전하였다. 평당(坪塘)주 13) 앞에 이르러 일행은 곧바로 객점으로 가고, 나는 평당의 일가 송필동(宋必東) 씨 집에 들러 잠시 얘기를 나누고 거기서 요기를 하였다. 하서(夏瑞)가 사는 마을을 상세히 묻고 객점으로 나와 일행과 출발하였다. 두치(斗峙)주 14)를 넘다 중도에 다음과 같이 시를 읊었다.

세 사람 중에 나만 유독 쫓아갈 수 없어서(三人我獨不能從)
번번이 일행과 뒤처져 지팡이 하나만 짚고 가네(每後行裝但一笻)
천천히 걸어서 오르고 올라 두치에 이르니(緩步登登臨斗峙)
눈앞에 천만 개의 산봉우리가 펼쳐져 있네(眼前羅列萬千峰)

굴암(屈岩)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 도마교(逃馬橋)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이날 60리를 갔다. 이날 밤에 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주석 11)사동(蛇洞)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대사리이다.
주석 12)국평(菊坪)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대명리 국평 마을이다.
주석 13)평당(坪塘)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군평리 평당 마을이다.
주석 14)두치(斗峙)
전라북도 임실과 오수를 잇는 길로 '말재'라고 하였다.
初六日
○發抵蛇洞店朝飯。 路吟夜間韻曰: "雲橋此日暮投身, 廢幕蕭條小結隣。 就寢不成鄕里夢, 蝎虫侵我兩三人。" 允卿次曰: "萬物之中爾有身, 平生可憎不近鄰。 渠無膚血喚亦醜, 時入懷中暗噬人。" 而贊病未和。 抵菊坪前, 逢裵德孫之自下來。 立談數語, 只傳口傳消息。 抵坪塘前, 同行直往酒店, 余則入坪塘宗人必東氏家暫話, 仍爲療飢。 詳問夏瑞所居村名出來酒店, 與同行發程。 越斗峙, 路中吟一絶曰: "三人我獨不能從, 每後行裝但一笻。 緩步登登臨斗峙, 眼前羅列萬千峰。" 抵屈岩暫憩。 抵逃馬橋留宿。 是日行六十里。 是夜雨達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