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일기
  • 서행록(西行錄)
  • 1831년(신묘)
  • 10월(十月)
  • 5일(初五日)

서행록(西行錄) / 1831년(신묘)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4.0001.TXT.0005
5일
○아침 전에 출발하여 묘치(猫峙)주 7) 객점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곡성 읍내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 중주원(中周院)을 넘어 나루터 객점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다. 도중에 절구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이제 가서 배를 기다리지 않기를 어찌 바라겠는가(幸何今行不待舟)
뱃사공이 나를 강 가운데로 떨어뜨려 놓았네(梢工敎我阻中流)
순강주 8)을 건너 다급하게 객점을 빌렸으니(蓴江利涉蒼店借)
제날짜에 동학서원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겠지(趁日可參學院遊)

이찬이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는 길 재촉하여 작은 배에 올랐으니(促我征鞭登小舟)
남쪽 회수(淮水) 한 줄기 동방으로 흐르네(南一帶大東流)
용성 북쪽에는 계룡산이 우뚝 서 있으니(鷄山屹立龍城北)
제현과 함께 단란하게 모여 유람하길 기약하네(期與諸賢欒會遊)

운경이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빛나는 모래섬으로 달려가 배를 타고 건너(馳入光渚利涉舟)
한낮에 순강에서 중류로 내려갔네(蓴江日午下中流)
우리 선조의 일을 꼭 이루리라는 뜻을 가지면(有志必成吾先事)
호서로 나선 오늘 행차가 헛된 유람이 아니리라(西出今行非浪遊)

창화(昌華)에 이르러 길에서 유둔(油屯)주 9) 시장 변두리 사는 오재권(吳在權)전주에서 내려오는 편에 만났다. 길 가는 도중인 관계로 집에 편지를 부칠 수가 없어서 다만 말로 소식을 전하였다. 저물녘에 운교(雲橋)주 10) 객점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60리를 갔다. 밤에 빈대[蝎]가 많을까 걱정되어 잠을 이룰 수 없어 몹시 짜증이 났다.
주석 7)묘치(猫峙)
전라남도 곡성군 삼기면에서 곡성읍으로 가는 고개로 '괘재'라고도 부른다.
주석 8)순강(蓴江)
전라남도 곡성 일대를 흐르는 섬진강의 옛 이름으로 순자강(鶉子江)을 말한다. 저자는 '순강(蓴江)' 혹은 '순자강(蓴子江)'으로 썼다.
주석 9)유둔(油屯)
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 유둔리이다. 옛날 동강 장터가 있던 마을로 벌교에서 고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주석 10)운교(雲橋)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 운교리이다.
初五日
○朝前發程, 抵猫峙店朝飯。 抵谷城邑內暫憩。 越中周院, 中火于津頭酒店發程。 路中吟一絶曰: "幸何今行不待舟, 梢工敎我阻中流。 蓴江利涉蒼店借, 趁日可參學院遊。" 而贊次曰: "促我征鞭登小舟, 南一帶大東流。 鷄山屹立龍城北, 期與諸賢欒會遊。" 允卿次曰: "馳入光渚利涉舟, 蓴江日午下中流。 有志必成吾先事, 西出今行非浪遊。" 抵昌華, 路上逢油屯市邊吳在權之自全州下來便, 以路中之致, 不得付書于家中, 只傳口傳消息。 暮抵雲橋店留宿。 行六十里。 夜多蝎患, 不能秪枕, 憤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