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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十月)
  • 4일(初四日)

서행록(西行錄) / 1831년(신묘)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4.0001.TXT.0004
4일
○아침 전에 또 비가 내렸다. 그러므로 이에 아침밥을 먹고 출발하여 원동(院洞) 앞에 이르렀다. 일행은 곧바로 광청(廣淸)주 6) 객점에 이르고, 나는 원동 이 상인(李喪人) 집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담제(禫祭) 중이었다. 먼저 제때 와서 위로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잠시 얘기를 나눈 뒤에 나와 객점으로 왔다. 거기서 요기를 하고 출발하였다. 용계(龍溪)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60리를 갔다. 밤에 다음과 같이 절구 1수를 읊었다.

집 떠난 지 나흘 만에 용계에 도착하였으니(離家四日到龍溪)
채찍질 바투 해 말을 몰아도 해는 이미 서산이네(促鞭長驅日已西)
주인집엔 특별히 천하절색의 인물이 있으니(主家別有奇觀物)
아름답고 교태로운 자태의 출가하지 않은 처자라네(美貌嬌態年未笄)

이찬이 〈초하루〉 시에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일이 의심나는 부분이 있어 묻고자 출발하였으니(事逢疑處問發程)
세 사람 중 반드시 내 스승이 될만한 사람이 있네(三人必有我師行)
호남 유현은 다행히 우리 선조의 아름다움 천명하였는데(儒幸闡吾先美)
언제쯤 동학서원에 배향될 수 있으려나(東學何時享禮成)

윤경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예전에 우리 동지가 앞서 노정을 떠난 적 있으니(昔我同志有前程)
지금 사람은 그에 힘입어 이런 행차가 있는 게지(今人賴力在斯行)
곧은 절개는 오랜 세월 응당 사라지지 않을 테니(苦節千秋應不昧)
제현과 더불어 예를 반드시 이루리라 기약하네(期與諸賢禮必成)

윤경이 '계(溪)' 자 운에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어둑어둑 찬 기운이 날 즈음 용계에 도착하였으니(冥色生寒到龍溪)
사람은 수척하고 말도 지치고 해는 벌써 서산이네(人瘦馬困日已西)
우리 종중에 애타는 어린 처자가 하나가 있으니(吾宗斷腸一少娥)
나이 열여섯이 되도록 아직 비녀를 꽂지 않았네(年可二八未爲笄)

이찬이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맑은 시내 건너 용계에 이르렀으니(淸溪果渡到龍溪)
며칠 만에 우리 행차 호서로 들어섰네(幾日吾行入湖西)
꽃을 보고 어찌 나비가 향기를 탐하지 않겠는가만(看花孰非探香蝶)
자기 마음속에 먼저 혼인할 뜻이 있어야지(自家心中先有笄)
주석 6)광청(廣淸)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 창촌리 부근으로 추정된다.
初四日
○朝前亦雨。 故仍朝飯發程, 抵院洞前。 同行則直抵廣淸店, 余則入院洞喪人家, 尙在禫中矣。 先謝其趁未來慰, 暫話後出來酒店。 仍爲療飢發程。 抵龍溪留宿。 行六十里。 夜吟一絶曰: "離家四日到龍溪, 促鞭長驅日已西。 主家別有奇觀物, 美貌嬌態年未笄。" 而贊次《初一日》韻曰: "事逢疑處問發程, 三人必有我師行。 儒幸闡吾先美, 東學何時享禮成。" 允卿次曰: "昔주 1)我同志有前程, 今人賴力在斯行。 苦節千秋應不昧, 期與諸賢禮必成。" 允卿次溪字韻曰: "冥色生寒到龍溪, 人瘦馬困日已西。 吾宗斷腸一少娥, 年可二八주 2)未爲笄。" 而贊次曰: "淸溪果渡到龍溪, 幾日吾行入湖西。 看花孰非探香蝶, 自家心中先有笄。"
주석 1)
저본은 '借'로 되어있으나 앞뒤 문장의 호응과 문맥의 흐름에 따라 '昔'으로 수정하였다.
주석 2)
저본은 '人'으로 되어있으나 문맥에 따라 '八'로 수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