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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3.0003.TXT.0008
18일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였다. 사동(蛇洞)주 77) 객점에 이르러 요기를 하였다. 오수(熬樹) 시장 주변에 이르러 술을 사서 마시고 잠시 쉬었다. 집에 있을 때 전해 듣기로 7월 대홍수에 오수 장터가 물에 잠겼다고 하던데, 지금 와서 보니 도로 주변 가옥은 부서져 파손된 곳이 많았고, 저자 주변 가게들은 모두 새로 지어졌으니, 예전에 들은 소문이 실로 허튼 말이 아니었다. 임실(任實) 국평(菊坪)주 78)하서(夏瑞) 집에 이르니 하서는 출타하고, 그 아들 전(椣)만 있었다. 저녁 무렵 하서가 들어왔는데 그 손자가 단독(丹毒)주 79)에 걸렸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대로 유숙하였다. 70리를 갔다. 점심 무렵 증산(甑山)을 지날 때 절구 한 구절을 읊었다. 율지가 다음과 같이 먼저 읊었다.

예전에도 동행하고 오늘도 같이 가건만(昔日同行今又同)
수척해진 몸과 쇠약해진 뼈마디에 서릿바람 두렵네(瘠身衰骨畏霜風)
증산으로 가는 길은 어둡고 갈림길이 많아(甑山路黑兼多歧)
먼 데서 온 객 지팡이 멈추고 끊임없이 묻네(遠客停笻問不窮)

내가 차운하여 다음과 같이 읊었다.

천 리 먼 노정에 두 지팡이 함께 가니(千里長程二杖同)
때는 9월 국화꽃 피는 시절이라네(時維九月菊花風)
조룡성 아래 증산의 길에는(鳥龍城下甑山路)
붉은 단풍잎으로 단장한 산 풍경 무궁하네(紅葉粧山景不窮)
주석 77)사동(蛇洞)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대사리이다.
주석 78)국평(菊坪)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대명리 국평 마을이다.
주석 79)단독(丹毒)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고열이 나는 병이다.
十八日
○朝飯後, 發程。 抵蛇洞店療飢。 抵熬樹場邊, 沽酒以飮暫憩。 而在家時, 傳聞七月大水 獒樹場墟爲水所浮云矣, 今來見之, 則路邊村家, 多有破傷之處, 市邊假家, 盡爲新造, 前日所聞 實不虛矣。 抵任實菊坪夏瑞家, 則夏瑞出他, 只有其子矣。 夕時夏瑞入來, 其孫兒之丹毒, 方在憂慮中矣。 仍留宿。 行七十里。 午過甑山時, 口號一絶。 聿之先曰: "昔日同行今又同, 瘠身衰骨畏霜風。 甑山路黑兼多歧, 遠客停笻問不窮。" 余次曰: "千里長程二杖同, 時維九月菊花風。 鳥龍城下甑山路, 紅葉粧山景不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