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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3.0001.TXT.0011
13일
○아침 전에 율지가 주점(酒店)에 나갔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서 하서와 함께 주점(酒店)으로 나갔는데, 하서도 또한 《둔곡문적(遯壑文蹟)》을 부탁하였다. 그대로 작별하고 말치[斗峙]를 넘어 오원(烏院)에 이르러 요기하였다. 또 절구 한 수를 읊었다.

녹음이 짙은 사월이라 꽃들은 시들어 가고(花老繁陰四月時)
길을 겁내 지팡이 끌고 가는 걸음 더디구나(携笻㥘路步遲遲)
언덕 숲에는 유난히도 바쁜 소리가 있으니(岸林別有忙勞響)
온종일 꾀꼬리 가지를 오르내리며 노래하네(盡日鶯歌上下枝)

율지(聿之)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먼 길 떠난 나그네 여정 한가할 틈이 없으니(遠程行色無閒時)
늘 한스러운 건 밤은 짧고 땡볕은 더디 지는 것(每恨夜短夏日遲)
그대들 나에게 술 한잔 하길 권하기에(諸君勸我盃中物)
술값을 계산하려면 꽃가지를 꺾어야겠네주 6)(欲計酒價折花枝)

여옥(汝玉)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행장이 점차 무거워져 쉬는 횟수는 늘어가고(行裝漸重息多時)
도로가 메말라 갈수록 걸음은 더디기만 하네(道路方乾去益遲)
억지로 바삐 술잔만 자주 잡으니(强欲忙勞頻把酒)
어느 곳에서 꽃가지 꺾어 술잔을 세랴(觥籌何處折花枝)

자윤(子允)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지금 우리가 온 이곳 옛날 왔던 곳이건만(今我來斯昔到時)
내딛는 걸음 더디고 해마저 더디 지는구나(步徐方覺方陽遲)
호걸스런 정은 멋진 산을 보려는 것이 아니나(豪情不是看山好)
두견과 꾀꼬리 노래 가락 길가 버들가지에 울리네(鵑曲鶯歌路柳枝)

쌍정자(雙亭子)에 이르러 묵었다. 60리를 갔다.
주석 6)꽃가지를 꺾어야겠네
백거이(白居易)의 〈동이십일취억원구(同李十一醉憶元九)〉 시에 "꽃 필 무렵 함께 술 취해 봄 시름 달래었으니, 취하면 꽃가지 꺾어 술잔 세는 산가지 삼았지.[花時同醉破春愁, 醉折花枝當酒籌.]"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白氏長慶集 卷14》
十三日
○朝前聿之出去酒店, 余卽仍朝飯, 與夏瑞偕出酒店, 而夏瑞亦以《遯壑文蹟》付託矣。 仍爲作別, 越斗峙, 抵烏院療飢。 又吟一絶, "花老繁陰四月時, 携笻㥘路步遲遲。 岸林別有忙勞響, 盡日鶯歌上下枝。" 聿之次曰: "遠程行色無閒時, 每恨夜短夏日遲。 諸君勸我盃中物, 欲計酒價折花枝。" 汝玉次曰: "行裝漸重息多時, 道路方乾去益遲。 强欲忙勞頻把酒, 觥籌何處折花枝。" 子允次曰: "今我來斯昔到時, 步徐方覺方陽遲。 豪情不是看山好, 鵑曲鶯歌路柳枝。" 抵雙亭子留宿。 行六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