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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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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3.0001.TXT.0009
11일
○일찍 출발하여 석곡에 이르러 요기하였다. 또 절구 한 수를 읊었는데 율지(聿之)가 먼저 읊었다.

우리 일행 무작정 놀러 온 것이 아니니(我行不是耽遨遊)
매번 해 뜨기 전에 행장 꾸려 길을 재촉하네(每促行裝日未浮)
용성주 1) 길에 접어들어 차례로 바라보노라면(路入龍城次第見)
넘실대는 맑은 물 굽이굽이 돌아 흘러가네(洋洋淳水曲幾周)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몇 발짝도 나가기 어려워 지팡이 짚고 나와(寸步難前杖出遊)
고단한 걸음 얼마나 걸어야 한강에 배 띄우려나(間關幾日艭浮)
집을 떠나 비로소 용성 땅에 도착하니(離家始到龍城地)
맑은 물 이르자마자 다시 돌아 흘러가네(纔到淳江又浦周)

여옥(汝玉)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천릿길 떠난 우리 일행 멋진 유람도 하는데(千里吾行亦勝遊)
초심을 망각한 이 인생 허망하기만 하여라(初心忘却此生浮)
어이 늘그막에 길을 나서 어이 그리 고생하나(路何老也尖何苦)
매번 부러운 건 길 가득 덮은 짙은 그늘 뿐(每羨繁陰滿道周)

자윤(子允)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선조 은혜에 이미 배부른데 멋진 유람에 들떠(已飽先恩志勝遊)
어느 날에나 서울에 닿아 회포를 풀거나(懷卷何日漢城浮)
우리 여행 길 경계하여 앞길만 보고 찾아가니(戒吾行李訪前路)
사방에 두루 펼쳐진 산 경치 다 두고 왔네(行盡山光面面周)

저녁에 남원 읍내에 도착하여 그 안에서 묵었다. 남문(南門) 밖 송만득(宋萬得)의 집에서 밥을 먹었다.-밥값으로 돈 1냥을 냈다.- 송씨 성(姓)이라 하기에 그의 성관(姓貫))을 물었더니, 여산이 관향이라 하였다. 본래 이름이 석규(碩奎)인데, 영남 고령(高靈)에서 조금 살았다고 했다. 이날 70리를 갔다. 도중에 또 절구 한 수를 읊었다.

석양빛 두른 사람의 그림자 동쪽에 머무는데(人帶斜陽影在東)
죽장 끌고 바삐 오니 성 안은 해가 저물었네(忙携竹杖暮城中)
누각 앞에 기이한 경관이 있는 듯하니(樓前若有奇觀處)
물에 스치는 수양버들 늦바람에 살랑이네(拂水垂楊引晩風)

율지(聿之)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해지는 석양에 달은 또 동쪽에서 떠오르고(日暮斜陽月復東)
지팡이주 2) 짚고 바삐 재촉하여 성안에 이르렀네(鳩笻忙促到城中)
우리 선조의 훌륭한 교화 몇 년 전의 일이던고(吾先治化問幾年)
향리가 순후하여 옛 풍도가 있구나(鄕厚吏淳有古風)

여옥(汝玉)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웅장한 해동에 용으로 이름난 성주 3)(龍以名城壯海東)
그 가운데에 모두 옹기종기 인가가 즐비하네(閭閻撲地盡其中)
남쪽에서 걸어온 우리들 석양에 걸음을 재촉하니(夕陽促我南來步)
눈 가득 보이는 경광 옛 나라의 풍경이로다(滿眼景光舊國風)

자윤(子允)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순자강주 4) 이북 산성의 동쪽(淳江以北山城東)
앞에는 연하가 그 가운데에 자욱하네(前有烟霞這箇中)
우리 가는 지름길을 어디 한번 물어보세(借問吾行徑捷路)
내일 아침 한강 누대에서 바람을 쐬고 싶네(明朝欲及樓風)
주석 1)용성
용성(龍城)은 전라북도 남원시의 옛 이름이다.
주석 2)지팡이
원문의 '구공(鳩笻)'은 손잡이 부분을 비둘기 모양으로 조각한 지팡이로, 예전에 임금이 나이 많은 신하에게 비둘기처럼 소화를 잘 시키라는 의미에서 내려 주었다. '구장(鳩杖)'이라고도 한다.《後漢書 志5 禮儀中》 《呂氏春秋 仲秋記》
주석 3)용으로 이름난 성
남원의 교룡산성을 말한다.
주석 4)순자강
순강(淳江)은 순자강(鶉子江)을 말한다. 위의 각주 54번 참조.
十一日
○早發抵石谷療飢。 又吟一絶, 聿之先曰: "我行不是耽遨遊, 每促行裝日未浮。 路入龍城次第見, 洋洋淳水曲幾周。" 余次曰: "寸步難前杖出遊, 間關幾日艭浮。 離家始到龍城地, 纔到淳江又浦周。" 汝玉次曰: "千里吾行亦勝遊, 初心忘却此生浮。 路何老也光何苦, 每羨繁陰滿道周。" 子允次曰: "已飽先恩志勝遊, 懷卷何日漢城浮。 戒吾行李訪前路, 行盡山光面面周。" 暮抵南原邑內宿, 南門外宋萬得家飯【錢一兩出】, 以宋爲姓, 故問其姓貫, 則以爲貫矣。 其本碩奎, 而才居嶺南 高靈云。 是日行七十里。 路中又吟一絶曰: "人帶斜陽影在東, 忙携竹杖暮城中。 樓前若有奇觀處, 拂水垂楊引晩風。" 聿之次曰: "日暮斜陽月復東, 鳩笻忙促到城中。 吾先治化問幾年, 鄕厚吏淳有古風。" 汝玉次曰: "龍以名城壯海東, 閭閻撲地盡其中。 夕陽促我南來步, 滿眼景光舊國風。" 子允次曰: "淳江以北山城東, 前有烟霞這箇中。 借問吾行徑捷路, 明朝欲及樓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