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일기
  • 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 10일(初十日)

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3.0001.TXT.0008
10일
○일찍 출발하여 모전등(茅田登)에 이르러 요기하였다. 나는 원동(院洞)에 들어가 잠시 이종엽(李宗燁) 어른을 만나 뵙고 출발하였다. 광천(廣川) 주막(酒幕)에 이르니 동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길을 나섰는데 가는 도중에 운자(韻字)를 부르며 여옥(汝玉)이 먼저 읊었다.

여행길에 함께 나선 두 노인과 두 소년(二老行中兩少年 )
앞으로 가야할 길 영주에서 한양까지라네(瀛洲前路漢陽邊)
대지팡이 짚고 걷고 걸으며 모두 말이 없으니(行行竹杖渾無語)
우리 무리 여러 사람인데 잠든 것만 같구나(吾黨諸人況若眠)

율지(聿之)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서울 길 나선 것이 몇 년 만이던가(行經營問何年)
이제는 귀밑머리 가득히 백발이 내려앉았네(今來白髮滿鬢邊)
지팡이 짚고 쇠한 다리로 간신히 걷노라니(扶笻懶脚步步艱)
나그네 맘 아득한데 잠잘 겨를 어디 있으랴(客懷悠悠暇不眠)

자윤(子允)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백발 늙은이와 청년이 동행하여(白首伴靑年)
한강 가를 향하여 길을 떠났어라(路開漢水邊)
마음속 말일랑 꺼리지 말아야지(莫諱心內說)
흥취가 늦으면 오히려 잠을 재촉하리(興晩尙催眠)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청년에서 노인까지 행장을 꾸려(行裝老路自靑年)
태양 아래 멀리 서울 바라보며 가네(日下長安望眼邊)
길동무 세 사람 모두 나의 벗이라(作伴三人皆我益)
청아한 말 아끼지 않아 졸다 깨었네(淸談不惜警昏眠)

저녁에 대초정(大抄亭)에 이르러 묵었다. 60리를 갔다.
初十日
○早發抵茅田登療飢, 余則入院洞, 暫見宗燁而發, 至廣川酒幕, 則同行留待矣。 暫憩後登程, 路中呼韻, 而汝玉先吟曰: "二老行中兩少年, 瀛洲前路漢陽邊。 行行竹杖渾無語, 吾黨諸人況若眠。" 聿之次曰: "行經營問何年, 今來白髮滿鬢邊。 扶笻懶脚步步艱, 客懷悠悠暇不眠。" 子允次曰: "白首伴靑年, 路開漢水邊。 莫諱心內說, 興晩尙催眠。" 余次曰: "行裝老路自靑年, 日下長安望眼邊。 作伴三人皆我益, 淸談不惜警昏眠。" 暮抵大抄亭留宿。 行六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