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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5.TXT.0004
4일
함께 머물렀던 염상(鹽商)에게 짐을 지게하고 동틀 무렵에 출발하였다. 낙수(洛水)에 이르러 공서와 헤어지면서 절구 한 수를 읊었다.

객지에서 우연한 만나니 기약했던 것보다 기쁜데(客地偶逢勝有期)
중양절이라 누런 국화꽃마저 한창이네(維當重九菊花時)
한 달 남짓 함께 고생하여 서운한 맘 사무치니(月餘同苦猶餘愴)
이별에 임하여 다시 석별의 시를 읊노라(臨別還成惜別詩)

공서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중도에서 만나자는 기약도 없이 만나(中路相逢以不期)
저물면 머물고 새벽에 길 떠나기를 각각 때를 따랐네(夕留晨發各隨時)
동행하여 동종의 정의가 배나 간절한지라(同行倍切同宗誼)
이별에 임하여 몇 구의 시를 읊어보노라(臨別吟來數句詩)

또 내가 한 수를 읊었다.

다리 가 갈림길에 흰 구름이 일어나고(別路橋邊起白雲)
낙엽 진 이별의 정자에서 헤어짐이 애석하네(離亭葉下惜相分)
재삼 우두커니 서서 앞으로 가는 길 물어보고(再三立立前頭問)
강가로 고개를 돌리며 어서어서 가시라 하네(回首江頭早早云)

공서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고개 돌려 남쪽 팔영산의 구름 바라보다(回首南看八影雲)
걷고 걷다 낙수에 와서 함께 온 길 갈라지네(行臨洛水路相分)
동쪽 강물 하나의 띠처럼 넘실넘실 흘러가는데(東流一帶洋洋去)
누구에게 이별하는 심회의 장단시를 말할거나(誰與離懷長短云)

그길로 작별하였는데, 천리 길을 함께 고생을 한 뒤라서 그 서운한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길을 재촉하여 낙안기동(基洞) 어귀 정문등(旌門登)에 이르러 요기하였다. 주막 앞에서 여러 차례 이경오(李敬五)를 불렀는데 끝내 답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기별을 통하게 하였으나 경오(敬五)는 출타 중이고, 그의 대인(大人, 경오의 아버지)이 문 앞에 서서 내가 바로 지나가는 것을 알고는 내게 그 집에 들어가 묵어가기를 청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갈 길이 바쁜 탓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령(西嶺)을 넘어 추동(楸洞) 주막에 이르렀다. 염상(鹽商)과 서로 헤어지고 나서 짐을 지고 벌교 시장 근처에 이르러 윤동(輪東) 군직(君直) 씨를 만나서 동행하였는데 날이 이미 저물었다. 밤을 틈타 용전(龍田) 무안(茂安) 댁에 들어가 유숙하고 나서야 비로소 집안 소식을 알게 되었다. 우선 별탈이 없다고 운운(云云)하니 매우 다행이었다. 90리를 갔다.
初四日
負卜於同留鹽商, 平明發抵洛水。 與公瑞相分, 仍吟一絶曰: "客地偶逢勝有期, 維當重九菊花時。 月餘同苦猶餘愴, 臨別還成惜別詩。" 公瑞次曰: "中路相逢以不期, 夕留晨發各隨時。 同行倍切同宗誼, 臨別吟來數句詩。" 又吟一絶曰: "別路橋邊起白雲, 離亭葉下惜相分。 再三立立前頭問, 回首江頭早早云。 " 公瑞次曰: "回首南看八影雲, 行臨洛水路相分。 東流一帶洋洋去, 誰與離懷長短云。" 仍與作別, 千里同苦之餘, 其懷難抑。 促行抵樂安 基洞旌門登療飢。 於幕前頻呼李敬五, 則終不答, 故使人通奇, 則敬五出他, 其大人立于門前, 知余之直過, 請余入于其家留宿而去云云, 而以行忙之致, 不得入去, 越西嶺, 抵楸洞酒幕。 與鹽商相分, 仍爲負卜, 抵筏橋市邊, 逢輪東 君直氏, 仍爲同行, 日已暮矣。 乘夜入龍田 茂安宅留宿, 始知家間消息。 姑無故云云, 幸幸。 行九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