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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4.TXT.0027
27일
새벽에 출발하여 황화정(皇華亭)에 이르자, 새벽빛이 이제 막 밝아왔다. 전라도의 첫 경계에 들어섰으므로 각각 시 한편을 지었는데, 공서가 먼저 읊었다. 시는 다음과 같다.

이제야 전라도 경내로 들어오니(始入全羅境)
때마침 새벽빛이 막 밝아오누나(時當曉色新)
우리 전라도 길이라 하니(道吾之也)
정신이 한층 더 상쾌해졌네(快活更精神)

내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경내로 들어서니 내 마음 한결 기쁘고(入境吾心喜)
먼동이 트니 날이 점차 새로워지네(開東日漸新)
오늘 아침 두 가지의 아름다움 함께하니(今朝兼二美)
이제야 정신이 상쾌해지는구나(方覺爽精神)

최진욱(崔震煜)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이른 새벽 우리 경내로 들어오니(凌晨入我境)
고향의 맛 차츰차츰 생겨나 새롭네(鄕味漸生新)
하늘이 어리석은 생각 한이 될 줄 알아(天知恨迷意)
아침 햇살 비춰 정신을 맑게 하네(初日照精神)

이어 대추(大棗)와 떡을 사 먹고, 최진욱과 작별하였다. 소로(小路)에 들어가 여산(礪山)심천(深川)에 이르러 일가인 송함보(宋涵甫)와 아침을 먹고, 이어 〈제각중건통문(祭閣重建通文)〉을 전하였다. 새벽에 출발하여 여산읍(礪山邑)에 이르러 호산춘(壺山春)주 79)을 사서 마시고 신점(新店)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삼례(參禮)에 이르러 묵었다. 70리를 갔다.
주석 79)호산춘(壺山春)
찹쌀과 멥쌀로 세 번 빚은 술이다. 전라북도 여산(礪山)의 특주로서 여산의 별호가 호산(壺山)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술의 특징은 밑술을 두 번 담그고 다시 덧술을 하여 세 번을 담그는 데 있다. 조선 중엽 이후의 《산림경제》·《주방문(酒方文)》 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二十七日
曉發至皇華亭, 曙色初明, 全羅初境, 故各作一聯, 公瑞先吟曰: "始入全羅境, 時當曉色新。 道吾之也, 快活更精神。" 余次曰: "入境吾心喜, 開東日漸新。 今朝兼二美, 方覺爽精神。" 崔震煜次曰: "凌晨入我境, 節味漸生新。 天知恨迷意, 初日照精神。" 仍買棗餠相食, 與作別。 入小路至礪山 深川, 與宋涵甫同宗朝飯, 仍傳致《祭閣重建通文》。 曉發抵礪山邑, 買飮壺山春, 至新店中火, 至參禮留宿。 行七十里。